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전 빠뜨린 '너트 하나' 전투기 떨어뜨렸다(종합)

허고운 기자 박응진 기자 2022. 12. 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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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지난달 KF-16C 사고 조사 결과 발표… "작업·책임자 처벌"
"기어박스에 안 끼워 구동축 톱니바퀴 마모… 비행 중 엔진 정지"
공군 KF-16 전투기. (공군 제공) 2022.8.30/뉴스1

(서울=뉴스1) 허고운 박응진 기자 = 우리 공군 KF-16C 전투기가 지난달 임무 수행 중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사고는 약 12년 전 정비과정에서 너트 1개를 체결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군은 동일 엔진 200여기를 전수조사하고 12년 전 당시 정비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처벌하기로 했다.

공군에 따르면 제19전투비행단 소속 K-16C 전투기 1대가 비행 중 엔진 이상(정지)을 일으킨 건 지난달 20일 오후 7시58분쯤이다. 당시 전투기는 야간 전투 초계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일대 산악지역 상공을 450노트(시속 약 833㎞)의 속도로 날고 있었다. 고도는 2만4000피트(약 7.3㎞)였다.

전투기 조종사는 비행 중 엔진 경고등이 들어오면서 기체 추력이 감소되는 걸 느꼈고, 곧바로 '비상상황 발생'을 지상기지에 전파한 뒤 비상착륙을 위해 가장 가까운 강원도 원주기지로 했다.

조종사는 이 과정에서 2차례 재시동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결국 '원주기지까지 비행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해 민가가 없는 쪽으로 기수를 돌린 뒤 오후 8시5분쯤 비상 탈출했다고 한다. 이후 이 전투기는 원주기지 서쪽 약 20㎞ 거리의 양동면 금왕리 야산에 추락했다.

이와 관련 공군은 이 사고 발생 뒤 사고대책위원회(위원장 윤병호 참모차장·중장)를 구성, 사고 항공기 잔해를 수거해 잔해 재배치 분석 및 손상 부위 성분검사 등 정밀분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엔진 정지 원인은 "기어박스 내 연료펌프 구동축 톱니바퀴가 비정상적으로 마모돼 연료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고, 해당 톱니바퀴 마모는 "2010년 7월 엔진 창정비 과정에서 구동축을 고정하는 너트가 체결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공군 당국의 설명이다.

공군이 "비정상적으로 마모됐다"고 밝힌 '톱니바퀴'는 KF-16 전투기 엔진을 구성하는 5개 모듈 가운데 기어박스 모듈에 들어 있던 것이다. 기어박스 등 엔진의 각 모듈은 정비·교체주기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비시 교체 후 예비용으로 보관하거나 다른 엔진에 장착하기도 한다.

톱니바퀴 마모 문제가 발생한 기어박스는 2010년 창정비 뒤 2년간 예비용으로 보관하다 2012년부터 전투기 엔진에 다시 장착했고, 사고기 엔진에 장착한 건 올해 8월30일이었다.

공군 관계자는 "기어박스는 엔진 작동 4000시간마다 교체한다"며 "문제가 된 기어박스는 창정비 뒤 900시간을 사용해 잔여시간은 3100시간이었고, 사고 전투기 엔진에 장착해 사용한 시간은 62시간20분이었다"고 설명했다.

공군 관계자는 "(사고기 기어박스의) 엔진펌프 구동축 톱니바퀴와 베어링 등 부품은 너트가 없는데도 '억지끼움' 방식으로 고정해 상당히 오랫동안 작동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900시간을 사용하다보니 베어링에 오차가 생기고 톱니바퀴도 마모돼 이탈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군 KF-16 전투기. (공군 제공) 2022.8.18/뉴스1

사고기 기어박스에 장착되지 않은 너트는 지름 5.5㎝, 두께 1㎝ 정도 크기다. 우리 공군기에서 이 부품이 빠져 사고로 이어진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은 이번 사고와 관련, 2010년 창정비 당시 1·2차 작업자(동일인물)와 3차 품질관리 책임자, 공장장, 정비창장 등에게 정비 불량 등 책임을 묻는단 계획이다.

공군 관계자는 "감찰실장 주관으로 문책위를 열어 인사징계를 하고 형사처벌도 검토할 것"이라며 "공소시효의 경우 12년 전과 추락사고 발생일 중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겠으나, '공무상 과실' 및 '군용물 손괴죄'로 본다면 사고 발생한 시점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군은 이번에 결함이 확인된 엔진과 같은 품목 200여기의 부품 장착·체결상태를 조사 중이다. 현재까지 40여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조사 완료 엔진을 장착한 전투기는 내년 1월2일부터 비행을 재개한다.

공군은 "연이은 항공기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심기일전해 새해엔 신뢰받는 공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F-16은 우리 공군의 주력 전투기(4세대)로서 1980년대부터 추진한 차세대 전투기 사업(KFP)을 통해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현 록히드마틴) 개발 F-16 전투기의 주요 부품을 국산화해 국내에서 조립 생산한 기체다.

KF-16엔 1인승(단좌식)인 KF-16C와 2인승(복좌식)인 KF-16D 등 2개 유형이 있다.

공군의 KF-16 계열 전투기는 이번 사고에 앞서 1997년 8월 이후 연료 도관 부식 등이 원인이 돼 총 7차례 추락 사고를 일으켰다. 특히 2007년 7월 '비행 착각'으로 KF-16D 전투기가 추락했을 땐 조종사 2명 모두 순직했다.

이런 가운데 우리 공군에선 올해에만 모두 5차례의 추락사고가 발생했다. 1월11일엔 경기 화성시 정남면 야산에서 F-5E 전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순직했고, 4월1일엔 경남 사천시 제3훈련비행단에서 KT-1 훈련기 2대가 비행훈련 중 공중 충돌한 뒤 추락해 학생조종사와 비행교수 등 4명이 숨졌다.

그리고 8월12일엔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에서 F-4E 전투기 1대(조종사 2명 비상탈출)가, 이달 26일에도 강원도 횡성군에서 KA-1 경공격기 1대(조종사 2명 비상탈출)가 각각 추락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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