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불타는 트롯맨' 서혜진 PD가 바라본 콘텐츠의 힘

현혜선 기자 2022. 12. 30.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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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PD / 사진=크레아 스튜디오 제공
[서울경제]

대한민국에 트롯 오디션의 열풍을 불고 온 서혜진 PD가 '불타는 트롯맨'으로 '미스터트롯2'와 정면 승부에 나섰다. 그가 강조한 건 스타 탄생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팬덤을 모을 수 있는 콘텐츠다. TV조선을 나와 제작사를 설립한 것도 콘텐츠의 무한한 확장성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었다.

MBN 예능프로그램 '불타는 트롯맨'은 트로트 쾌남들의 인생을 건 도전을 담은 초대형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맡은 서혜진 PD는 TV조선에서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시리즈를 비롯해 '사랑의 콜센타', '내딸하자', '화요청백전' 등을 연출하며 대한민국에 트롯 열풍을 주도했다. 그는 지난 7월 TV조선을 퇴사하고 제작사 크레아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지난 20일 '불타는 트롯맨'을 론칭했다.

"TV조선을 나오게 된 배경은 제가 IP(지적 재산권)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에요. 방송국에 소속돼 있는 PD들은 자기 콘텐츠를 만들어도 권리를 행사할 수 없어요. 앞으로 시장에서는 누가 힘 있는 IP를 많이 갖고 있느냐로 갈릴 거예요. 특히 K 콘텐츠의 확장성을 생각하면 IP 독점은 플랫폼보다 만드는 사람 쪽으로 권리가 넘어올 거고요. 저와 같이 나온 PD들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죠."

제작사에서 처음 론칭한 프로그램은 그 제작사의 첫인상이 되기 마련이다. 서혜진 PD가 '불타는 트롯맨'을 첫 주자로 내세운 것도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 그는 결자해지(結者解之)의 마음으로 '불타는 트롯맨'을 론칭하게 됐다고 밝혔다.

"트롯 오디션이라는 걸 처음으로 기획해서 만들었던 제작진이 결자해지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어요. 아마 대형 트롯 오디션의 마지막 버전이 되지 않을까요. 오디션은 장르, 사이즈 별로 분화되고 있는 것 같아요. 트롯은 성인가요지만, 분화되는 기점에 놓여 있죠. 양상은 달라질 거예요. 그 부분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업그레이드된 트롯 오디션을 앞세운 만큼, 전작과 차별화된 강점도 있었다. 서 PD는 국민 투표제와 오픈 상금제를 도입해 시청자 참여와 볼거리를 더했다고 말했다. 초반부터 팬덤을 형성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최고 목표인 스타 탄생에 만전을 기울이겠다는 포부다.

"국민들이 부활자를 선택할 수 있는 국민 투표제를 집어넣어 오디션이 벌어지는 장에 드라마를 더했어요. 전작에서는 마지막에 국민 투표제를 돌입해 팬덤 싸움을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처음부터 시청자와 의견을 주고받는 방식이죠. 오픈 상금제는 아마 '오징어 게임'을 연상할 수 있을 거예요. 심사위원이 버저를 누를 때마다 상금으로 쌓여요. 초반부터 상금이 많이 나와서 걱정이긴 합니다."(웃음)

본격적으로 팬덤 대결 구도를 만드는 셈이다. 과열된 팬덤 경쟁에 대한 우려는 없을까. 서 PD는 트롯계가 아직 걱정할 수준의 팬덤이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지금은 우려보다 팬덤을 더 키워야 될 시점이라고.

"3년 사이에 트롯을 소비하는 형태가 달라지긴 했어요. 여러 가지를 팬덤 문화 안에 끌어와서 다양하게 즐기더라고요. 하지만 더 확장될 수 있는 건 많죠. 오디션의 목적은 과열될 만큼의 스타를 던져놔야 되니까요. 제작진은 시청자 사이에서 결을 섬세하게 읽고, 공정성만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팬덤이 파워를 갖고 좌지우지하려면 만 명 이상이 돼야 해요. 나아가 1만5,000명 정도가 되면 오디션 문자 투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죠. 아직 '불타는 트롯맨' 참가자 중 그런 사이즈의 팬덤은 없어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출발 선상에 서 있는 거예요."

서 PD가 계속해서 강조하는 건 스타 탄생. 오디션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다. 또 오디션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지속적인 후속 프로그램을 론칭해 팬덤을 확장시켜야 된다고 했다. 실제로 서 PD는 '미스터트롯'의 후속 프로그램으로 '사랑의 콜센타' 등을 제작한 바 있다.

"스타가 나와서 범국민적으로 알려지고, 지금까지 쌓은 재능을 펼치면서 영역을 넓혀야 돼요. 그게 스타의 힘이죠. 후속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예요. 오디션 후에 후속을 2개씩 넣는 방송국과 제작진은 없잖아요. '너네 알아서 살아가야 된다'는 마인드예요. 하지만 후속 콘텐츠는 서로에게 윈윈이 돼요. '불타는 트롯맨'도 더 재밌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예정입니다."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의 성공 이후 각 방송사마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시작했다. 서 PD가 하나의 현상을 만든 것이다. 그는 이를 바라보면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확장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하니까 나도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고, 끝나는 느낌이죠. 앞서 결자해지라고 얘기했는데, 우리는 3년 동안 오디션을 기획해서 시장성과 확장성을 볼 수 있기에 다음 단계를 바라볼 수 있어요. 트롯 콘텐츠에서 시장이 커진 건 우리가 처음이죠. 분명한 자부심이 있어요."

서 PD의 또 다른 이름은 제작사 크레아 스튜디오 대표다. 그는 제작사로서 스튜디오를 키울 계획도 갖고 있다. 한 쪽에서 트롯 관련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또 다른 한 편에서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의 셀럽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저희는 앞으로 뜰 사람에게 관심이 있죠. 물론 리얼리티는 기존 스타들과 할 수 있지만, 결국 우리가 만드는 콘텐츠를 통해 그분이 얼마나 더 유명해질 수 있을까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게 크레아 스튜디오의 정체성이에요."

"2023년에는 '불타는 트롯맨'에서 새로운 스타가 나와 한 해 농사의 기반이 됐으면 좋겠어요. 또 새로 시작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화제를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요. 크레아에서 새로운 걸 만들 수 있는 걸 알리고,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드릴 수 있길 바랍니다."

현혜선 기자 sunsh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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