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쓴 소설, 그럴듯한데?
2022. 12. 30. 16:21
챗GPT·미드저니 직접 사용해보니
몇초 만에 이야기·삽화 뽑아내지만
단순하거나 서구 중심 편향 등 한계도
챗GPT는 먼저 도심 테러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줬다. 마음에 들지 않아 채팅창 아래에 있는 ‘재생성’ 버튼을 눌렀다. 누를 때마다 핵 공격, 거대 운석의 지구충돌을 소재로 새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묘사만 있어 심심하니 대화를 넣어달라고 하자 대화도 만들어준다. 한국어로 물으면 답변이 느리고 짧아서 영문으로 물어본 후 구글 번역으로 번역하고 문장을 다듬었다. 운석 충돌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아래처럼 완성됐다.
이야기도 척척 기후위기 속에서 한 가족의 생존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하니 아래처럼 만들어준다.
삽화도 척척 이야기를 모험물로 바꾸고 싶었다. 식량위기로 국가 간 전쟁이 터지고, 사회가 중세시대로 돌아갔다는 내용을 반영해 새로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다. 새로운 설정대로 이야기를 다시 썼다. 존의 가족이 갈라진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물로 바꿀 수도 있었다. 나머지 내용은 비슷한데 이런 내용이 추가됐다.
여러 번 실험한 결과 A4 한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 긴 이야기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SF영화나 종말론적 소설에서 흔히 본 듯한 서사구조가 두드러진다는 특징도 잡아낼 수 있었다. 몇초 만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속도는 경이롭지만, 인간이 쓴 소설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복잡하고, 기존에 본 적 없는 창의적인 서사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개인의 창의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야기에 맞는 삽화를 만드는 건 역시 인공지능이 잘한다. 키워드나 문장을 제시하면 거기에 어울리는 합성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AI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하니 그럴싸한 삽화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한계는 보인다.
따로 인종이나 지역을 설정하지 않는 한 대체로 백인에 가까운 인물이 나온다. 챗GPT가 만든 소설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서구식 이름을 달고 있는 등장인물이 많았다. 박성규 강원대 AI융합학과 교수는 “학습데이터 자체에 편향성이 있거나, 데이터 자체는 편향성이 없지만, 모델 자체에서 의도치 않게 특정 피처(데이터)에만 가중치를 주면서 편향성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편향성을 극복하려는 개선과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몇초 만에 이야기·삽화 뽑아내지만
단순하거나 서구 중심 편향 등 한계도
“모든 것이 변해버린 것은 바로 그날 이후였다.” 한 사교육 업체가 “김영하 작가의 첫 문장을 이어 쓸 예비 작가를 찾습니다”라는 광고에서 제시한 문장이다. 오픈AI의 챗봇 ‘챗GPT’ 채팅창에 이 문장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를 만들어달라고 입력했다.
챗GPT는 먼저 도심 테러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만들어줬다. 마음에 들지 않아 채팅창 아래에 있는 ‘재생성’ 버튼을 눌렀다. 누를 때마다 핵 공격, 거대 운석의 지구충돌을 소재로 새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묘사만 있어 심심하니 대화를 넣어달라고 하자 대화도 만들어준다. 한국어로 물으면 답변이 느리고 짧아서 영문으로 물어본 후 구글 번역으로 번역하고 문장을 다듬었다. 운석 충돌을 소재로 한 이야기는 아래처럼 완성됐다.
모든 것이 변해버린 것은 바로 그날 이후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수요일 오후였다. 직장에서 점심을 먹은 후 쉬고 있었다. 소셜미디어 피드를 넘기던 중 뉴스를 봤다.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고, 단 몇시간 만에 충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즉시 가장 친한 친구인 마이크에게 전화를 걸어 그 소식을 들었는지 확인했다.
“자네, 이거 봤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뭘 봤느냐고?” 마이크가 혼란스러운 듯 물었다.
“소행성! 지구에 충돌할 거래!”
전화기의 다른 쪽 끝에서 긴 멈춤이 있었다. “그럴 리 없어.” 마이크가 마침내 말했다. “사실일 리 없어.”
“진짜야.” 가슴이 뛰는 걸 느끼며 말했다. “방금 속보로 봤어. 뭔가를 해야 해.”
“우리가 뭘 할 수 있을까?” 마이크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소행성이 이미 여기로 오고 있다는데, 우리가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난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쓰며 깊은숨을 쉬었다. “안전한 곳으로 가야 해. 충격을 피할 수 있는 지하 어딘가로.”
“어디로 갈까.” 마이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도 모르겠어.” 절망감이 나를 덮치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우리가 알아내야 해. 그래야만 해.”
대화를 마친 우리는 세상의 종말을 이겨낼 수 있는 곳을 필사적으로 찾아 나섰다.
이야기도 척척 기후위기 속에서 한 가족의 생존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하니 아래처럼 만들어준다.
