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에는 성별이 없다 [2022 올해의 사진]

사진 이명익·글 김멜라 2022. 12. 3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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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빨간 인주로 찍은 기표 무늬에는 어딘가 사람의 소리가 스며 있는 듯하다.

손톱만 한 동그라미 안의 글자(卜)는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있을까.

여성가족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일 거라던 성폭력 피해자의 외침을 기억한다.

그러나 더 견고해진 광장의 목소리는 심장박동처럼 분명히 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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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1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차별과 혐오, 증오 선동의 정치를 부수자’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그러나 빨간 인주로 찍은 기표 무늬에는 어딘가 사람의 소리가 스며 있는 듯하다. 손톱만 한 동그라미 안의 글자(卜)는 누구의 목소리를 담고 있을까. 여성가족부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이미 죽은 사람일 거라던 성폭력 피해자의 외침을 기억한다. 그 용기들이 메아리가 되어 아스팔트 거리로 나가 피켓을 든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하울링에 깃발이 나부끼고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흔들, 좁좁하게 둘러싸인 빌딩의 유리창이 덜컹거린다. 투표지를 넣는 투표함에는 성별 구분이 없지만, 그 선거를 뒤덮은 증오와 눈속임들에는 기울어진 성차별이 있었다. 무수한 노이즈들은 결국 체와 망에 걸러져 지워질 것이다. 그러나 더 견고해진 광장의 목소리는 심장박동처럼 분명히 울리고 있다.

사진 이명익·글 김멜라(소설가) sajinin@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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