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터널, 화마 키웠는데···'화재 안전 기준' 사실상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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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5명 등 4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 화재 사고가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의 방음 터널 설치 기준에 화재 안전 관련 내용이 전혀 없는 데다 국토교통부가 10년 전 방음 시설에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삭제하는 등 방음 터널이 그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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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대피시설 등 설치 면제하기도
1㎞이상 터널부터 기준 강화 지적
사망자 5명 등 42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도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 화재 사고가 안전 불감증에서 비롯된 예견된 인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의 방음 터널 설치 기준에 화재 안전 관련 내용이 전혀 없는 데다 국토교통부가 10년 전 방음 시설에 불에 타지 않는 ‘불연성’ 소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침을 삭제하는 등 방음 터널이 그동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방음 터널이나 방음벽과 같은 방음 시설 등의 화재 예방을 위한 재질 및 설계 관련 기준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환경부 소관의 ‘방음 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을 보면 방음 시설을 설계할 때 기본적인 고려 사항으로 주변 경관과의 조화, 강풍·강우·진동에 의한 변형 및 파괴 방지 등만 포함돼 있다. 반면 화재 안전성을 고려한 방음판 설계나 방음 자재 기준 관련 내용은 전혀 담겨 있지 않다.
여기에다 방음 시설 설치 때 화재에 강한 재질을 사용하도록 한 정부 지침이 2012년 삭제되면서 사고 위험을 더 키웠다. 국토부는 1999년 ‘도로설계편람’ 제정 당시 ‘방음벽에 사용되는 재료 중 외부는 불연성 또는 준불연성이어야 하고 내부의 흡음재료는 자기 소화성으로 연소 시 화염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2012년 개정판부터 해당 내용이 빠지면서 방음 터널이 화재에 더 취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9일 화재 사고가 발생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 터널은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재질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방음 터널은 철제 H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에 PMMA, 폴리카보네이트(PC) 등을 덮어 만들어진다. PMMA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에 강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불연 소재는 아닌 탓에 결국 불에 탈 수밖에 없다. 화재 발생 시에는 터널 구간을 따라 설치된 방음판에 불이 옮겨붙으며 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16년부터 방음 터널에도 방재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했지만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음 터널은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소화 설비와 경보 설비, 피난·대비 설비 등을 설치해야 하는데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방재 시설 설치를 면제하도록 예외 규정을 뒀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재방송 설비와 비상조명등, 무선통신 보조 설비, 피난·대피 시설을 설치 면제 대상으로 했다.
전문가들은 방음 터널 현황 파악부터 방재 대책까지 종합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방음 터널은 방음력에 초점을 두면서 화재 안전 규정이나 관리 기준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며 “전국 방음 터널 현황을 파악해 사고 발생 시 대피가 어려운 1㎞ 이상 터널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일반 터널 수준의 안전 기준을 적용하고 불연 소재 방음판으로 화재 위험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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