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 보낸 강아지 만나러 가는 ‘캐나다 체크인’, 그 뒷 이야기[이진송의 아니 근데]

기자 2022. 12. 30. 16: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함께한 순간 짧아도 기억해요…‘사고’ ‘버릴’ 존재 아닙니다
몇 년 전 캐나다로 입양된 ‘애로우’는 유기견 시절 자신을 구조한 임시 보호자가 부르는 이름 ‘공손’을 잊지 않고 달려와 반갑게 안겼다. <캐나다 체크인>은 10년 이상 유기견 구조 및 봉사 활동을 해온 이효리가 공길(고인숙)과 함께 해외에 입양 보낸 강아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담았다. tvN 제공

이효리의 <캐나다 체크인>(tvN)이 지난 17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캐나다 체크인>은 10년 이상 유기견 구조 및 봉사 활동을 해온 이효리가 캐나다로 해외 입양 보낸 강아지를 만나러 가는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이효리가 직접 기획하고, 구조부터 입양까지 직접 찍은 영상들을 ‘털어’ 제작에 협조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친밀한 독자라면 이미 널리 공유된, 몇 년 전 입양된 개가 임시 보호자를 알아보고 달려와 반가워하는 영상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방문객에게 관심이 없던 개(애로우·한국 이름 공손)는 한국에서 임시 보호할 당시 불렀던 이름을 듣자 대번에 귀를 젖히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온다. 임시 보호자도, 시청자도 눈물 콧물이 칼국수처럼 흐르는 순간이다. 하지만 이 코너의 이름은 ‘아니 근데’.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만 할 수 없다. 역시 개는 사람을 좋아한다거나 힐링이라며 공유만 하고 끝나서는 안 되는 현실이, <캐나다 체크인>이라는 프로그램의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니까.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세계가 있다. 한 사람의 범위는 제한적이기 마련이라, 이 ‘경험’에는 미디어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고 듣는 것도 포함된다. 그래서 한국인의 대부분이 오랫동안 동물의 귀여움을 ‘힐링’과 ‘감동’으로 소비하면서도, 정작 그 동물이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시야에서 사라지는지 무지한 것에는 사회적 책임이 있다. 나 역시 초등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팔고, 학생들에게 강압적으로 개구리 해부 수업을 진행하며, 체험학습이라는 명목으로 온갖 동물을 전시하는 문화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미디어가 어리고 귀엽고 건강한, ‘특정 품종의’, ‘인간에게 편리한’, ‘특이하거나 흥미로운’ 동물만을 편향적으로 조명하는 동안 동물을 판매하고 소유하고 유기하는 산업이나 구조적 폭력은 은폐되었다. 동물은 간단하게 ‘사고’ ‘버릴’ 수 있는 존재로 유통되었다. 유행에 따라 입고 버리는 옷처럼. 특정 품종이 미디어에서 유명해져 인기를 끌면 다음 해에 해당 품종의 유기동물이 대규모로 발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고, 희귀동물을 과시하듯 데리고 다니는 사람의 목격담은 자주 화제가 된다.

단박에 친해지는 동물은 없어…유기견 ‘특별함’ 인정하는 관계 필요
‘보호소’ 가도 열흘 만에 안락사, 평생 인연 이어줄 ‘임시보호’ 중요해
품종 차별 여전한 한국 펫문화, 해외 입양 보낼 필요 없게 바뀌어야

SNS의 발달로 오랫동안 사적인 분투를 이어온 유기견 봉사자들의 활동이 가시화되고, 강형욱을 필두로 한 동물 행동 훈련사들이 미디어에 등장하여 반려와 공존의 의미를 재정의하면서 반려동물 문화는 느리지만 천천히 바뀌기 시작한다. 아직 펫숍에서 동물을 사는 것이 흔하던 시절, 이효리가 유기견 봉사 활동을 시작한 사실 또한 대중들의 인식 변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인간의 애호 목적에 충실한 ‘애완동물’이라는 표현보다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의 ‘반려동물’이라는 표현이 더 자주 쓰인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유기동물 또한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정 품종의 동물을 선호하거나 배척하는 문화, 펫숍의 공급과 수요 역시 공고하며 이는 유기동물 발생과 밀접하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1500만가구가 넘지만, 2020년 통계 기준 매일 357마리의 동물이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은 구조되더라도 이름만 ‘보호소’인 곳에 가고, 유실·유기 동물에 대한 지원 기간인 10일이 지나면 안락사 대상이 된다.

