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던져준 혼돈[IT칼럼]

2022. 12.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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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난리’라는 표현이 어색하진 않다. 쏟아지는 뉴스의 양, 소셜미디어를 점유하는 포스팅의 양은 실로 상상을 넘어설 정도다. 너도나도 경험담을 쏟아내며 찬사와 찬미를 아끼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기술찬양론’이 압도적 우세를 점한다. 진부한 노동대체론에 공포감과 경외감까지 더해졌다. 역사적 사이클에 기반을 둔 비판 논리는 어디에도 낄 틈이 없다.

미국의 AI 연구기관 오픈AI가 트위터에서 대화형 인공지능 챗GPT를 소개하고 있다. / 트위터



그렇다. OPEN AI가 공개한 챗GPT(ChatGPT) 얘기다. 챗GPT는 한글이든 영문이든 질문(프롬프트라 한다)만 넣으면 해답을 찾아준다. 코드도 알려주고 문제풀이도 해준다. 뒤에 붙일 문구도 제안해주고, 강의 리포트도 대신 써줄 정도다. 제법 쓸 만하다. 정확도에 결함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보조자로서 함량 미달은 아니다.

이세돌을 눌렀던 알파고도 이번에 알파코드로 진화했다. 프로그래밍 코드를 대신 써주는 AI다.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상위 54% 안에 드는 실력도 갖췄다. 코딩 교육 의무화 논의가 나온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다. 챗GPT의 코딩 실력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더해 한 수 위 실력자가 불현듯 출현한 셈이다.

이제 교육은 혼돈의 시기로 접어들게 됐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선뜻 결론 내리기가 어려워졌다. 코딩도 대신해주고 글쓰기도 도와주는 기술이 보편화하는 와중인데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키워가는 길인지 답을 내기가 쉽지 않게 됐다. 챗GPT는 이렇게 답한다. “코딩과 글쓰기 능력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지만 인간을 인간답게 키워가는 길은 다릅니다. 이러한 길은 사회적 신뢰성과 윤리적 지혜 그리고 자신을 알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제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포함됩니다”라고.

인간의 글과 지식을 학습한 이 기계의 답변에, 어쩌면 인간이 가야 할 길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코딩도 글쓰기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사회성과 윤리성,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제어하는 능력일 것이다. 그것이 기계가 갖출 수 없는 무한의 인간다움일지도 모른다. 이를 인간의 창의적·윤리적 기계 제어능력이라면 비약일까.

2019년에 나온 일련의 주목할 만한 논문들은 “인공지능, 기계화, 기술 진보 등은 인간의 일자리(jobs)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특정 작업(tasks)을 대신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지긋지긋한 AI의 노동대체 논리를 예리하게 반박한 논문들이다. 이 논리는 챗GPT나 알파코드가 일반화하더라도 크게 변하진 않을 듯하다. 하지만 작업 수준의 대체가 이젠 현실이 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시 교육의 문제로 돌아가자. 챗GPT와 학생이 작성한 에세이나 리포트를 구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작업 수준’에서 AI의 대체 범위에 들어왔다. 다만 그것의 품질은 학생의 질문 수준에 달려 있다. 기계지능의 활용을 위한 질문(프롬프트) 최적화와 제어능력이 핵심 변수가 됐다. 얼마나 창의적이고 기발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넣느냐가 기계 작업의 품질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의 질문지능을 높이는 길, 그것이 교육이 바라봐야 할 방향 중 하나다. 챗GPT의 쓸 만한 답변을 끌어낸 것도 결국 인간의 질문이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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