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에는 성별이 없다 [2022 올해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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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빨간 인주로 찍은 기표 무늬에는 어딘가 사람의 소리가 스며 있는 듯하다.
손톱만 한 동그라미 안의 글자(卜)는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있을까.
여성가족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일 거라던 성폭력 피해자의 외침을 기억한다.
그러나 더 견고해진 광장의 목소리는 심장박동처럼 분명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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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빨간 인주로 찍은 기표 무늬에는 어딘가 사람의 소리가 스며 있는 듯하다. 손톱만 한 동그라미 안의 글자(卜)는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있을까. 여성가족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일 거라던 성폭력 피해자의 외침을 기억한다. 그 용기들이 메아리가 되어 아스팔트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든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하울링에 깃발이 나부끼고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흔들, 좁좁하게 둘러싸인 빌딩의 유리창이 덜컹거린다. 투표지를 넣는 투표함에는 성별 구분이 없지만, 그 선거를 뒤덮은 증오와 눈속임들에는 기울어진 성차별이 있었다. 무수한 노이즈들은 결국 체와 망에 걸러져 지워질 것이다. 그러나 더 견고해진 광장의 목소리는 심장박동처럼 분명히 울리고 있다.
사진 이명익·글 김멜라(소설가)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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