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로 홍역 앓았던 채권시장···급한 불은 껐지만
채권 개인 순매수 금액 연초 대비 4배↑
CP, PF-ABCP 만기 물량은 ‘변수’
올 한해 채권시장은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고,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가 치솟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시장안정화 조치로 급한 불은 껐지만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불안 등 내년 채권시장에도 위험요인은 여전히 주목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첫 거래일(1월 3일) 1.855%이었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3.721%로 연간 100% 넘게 뛰었다. 2.460%에 불과했던 회사채 3년물 금리도 5.231%로 같은 기간 동안 약 112% 치솟았다.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영향권에 놓인 이후로 급속도로 상승했다. 채권시장에서 투자 심리가 악화되자 국고채 금리는 9월 26일에는 4.548%까지 치솟았다. 이날 금리는 2009년 10월 26일(4.6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채 금리도 지난 10월21일에는 5.736%까지 오르며 연고점을 찍었다.
여전히 매파적인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발맞춰 주요 중앙은행들이 긴축을 단행하자 한국은행(한은) 또한 금리 인상을 이어간 점도 채권 금리 인상을 부추겼다.
국내 증시가 부진에 빠진 와중 채권 금리는 수직상승하면서 채권에 투자하는 개인은 대폭 늘어났다. 시중금리 상승으로 채권의 액면 금리가 높아진 데다 향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서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년도 4조5675억원 수준이었던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올해 20조원을 돌파하며 전년도 순매수 금액의 4배를 넘어섰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된다는 인식이 강화된다는 점, 국채발행 부담 감소는 긍정적”이라면서 “원활한 국채 발행 기조가 확인될 시 투자 심리 개선이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연초 이후 자금유출 압력이 줄고, 정부와 한은 대응 여력이 남았다는 점에서 10월 수준의 금융혼란 재출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내년 채권 시장에서는 올해보다 신용 스프레드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베이비 스탭’(기준금리 0.25% 인상)을 밟으면서 긴축 완화세에 들어서면 스프레드 축소가 힘을 받게 된다. 신용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이로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자금 조달이 어려워진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2023년에도 신용스프레드의 축소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존 투자자들의 채권평가손실은 거의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채권시장에는 아직 불안 요소들이 잔존해있다. 특히 2023년 1분기에 증권사 CP(회사채)와 PF-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만기 물량이 많아 신용시장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안 연구원은 “1월에만 증권사 CP는 약 6조원, PF-ABCP는 약 16조원의 만기도래분이 있다”며 “2월까지 많은 만기 물량들이 존재해 이에 대한 차환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종합지표(BMSI)가 약세라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내년 1월 채권시장 종합지표는 지난달 103.8에서 하락한 99.0으로 집계됐다. BMSI는 100 이하일 경우 채권시장의 심리가 위축됐음을 나타낸다.
권정혁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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