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표류’ 신안 흑산공항 이번에는 날을까
文·尹 전현직 대통령 공약·정책과제 사업 실현 주목
‘이동권 vs 환경보호’ 갑론을박에…10년 넘게 파행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 신안 지역민의 숙원인 흑산도 소형공항 건립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공항 건설공사 착공을 위한 마지막 절차인 국립공원위원회(공원위원회) 심의를 위한 예정부지 국립공원해제 절차가 순조롭게 마무리되면서다. 국립공원 내 공항 건설사업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승인을 해야 추진이 가능하다. 그래서 흑산공항 건설의 향배는 무엇보다 공원위원회 심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2년 전부터 비행기가 이곳에서 이착륙해야 한다. 하지만 흑산공항은 지난 2009년 신안군의 '흑산도 경비행장 타당성 조사용역'을 시작으로 사업 추진이 논의된 이후 첫삽을 뜨지 못하고 13년째 표류 중이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번번이 막혔기 때문이다.
사업자 측과 환경단체가 환경 심의 싸움을 계속하며 지난 2011년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 고시 이후 여태껏 공항 건설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공원위원회 심의 통과에 대한 청신호가 켜지면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예정대로 내달 공원위원회 심의에서 통과되면 흑산공항은 실시설계 등을 거쳐 내년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공항이 건설되면 서울에서 흑산도까지 가는 데 7시간 이상 걸리던 것이 1시간대로 줄어든다.
내달 환경부 심의 통과하면…내년 하반기 착공할 듯
30일 전남도와 신안군에 따르면 환경부는 다음달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흑산공항 건설과 관련,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공원구역 변경계획 등을 심의 의결할 계획이다. 흑산면 예리 공항 건설예정지(68만3338㎡)와 인근 도초, 비금, 흑산면 일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도초 비금 명사십리 해수욕장 공유수면과 비금면 일대 5.5㎢를 국립공원으로 대체 편입하자는 게 골자다.
이처럼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고 8배 넓은 대체 부지를 공원으로 편입하기로 결정됐지만, 정부 부처 간 협의가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두 차례 연기 끝에 지난 16일 관련 내용이 산림청의 중앙산지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행정절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전남도와 신안군 안팎에서는 흑산도 공항 부지를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대신, 보존 가능성이 높은 다른 부지를 국립공원에 포함하는 의견에 대한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등 부처별 동의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안군 관계자는 "최종 승인을 하는 국립공원위원회에 안건을 올리기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의 의견만 받으면 되는데 이미 흑산공항 건은 논의를 마쳤다"면서 "다만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내 다른 지역에 대한 협의가 남아있어 함께 모아 의견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흑산공항 부지의 국립공원 해제 안건은 다음 달 말 예정된 내년 첫 회의에 올라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흑산공항 관련 협의를 마쳤으며 다음 달 회의 전까지 해수부의 회신이 오면 공원위원회에 올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흑산공항은 지난 2009년 신안군의 '흑산도 경비행장 타당성 조사용역'을 시작으로 사업 추진이 논의된 이후 13년 여 만에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통과하게 된다. 전남도 등은 내년 초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가 통과되면 표류했던 공항 사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 변경 조정안에 대한 환경부·해수부·산림청 등의 의견 조율이 마무리된 만큼 다음 달 열리는 국립공원위원회를 통해 흑산공항 건설 예정지 일대 국립공원 해제 절차가 마무리되면 조속한 공사 착공을 위한 후속 절차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하세월' 사업비 1800억 흑산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흑산공항 건설은 지루하게 '환경 심의'만 반복할 뿐 좀처럼 진척을 못 봤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총 1833억원의 예산을 들여 흑산도 북동쪽 끝 지역인 예리 일대에 1.2㎞짜리 활주로를 만드는 게 골자다. 원래 2018년 하반기 공사를 시작해 2020년에 50인승 경비행기가 흑산도를 오가는 게 계획이었다. 2009년부터 본격 추진된 흑산공항 건설은 2015년 12월 기본계획 수립 고시까지 이뤄지며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사업의 안전성, 환경성, 경제성을 두고 사업자·지자체와 국립공원위원회, 환경단체 간에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파행을 거듭해왔다. 이 사업은 2016년 11월 첫 제동이 걸렸다.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서 '보류' 결정이 나면서다. 이어 보완서(2017년 7월), 재보완서(2018년 2월)가 제출됐으나 그해 9월 19일 철새대책, 환경수용력, 경제성 등을 이유로 국립공원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심의 절차가 중단됐다는 소식에 신안 흑산도 주민들은 허탈해 했다. 공항이 건설될 경우 응급환자 후송이나 부식·생필품 조달 등 생활여건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왔기 때문이다. 2년여 동안 3차례에 걸쳐 심의가 보류된 아픔을 겪은 주민들의 우려감도 커졌다. 환경부가 국립공원위원회를 방패막이로 내세워 8년간 추진된 이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
지루한 '환경심의'만 반복…가덕도 나비효과, 지역민 상실감 커져
주민들은 '철새 기착지'나 국립공원 여부를 떠나 최소한의 의료·생활 여건 개선을 위해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촉구했다. 전남 목포항에서 92㎞가량 떨어진 흑산도는 풍랑 및 안개 주의보가 발효되면 발이 묶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결항률이 11%에 달해 대체수단이 꼭 필요하다는 게 전남도와, 신안군, 주민들의 주장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온종일 여객선 운항이 불가능했던 날이 52일, 하루 1회 이상 운항이 통제된 날이 115일이나 됐다.
반면 환경단체 등은 흑산공항을 '제2의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정치적 사업으로 규정짓고 사업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국립공원 내 산림과 희귀 조류의 터전 훼손 △조류와의 충돌 등 안전 문제 △신뢰하기 어려운 경제성 분석 결과 등을 들어 공항건설에 반대했다. 이처럼 '환경보호'냐, '주민의 이동권 보장'이냐를 두고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공항 건설 여부는 불투명성이 고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2월 부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의 국회통과 소식은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켜 지역민들의 상실감이 커졌다. 가덕공항의 '속도전'에 '왜 흑산공항은 안 되는가' 하는 의문부호가 따라 붙었다. 흑산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의 모습은 명백한 호남 홀대이자 지역차별의 상징이라는 얘기다.
환경부 심의에서 번번이 발목 잡히자 전남도와 신안군은 입장을 바꿨다. 흑산도를 아예 국립공원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립공원면적 총량제에 따라 전체 국립공원 면적이 유지되는 만큼 흑산공항 부지를 국립공원에서 빼달라는 것이었다. 대신 4.3배에 달하는 신안지역 갯벌을 대체부지로 제공하는 국립공원 대체 편입지역 변경안을 제출했다. 일종의 '대토(代土)' 개념이다.
이 변경안이 10년마다 열리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구역조정 총괄협의회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를 연속 통과해야 공항건설이 가능해진다. 내달에 열릴 예정인 공원위 심의 결과가 흑산공항 건설의 운명을 가를 분수령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정일윤 흑산공항건설대책 위원장은 "흑산공항은 섬 주민들의 교통기본권 확보와 서해안의 해양주권 강화를 위한 전진기지 구축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심의에 막혀 답보상태에 놓여있었다"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고 울릉공항이 이미 착공한 만큼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도 포함된 만큼 흑산공항 건설이 조속히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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