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일몰에 현장선 우려 목소리…“다단계 구조 속 ‘저가입찰’ 늘어날 것”

유선희 기자 2022. 12. 3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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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을 벌인 지난 6일 충북 단양 한일시멘트 공장 앞에 서있는 파업 동참 차량에 위반 행위 적발 보고서가 붙어 있다. 한수빈 기자

“화주들이 당장에 운임을 깎는다는 말은 안 해도 입찰을 새로 할 필요가 있지 않냐는 말을 하거든요. 다시 경쟁입찰을 진행하겠다는 것인데 저가입찰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입니다. 화물기사들의 운임이 낮아지는 건 시간 문제라고 보면 돼요.”

부산에서 40년 가까이 운수사업자로 일해온 A씨(70)는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31일자로 종료되는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의 안전운임제에 대해 현장에선 벌써부터 우려가 크다고 했다.

A씨는 “안전운임으로 공표하던 금액이 아닌 운수사들 간 경쟁을 붙이는 입찰제도는 자연스럽게 운송운임을 떨어트릴 수밖에 없다”며 “운수사들 입장에선 물량 확보가 중요해 낮은 운임을 받고서라도 화주들과 계약을 맺으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결국 운수사가 화물기사에게 주는 위탁운임 삭감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안전이 후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은 화주가 운수사업자에 지급하는 ‘안전운송운임’과, 운수사업자가 화물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안전위탁운임’으로 구분된다. 화주와 운수사, 화물노동자, 공익위원들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소한의 운임’으로 공표된다.

국내 운송시장은 ‘화주-운수사-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다. 운수사업자가 세분화돼 있으면 그만큼 화물노동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A씨는 “운임 공표는 투명성을 강화해 무리하게 중간에서 수수료를 착취하는 시도를 막아 다단계 운송 거래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지급 흐름. 화물연대 제공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 일몰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화물연대는 “이미 현장에선 화주와 운송사 간 20~30% 삭감된 계약이 진행될 것이고, 운송사와 지입으로 계약한 화물노동자들은 운임이 삭감되고, 각종 수수료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운임 하락은 화물노동자의 생존권 후퇴다. 안전운임제로 그나마 억제해 왔던 과속, 과로, 과적으로 내몰릴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한국교통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안전운임제는 저가입찰, 다단계 거래단계의 시장구조를 개선하는데 기여해 왔다. 안전운임제를 지속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토교통부 의뢰로 교통연구원이 작성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 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2021년12월)에 따르면 컨테이너 운송시장에서 안전운임제 시행 전후 다단계 운송계약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입찰에도 변화가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화물차 안전운임이 적용되는 품목의 화주 100개 업체와 운수사 105개 업체 중 약 30~33%가 더 이상 가격입찰을 통한 계약을 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교통연구원은 “기존 시장에서 안전운송운임 또는 안전위탁운임 미만으로 가격 입찰이 이뤄지는 계약들이 법적으로 더는 지속될 수 없어 사라진 것으로 유추된다”면서 “기존 저가입찰 경쟁 시 감소할 수밖에 없던 화물기사의 몫이 안전운임제도를 통해 적정수준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저가입찰 계약 형태 감소가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료 중 화물노동자의 몫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 안정적인 계약을 통해 직접 운송을 주로 하는 운수사의 몫 또한 확대돼 시장구조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화물기사에게 지급해야 할 최소한의 운임을 안전위탁운임으로 보장하므로, 지속해 문제가 제기된 다단계 운송거래가 개선돼 건전한 화물 운송시장 환경조성에도 기여한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22일 국민의힘과 ‘안전운임제 3년 일몰기간 연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서자 “총파업에 나서지 않는 전제였다”면서 기간 연장 결정을 거둬들였다. 지난 20일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를 별도로 발족해 물류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협의체에서 나오는 안으로 다시 입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으로, 공백기간 동안 현장의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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