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매시장 최고의 블루칩은 ‘쿠사마 야요이’…낙찰총액·최고가 ‘석권’
하반기 최대의 이벤트였던 프리즈 아트페어가 '반짝 효과'를 보여주긴 했지만, 올해 한국 미술시장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경매에 출품된 미술품의 절대 수량이 눈에 띌 정도로 줄었고, 그럴수록 이른바 돈 되는 작가들의 작품만 반복적으로 출품되는 현상은 더 두드러졌죠. 무엇보다 출품작의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점은 새해에도 별반 달라지지 않을 거로 보입니다.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군요. 국내 작가는 이우환, 해외 작가는 쿠사마 야요이만 팔린다고 해야 할 정도로 미술시장의 '편식'은 더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올해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은 쿠사마 천하로 시작해서 쿠사마 천하로 끝났습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와 아트프라이스가 오늘(30일) 발표한 '2022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연말결산' 자료를 보면, 올해 국내 경매사 10곳의 낙찰총액은 약 2천36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무려 930억여 원이 줄었습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이렇게 분석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시작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의 복합적인 경기 위축 요인이 미술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미술시장에서 코로나19 여파를 밀어냈던 '이건희컬렉션 기증 훈풍'과 'MZ세대 열풍'은 증발한 상태이다. 또한 소수의 특정 인기 작가에 대한 쏠림현상이 두드러졌다. 경기 불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환금성이나 안정적 투자가치에 대한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체 통계를 보면 출품작 수는 3만 985점, 낙찰작은 1만 8천468점, 낙찰률은 59.6%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보다 출품작은 1천970점, 낙찰작은 3천767점이나 줄었고, 낙찰률도 7.9%나 낮았습니다.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예상대로 쿠사마 야요이였습니다. 쿠사마의 작품은 한 해 동안 약 276억 7천436만 원어치가 팔렸습니다. 낙찰률도 72.96%로 높았고요. 지난해 낙찰총액 1위는 이우환 작가로, 약 394억 8천770만 원이었습니다. 이우환은 올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3위부터 10위는 박서보, 김환기, 이배, 김창열, 아야코 록카쿠, 이건용, 유영국, 박수근 순이었습니다.
개별 작품 최고 낙찰가 1위도 쿠사마의 차지였습니다. 지난달 서울옥션에 출품된 '호박' 그림이 기록한 64억 2천만 원(프리미엄 가격 약 75억 7천560만 원)이었습니다. 올해 최고 낙찰가 1위부터 6위까지를 쿠사마의 작품이 휩쓸었습니다. 20위까지 범위를 넓혀도 쿠사마의 작품이 8점이나 되고, 이우환이 6점, 김환기가 2점입니다. 올해 경매시장도 쿠사마 야요이와 이우환으로 끝난 겁니다.
장르별 비중은 어떨까요? 예상대로 회화가 63%로 비중이 가장 컸고, 판화 17%, 공예 9%, 서예 5% 입체 3% 등이었습니다. 여러 통계 항목 가운데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는데요. 낙찰총액 1~3위를 차지한 국내 작가 이우환, 박서보, 김환기의 작품에 'KYS 미술품 가격지수'를 적용했더니 캔버스 작품을 기준으로 호당 가격은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경매사들의 매출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올해 국내 경매사 가운데 낙찰총액 1위는 약 1천192억 원의 실적을 올린 서울옥션이었습니다. 2위는 낙찰총액 835억 원의 케이옥션이었고요. 하지만 국내 양대 경매사의 매출 손실만 약 999억 원입니다. (서울옥션 약 475억 원, 케이옥션 약 525억 원) 조사 대상이 된 경매사 10곳 가운데 서울옥션이 50%, 케이옥션이 35%로 두 곳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85%에 이를 정도로 편중이 심합니다.
김석 기자 (stone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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