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사실상 막는다···美·日보다 '고강도 방역'

임지훈 기자 2022. 12. 3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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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예상 뛰어넘는 방역 강수
검사·격리 비용도 입국자가 부담
中항공기는 인천공항 입국만 허용
韓中 항공편 축소·추가 증편 중단
교류 잦아 이중삼중으로 방역빗장
中 감기약 사재기 우려 수량제한도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코로나19 선별진료소 앞을 한 여행객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방역 당국이 30일 내놓은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등을 담은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 방안’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초강수다.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미국은 입국 전 음성 확인서 제출을, 일본은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각각 의무화했는데 한국은 두 가지를 모두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발 코로나19 확산이 국내에 끼칠 영향에 대해 방역 당국이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 국내 유행세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데다 내년 초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공언한 상황에서 자칫 일상 회복 로드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해외 유입 확진자 중 중국발 확진자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1월 19명이던 중국발 확진자는 이달 28일 현재 278명으로 늘어났다. 해외 유입 확진자에서 중국발 확진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 기간 1.1%에서 15.0%로 수직 상승했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대책에 따르면 내년 1월 5일부터는 입국 후 유전자증폭(PCR) 검사 의무화는 물론 입국 전 48시간 이내 PCR 혹은 24시간 이내 신속항원검사(RAT)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만 중국발 한국행 비행기에 탈 수 있다. 아울러 중국에서 들어오는 내국인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 외국인은 공항에 대기하기로 조치를 취했다. 방역 당국의 한 관계자는 “내국인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검체 채취 후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자택 등에서 대기하는 것을 권고한다”며 “단기 체류 외국인은 공항 검사소에서 입국 1일 차 검사를 받게 되며 검사 시간은 약 4~6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검사 대기자가 많을 경우 소요 시간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단기 체류 외국인의 경우 검사·격리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는 장벽도 세웠다. 정부는 중국발 입국자의 PCR 검사 비용과 단기 체류 외국인 중 확진자의 격리 비용을 모두 입국자가 부담하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 체류 외국인은 공항 코로나19 검사 센터에서 본인이 비용을 치르고 검사를 받는다”며 “내국인과 장기 체류 외국인은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기 때문에 정부가 비용을 부담한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체류 외국인이 격리 시설을 이용하게 될 경우 비용은 자부담이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단기 비자 발급 제한, 항공편 증편 제한 등 이중·삼중의 방역 조치도 더했다. 내년 1월 2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중국 내 공관의 단기 비자 발급을 외교·공무 수행, 필수적 기업 운영,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으로만 제한했다. 당분간 중국인이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항공편도 일부 축소하고 추가 증편을 제한한다. 현재 주 65회인 중국발 항공기 편수를 62회로 줄이고 인천공항·김해공항·대구공항·제주공항 등 총 4개 공항으로 들어오는 중국발 항공편은 내년 1월 2일부터 인천공항에만 랜딩 기어를 내릴 수 있다.

정부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초강수 방역 조치를 시행하기로 한 것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기가 국내 방역 상황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우리나라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고 인적 교류가 굉장히 많은 국가”라며 “2020년에도 중국의 영향을 가장 먼저 많이 받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중국발 신규 변이 출몰에 대응하기 위해 입국 후 PCR 검사를 의무화했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입국 후 PCR 검사 의무화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한 변이주 모니터링의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조치가 특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중국 내 반한 감정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의 경험에 비춰볼 때 특정 국가에 대한 방역 조치만으로는 바이러스 유입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 중국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국내 감기약 품귀에 대응하기 위해 약국에서 판매하는 감기약의 수량을 제한하기로 했다.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료제품의 개발 촉진 및 긴급 공급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다음 주에 공중보건 위기대응 위원회를 열어 수량 제한 시행 시기, 대상, 수량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세청은 공항과 우편을 통한 감기약 국외 밀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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