정부·현대차 총력전…美 IRA법 최악 피해는 면해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에
美재무부, 리스차량 포함시켜
현대차·기아 "5% 리스비중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에 리스 차량을 포함하면서 한국산 전기차도 보조금 혜택을 일부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변화 배경에는 한국 정부와 현대차동차그룹이 수개월간 전개한 총력전이 있었다.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세액공제' 항목 법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나선 동시에, 재무부 세부 지침을 통해 한국 기업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펼쳤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를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기업이 사업 목적으로 구매하는 상업용 전기차는 일반 고객이 사는 전기차와 달리 북미에서 최종 조립하거나 배터리와 핵심광물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따라 미국의 상업용 전기차 시장만큼은 한국·일본·유럽연합(EU) 등에서 만들어진 차량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업용 자동차 세액공제와 관련해 한국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리스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약 5%가 리스 물량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비중을 이른 시일 내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상업용 전기차는 미국 전체 친환경차의 35%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11월 미국에서 전기차 5만3663대를 팔았다. 연간으로는 5만5000대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 재무부 지침으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이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지만 현실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우선 미국 재무부는 '장기 리스'와 리스 계약 종료 후 할인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 등이 있는 경우 사실상 판매에 해당한다고 보고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와 현대차그룹 입장이 전면 관철됐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또 IRA 제정 당시 전기차 부문 문구 작성을 주도했던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은 재무부 지침 발표에 강력히 반발했다. 맨친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재무부가 IRA에서 허술한 구멍을 찾으려는 기업에 보상을 해줬다"며 "재무부의 이 같은 위험한 해석을 막기 위해 입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미국 정부가 '북미 최종 조립'의 '북미' 개념을 '미국, 캐나다, 멕시코 영토'로 제한한 것도 부담이다. 세부 규정을 명확히 밝힌 건 아니지만, 북미의 정의를 완화해달라는 한국 정부 요청이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 정부와 현대차그룹은 당장 내년 초 조지아주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할 예정인 만큼, 북미 최종 조립 혜택 대상에 현대차를 포함하거나 공장 완공 규정을 3년 유예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아직 미국 측 응답은 없는 상태다.
배터리와 핵심 광물 요건 적용이 내년 3월로 연기됐지만,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여전히 해당 전기차를 북미에서 최종 조립해야 한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원산지 기준인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 정의에는 한국을 포함해 호주, 바레인,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 10여 개국을 포함할 것으로 알려졌다.
IRA는 내년부터 전기차 배터리는 핵심 광물의 40%(2027년 80% 이상으로 연도별 상승) 이상을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채굴·가공해야 보조금 3750달러를,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2029년 100%로 연도별 상승) 이상 사용해야 나머지 3750달러를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이유섭 기자·워싱턴/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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