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 사실상 막는다…입국자 검역 ‘세계 최강’ 수준

권지담 2022. 12. 3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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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험난한 일상회복]중국발 입국자 방역강화 방안 발표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화
단기비자 발급 제한에 항공편 축소
정부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코로나19 선별진료소앞을 한 여행객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다음 달 2일부터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여행을 목적으로 한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항공편 운항도 줄인다.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대비책이지만, 다른 주요국보다 훨씬 강도높고 과도한 조처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0일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중국의 코로나19 상황 악화로 인한 국내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일부 방역조치를 강화한다”며 이같은 ‘중국발 입국자 방역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내년 1월8일부터 중국이 국경을 개방할 경우 국내 코로나19가 재확산될 것을 우려한 예방조치다.

방역강화 방안에 따라 내년 1월2일부터 2월28일까지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내외국인은 입국 후 1일 안에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야 한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단기체류 외국인은 별도 공간에서 대기하고, 확진될 경우 호텔 등 별도 공간에서 격리된다. 내국인과 장기체류 외국인은 자택에서 대기한다. 1월5일부턴 중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피시아르(48시간 이내) 또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24시간 이내) 음성확인서 제출도 의무화된다. 1월2일부터 31일까지 한 달간 외교·공무·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을 제외한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고 중국발 한국행 항공편도 축소한다.

한국 정부의 대중국 방역 대책은 주요 국가 가운데 가장 엄격한 수준으로,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발 입국자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처로 보인다. 일본은 중국발 입국자를 대상으로 이날부터 입국 후 코로나19 검사를, 미국은 내년 1월5일부터 입국 전 음성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지만, 한국처럼 입국 전후 검사를 모두 실시하지는 않는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 유럽국가도 별도의 입국 제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이날 중대본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굉장히 인접해있고 인적교류가 많은 국가”라며 “2020년에도 중국의 영향을 가장 먼저 많이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선제적인 입국 전후 검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조처와 관련해 교류 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시종일관 각국의 방역조치가 과학적이고 적절해야 하며 정상적인 인원 교류와 교류 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여러 나라의 보건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분석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며 “많은 나라는 중국이 인적 왕래를 편리하게 하는 정책에 힘을 쓰는 것에 환영을 표시하며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해 조치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고 말했다. 각국이 과학적 원칙을 견지하고 함께 손을 잡고 인원의 안전한 왕래를 보장하며 국제 단결 방역과 세계 경제 회복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방역전문가들은 아직 7차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재확산을 미리 예방할 필요가 있지만, 비자 발급 제한 등 입국을 원천 차단하는 조처는 과도하다고 본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변이 바이러스 유입 우려는 있지만, 코로나19 유행 초기와 비교하면 자연면역이나 백신접종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면역수준이 일정수준 올라왔기 때문에 중국인이 들어온다고 해서 우리나라가 못 견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확진 가능성이 있거나 확진자들의 입국을 막는 건 자연스러운 조처지만, 증상과 상관 없이 비자 발급이나 항공기 운항을 제한해 아예 우리나라에 입국을 못하게 막는 건 과도한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방역 조처를 강화하면서, 이에 따른 행정적인 대비 방안은 빠져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하루 중국발 입국자가 1만명이라고 가정하면 그 중 10%만 확진돼도 1천명이고, 일주일이면 7천명”이라며 “강화된 방역조처로 인한 검사 인력과 격리 비용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르면 내년 1월께로 예상됐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대외적인 상황이 국내전파로 이어질 경우, 계획했던 실내 마스크 의무 조정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중국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며 조정 시점을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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