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흔적이자 마지막 증거…재난수습 전문가가 본 유류품

김예나 2022. 12. 3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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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은 그들이 살았던 삶을 떠올리게 해주는 흔적이며, 우리가 아는 사람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마지막으로 엿볼 수 있게 하는 창문이다."

세계적인 재난 수습 기업 '케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공동 소유주인 로버트 젠슨은 그의 '일터'에서 마주하게 되는 물건을 이렇게 정의한다.

저자는 "죽은 자와 그들의 물건을 매립지에 파묻는 쓰레기처럼 취급한다면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운명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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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유류품 이야기'
책 표지 이미지 [한빛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이것들은 그들이 살았던 삶을 떠올리게 해주는 흔적이며, 우리가 아는 사람이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마지막으로 엿볼 수 있게 하는 창문이다."

세계적인 재난 수습 기업 '케니언 인터내셔널'의 회장이자 공동 소유주인 로버트 젠슨은 그의 '일터'에서 마주하게 되는 물건을 이렇게 정의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 누군가가 남긴 '유류품' 이야기다.

신간 '유류품 이야기'는 수많은 대규모 재난 현장을 수습한 저자가 정리한 기록이다. 미국 9·11 테러, 허리케인 카트리나, 2004년 남아시아 쓰나미(지진해일) 등 사고 현장에는 늘 로버트 젠슨이 있었다.

책은 대형 사고와 재난이 지나간 뒤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동시에 삶과 죽음의 의미,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등을 담담하게 전한다.

때로는 생존 위협을 느끼면서도 실종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그의 분투가 담겼다.

저자가 일터에서 마주하는 모습은 절대 아름답지 않다.

그는 죽은 사람 중에는 하루의 직장 일과를 시작하며 막 앉았던 책상에 그대로 끼여버린 사람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한쪽에는 운동화를, 다른 한쪽에는 하이힐을 신은 '이상한 조합'을 본 적도 있다.

누군가의 흔적을 쫓는 일은 베테랑인 저자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저자는 "죽음과 마주하며 34년을 살아온 셈"이라면서도 "개인 소지품을 찾는 것은 단순한 과정이지만 사람의 여러 감정을 건드린다"고 호소한다.

책은 죽은 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산 자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죽은 자와 그들의 물건을 매립지에 파묻는 쓰레기처럼 취급한다면 죽음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운명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오랜 기간 생사의 기로에서 많은 장면을 목격한 저자가 여러 차례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내게 항상 가장 힘든 부분은 죽은 사람과의 대면이 아니다. 그래야 마땅한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관료주의에 물든 정부의 반응이 가장 힘들다."

한빛비즈. 김성훈 옮김. 408쪽.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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