임시 보호는 이렇게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이나, 위험한 상황에 놓인 동물을 구조하여 평생 가족을 찾아주기 전까지 돌보는 활동이다. 이효리는 <캐나다 체크인>에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임시 보호의 중요성과 임시 보호자의 애환, 해외 입양의 현실을 수면 위로 올린다. 그리고 경험과 공감으로 어루만진다. “근데 임보자가 정말 중요해.” 많은 동물이 구조 당시 건강이 좋지 않고,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모르며, 인간의 기준에서 ‘아직 매력적이지 않’다. 이는 유기견 자체의 특성이 아니다. 유기된 존재는 누구나 그러하다. 임시 보호자는 이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배변이나 산책처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학습하도록 가르친다. 돌봄 속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안정과 연대를 경험한 동물은 입양자와 훨씬 더 부드럽게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임시 보호와 해외 입양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은 “왜 입양하지 않느냐”라거나, “어차피 강아지한테는 또 버려지는 일이다”, “멀리 보내는 게 동물한테 고생이다”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이효리의 동행이자 유기견 봉사자인 공길(고인숙)도, 장시간 비행을 거쳐야 하는 해외 입양에 대해 동물에게 미안해한다. 하지만 이효리는 단호하게 말한다. 그래도 보호소 생활보다는 낫다고. 임시 보호를 통해, 더 많은 동물을 살릴 수 있다고. 한 생명을 평생 책임지는 일만큼이나 생명의 일부를 책임지고 더 나은 세계로 건너가도록 돌보는 일도 숭고하다. 그런 이효리 역시 헤어지는 일은 몇 번을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며 눈물 흘린다.

최초의 유기만큼이나 입양자의 파양, 입양 후 학대도 빈번하기에 입양자를 잘 선별하는 것 또한 임보자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이다. 인터넷에서는 종종 입양 심사 과정이 까다롭다거나, 임보자가 ‘갑질’을 한다는 식의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대부분 입양과 임시 보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오해이다. 한국에는 동물 학대나 유기를 제약하고 예방할 안전장치가 거의 없기에, 입양을 보내는 입장에서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고르고 골라서 보내도 얼마 지나지 않아 파양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흔하기 때문이다(동물 학대법이 있긴 하지만, 동물보호법 위반 피의자 대부분은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재판을 받아도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단체와 연계되지 않은 개인 구조자나 임보자는 예방접종, 해외 입양을 보낼 때 드는 비용 등도 모두 사비로 충당한다. 매일 많은 유기동물이 발생하지만, 이로 인한 문제와 부담은 ‘개인’과 일부 단체의 선의로 간신히 감당하는 현실이다.

올해 8월 JTBC 프로그램 <팻키지>에서는 김희철이 “유기견을 키운다는 게 진짜 대단한 것 같다. 강아지 전문가들은 강아지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한테 유기견은 절대 추천 안 한다. 유기견들은 한 번 상처를 받았어 가지고 사람한테 적응되는 게 너무 오래 걸리고”라고 발언했다. 자막으로는 ‘초보 애견인들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 유기견’이라는 문장이 방송됐다. JTBC는 방송 5일 후 “반려견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신중함과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 의도였다고 해명했으나 의문은 남는다. 신중함과 막중한 책임감은 ‘유기견 입양자’에게만 필요할까? 살아 있는 동물이 낯선 존재인 나와 단번에 잘 어우러지면 ‘추천’이고, 아니면 ‘비추’일까? 버려진 존재는 경험이 없는 사람과 살 자격이 없고, 경험이 없는 사람은 자기가 노력하는 대신 다른 존재의 부적응을 문제 삼으면 될까? 중요한 것은 어떤 존재를 평생 책임지겠다는 마음이고, 그 과정이 내 상상과는 다를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음을 숙지하는 태도다. 이효리와 공길은 쉼터에서 성격 좋기로 유명했던 공손이가 입양 갔던 집에서 다른 강아지와 싸우는 바람에 다른 집으로 갔던 이야기를 하며 이렇게 말한다. “모두하고 친해도 안 맞는 누군가가 있잖아.” “함부로 이야기하면 안 돼.” “사람도 그렇잖아. 이유가 있을 테고, 공손이한테도.” 유기견이라서, 공손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국에는 어떻게 관계 맺는지의 문제이다.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한 가지 더. <캐나다 체크인> 초반, 이효리가 이동 봉사를 한 강아지 ‘유나’의 구조자가 남긴 편지에 ‘믹스견은 국내 입양이 어려워서’ 해외 입양을 가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해외 입양을 가는 많은 동물이 소위 말하는 ‘비품종’ 동물이다. 개의 경우에는 특히나 대형견이 많다. 1화에서 산이가 믹스견이냐고 묻는 입양자의 질문에, 이효리는 “아주 스페셜하다”고 대답한다. “보더콜리는 아니지만, 스페셜한 보더콜리지?” 한국은 품종이 아닌 믹스견, 특히 대형견을 선호하지 않는 사회다. 정확히는, 차별하고 배제한다. 대형견을 기르는 견주들은 수시로 입마개를 하라거나, 왜 그렇게 큰 개를 키우냐는 시비에 맞닥뜨린다. 어떤 강아지 유치원이나 애견 카페는 믹스견의 출입을 금지한다. 품종을 따지는 문화는 개·고양이 번식 공장이 존속하는 근거이다.

<캐나다 체크인>의 서사와 재회 스펙터클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결국은 ‘캐나다 체크인’이 사라지는 현실을 필요로 한다. 유기동물이 줄어들고, 멀리까지 해외 입양을 갈 필요 없이 다양한 동물이 국내에서 평생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며, 종차별 없이 특별함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