태양은 메마른 땅에 무자비하게 내리쬐며, 갈라지고 갈라질 때까지 땅을 굽고 있었다. 존은 걱정 가득한 무거운 마음으로 황량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구가 곤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나빠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떡할 건데, 존?” 메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우리는 더는 여기에 머물 수 없어. 농작물은 사라졌고, 식량은 거의 떨어졌어.”
존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알아, 메리. 하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 새로운 기후에 적응한 지역사회에 대한 소문을 들었지만 어떻게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하늘은 흐릿한 주황색이었고, 땅을 휩쓸었던 수많은 산불이 만든 연기로 가득했다. 농작물이 시들고 죽어 사람들은 굶주리고 절망에 빠졌다. 메리는 어린 두 아들을 먹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한 음식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어느 날 불타버린 식료품점 폐허에서 쓰레기를 뒤지고 있을 때였다. 존은 자신을 부르는 희미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무너진 건물 그늘에 함께 모여 있는 작은 무리의 사람들을 만날 때까지 그 소리를 따라갔다.
“존, 당신이에요?” 누군가 외쳤다.
존은 그림자 속을 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봤고, 친절하고 현명한 눈을 가진 노파를 보았다. “네. 제가 존이에요.” 그가 말했다.
“전 사라예요.” 노파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을 찾고 있었어요. 곤경에 처했다고 들었습니다.”
존은 의심했다. “무슨 뜻이에요?”
사라는 존에게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전 당신과 당신 가족이 피난처와 음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만들기 위해 함께 뭉친 생존자들의 공동체입니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구성원을 찾고 있죠. 당신의 가족은 큰 보탬이 될 거예요.”
존은 주저했지만 메리는 그에게 기회를 잡으라고 격려했다. 그들은 몇 가지 소지품을 챙겨 사라와 다른 생존자들과 함께 출발했다.
그 여정은 길고 힘들었지만 결국 그들은 공동체에 도착했다. 큰 도시의 폐허 속에 세워진 작고 자급 자족적인 마을이었다. 그곳 사람들은 존의 가족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곧 일자리와 살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존과 메리는 새로운 기술을 배웠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커뮤니티에 이바지했다. 그들은 행성의 남은 자원을 보존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두 아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쳤다.
“우리 참 먼 길을 왔어, 메리.” 어느 날 존은 안뜰에서 아들들이 노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우리가 이런 곳을 찾게 될 줄은 몰랐어.”
“알아.” 메리가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우린 해냈어. 기후 변화로 황폐해진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았지. 이제 우리 아들들을 위해 세상을 조금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 기회가 생긴 거야.”
삽화도 척척 이야기를 모험물로 바꾸고 싶었다. 식량위기로 국가 간 전쟁이 터지고, 사회가 중세시대로 돌아갔다는 내용을 반영해 새로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다. 새로운 설정대로 이야기를 다시 썼다. 존의 가족이 갈라진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물로 바꿀 수도 있었다. 나머지 내용은 비슷한데 이런 내용이 추가됐다.
그들은 여행하면서 작은 공동체를 공포에 떨게 하는 침입자 무리를 만났다. 존과 메리는 도움을 주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수적으로나 화력에서 열세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침입자들이 약탈하고 파괴하는 것을 지켜보기를 거부했다. 의지할 것은 결단력과 용기뿐이었다. 존과 메리는 공동체를 이끌고 침입자를 상대로 대담한 공격을 감행했다. 치열한 전투였지만 결국 그들은 승리했다.
다른 커뮤니티는 존과 메리의 용기에 영감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그들의 대의에 동참했다. 그들은 함께 일하면 가장 강력한 장애물도 극복하고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번 실험한 결과 A4 한 장 분량의 짧은 이야기는 가능하지만, 그 이상 긴 이야기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SF영화나 종말론적 소설에서 흔히 본 듯한 서사구조가 두드러진다는 특징도 잡아낼 수 있었다. 몇초 만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속도는 경이롭지만, 인간이 쓴 소설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복잡하고, 기존에 본 적 없는 창의적인 서사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개인의 창의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야기에 맞는 삽화를 만드는 건 역시 인공지능이 잘한다. 키워드나 문장을 제시하면 거기에 어울리는 합성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내는 AI ‘미드저니(Midjourney)’를 이용하니 그럴싸한 삽화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다만 여기서도 한계는 보인다.
따로 인종이나 지역을 설정하지 않는 한 대체로 백인에 가까운 인물이 나온다. 챗GPT가 만든 소설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서구식 이름을 달고 있는 등장인물이 많았다. 박성규 강원대 AI융합학과 교수는 “학습데이터 자체에 편향성이 있거나, 데이터 자체는 편향성이 없지만, 모델 자체에서 의도치 않게 특정 피처(데이터)에만 가중치를 주면서 편향성이 생길 수 있다”라면서 “편향성을 극복하려는 개선과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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