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까치 설날
'까치까치 설날은/어저께고요/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1924년 세상에 나온 동요 '설날'은 100년 가까운 세월을 한국인과 함께한 명곡이다. 일제시대 '반달' 등 주옥같은 동요로 아픔을 달래준 윤극영 님의 작품이다. 민속 연구자인 고 서정범 교수에 따르면 원래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아치설'이라고 불렀다. 아치는 우리말로 작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발음이 비슷한 '까치설'로 바뀌었다는 주장이다. 섣달 그믐날 해가 저물면 친척들에게 '묵은세배'를 다니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로 인해 거리마다 등불이 줄을 이었다고 19세기 중반에 나온 '동국세시기'는 전한다. 새해를 맞이하기 직전에 그간 베풀어준 은혜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게 우리네 전통이었다. 그믐날 대표 음식은 만둣국과 동치미였다.
이날은 '눈썹 세는 날'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날 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고 아이들을 놀린 말에서 유래했다. 섣달 그믐날은 한자어로는 수세(守歲), 제야(除夜)라고 한다. 31일 밤 서울 보신각에서는 제야의 종 타종 행사가 모처럼 열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3년간 온라인 방식으로만 열렸다가 올해 부활했다.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은 1953년 시작됐다. 원래 사찰에서는 백팔번뇌를 없앴다는 뜻에서 제야에 108번 종을 쳤지만 보신각 행사는 33번만 친다. 조선시대 통행금지를 해제한다는 신호로 새벽 4시에 33번 종을 치는 '파루'의 전통을 따른 것이다. 원조 보신각 동종은 조선 세조 때 만들어진 대한민국 보물 2호다. 1960년대 초까지는 이 종을 쳤지만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겼고 보신각엔 에밀레종 복제품이 걸려 있다. 1986년부터는 타종 행사에 시민 대표가 참여했다. 올해 행사에는 축구대표팀의 조규성 선수, 귀화 국민 응우옌티땀띵 씨 등 10명이 뽑혔다.
계묘년에는 한 가지 더 특이한 상황이 벌어진다. 법 개정으로 내년 6월 28일부터 사법·행정 분야에서 나이를 따지는 방식이 '만(滿) 나이'로 통일된다. '우리 설날' 떡국을 먹어도 나이는 '까치설날'과 다르지 않으니 마음 놓고 드셔도 될 듯싶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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