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시각]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올해도 참 많은 일 있었다
'중꺾마'에 심심한 위로 받기도
내년도 다사다난하겠지만
難이 너무 비통하지 않기를
또한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2022년을 돌아보면, 크게 몇 가지 사건이 생각난다. 먼저 떠오르는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그로 인한 참상을 매일같이 언론에서 접하면서, 전쟁의 끔찍함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지우기 힘들었다. 특히, 세상을 떠난 어린아이를 안고 있던 한 아버지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그다음으로 생각나는 건, 이태원 참사 사건이다. 너무도 아까운 청춘들이 희생당한 그 사건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많은 사람이 그 사건을 마치 자기 가족의 일처럼 비통해 했고, 여전히 그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나 또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더 오래 기억하고 애도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마지막으로 기억하게 되는 건 카타르 월드컵이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가 적혀 휘날린 태극기 앞에서, 우리는 무언가 '다시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부여받았던 듯하다.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처럼, 모두가 나에게도 꺾이지 않는 마음이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매년 한 해를 돌아볼 때면 우리는 심심찮게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고 말하곤 한다. 매년 우리 사회에는 어떤 크고 작은 일들이 일어나고, 우리 개인의 삶에도 마찬가지다. 모르면 몰라도, 내년 또한 다사다난할 것이다. 다만, 언제나 그렇듯 '다사다난' 중 '난'이 너무 비통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비극적인 일들은 삶에도 사회에도 계속 돌아오게 마련이지만, 그 일들을 견딜 수 있게 하는 일들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에 그토록 환희에 차고 위로를 느꼈던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어려운 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도 그러했지만, 전쟁과 금리 인상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는 한 해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면서 편지를 쓴다면, 그 수신인이 누가 되든 나는 '회복'에 대한 믿음을 전하고 싶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입게 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한, 그 상처들을 회복할 수 있는 힘 또한 우리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는 남편과 사별하고 '옵션B'라는 책을 썼다. 책에서 그녀는 결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일어섰는지를 절절하게 이야기한다. 사별 이후의 슬픔, 외로움, 자책감 등을 떨쳐낼 수 없어 괴로웠지만, 결국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스스로를 다독이는 힘으로 일어선다. 그녀는 최종적으로 옵션A는 세상을 떠난 그가 돌아오는 것이지만, 옵션A가 불가능하니 옵션B를 선택하면 된다고 말한다. 결국 그가 없는 삶을 선택하고 살아내는 것이다.
올해 우리가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에 대해 배웠다면, 내년에는 그 마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시 일어나는 법"에 대해 배우길 바라본다. 우리에겐 이미 존재했거나 내년에도 발생할 어떤 실패나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여전히 자기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 믿고, 내가 손 내밀면 붙잡아줄 사람이 있으며, 그로 인해 나도 새로운 옵션B를 선택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면 한다.
우리는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나는 나 자신을 비롯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그 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이 글이 우연히 닿은 당신에게도, 이 말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럴 땐 이 말을 믿고 이 말을 붙잡아 주었으면 한다.
[정지우 문화평론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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