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軍, 압구정 검문소 37년 무단 점유에 변상금 1억 낸다

김지훈 기자 2022. 12. 3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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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軍 강남구에 "2월까지 변상금 납부" …강남 40억 아파트촌~한강변 사이
압구정동 390번지. 국방부 경고판과 한국위기관리연구소 명패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지훈 기자 lhshy@mt.co.kr

국방부가 압구정동 한강변에서 약 6800평(2만2000㎡) 규모 시유지를 30년 넘게 무단 점유했다가 변상금 1억원을 물어내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강남 금싸라기땅을 군사정권시절부터 검문소 등으로 사용했던 게 무단 점유로 판정난 셈인데, 군은 최근 5년분 변상금만 납부하게 됐다. 관계법령상 국·공유재산 무단점유 관련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효가 최대 5년이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압구정동 390번지의 정당한 사용권자임을 주장하기 위해 1980년대 문건들을 조사했다. 하지만 뚜렷한 증빙 자료가 나오지 않자 변상금을 내게 됐다. 달리 보면 토지 사용과 관련한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국가 안보 시설이 운영돼 왔던 것이다.
軍, 전날 내년 2월까지 변상금 납부 공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국방부·서울시·강남구를 취재한 결과를 종합하면 국방부는 강남구에 압구정동 390번지 무단점유를 인정하고 내년 2월까지 변상금을 납부하겠다는 공문을 보냈다. 무단 점유된 토지는 등기부등본상 면적 2만2618.9㎡에 지목은 도로이며 소유자는 서울시가 단독으로 기재돼 있다. 강남구내 시유지 위탁관리는 강남구가 맡아 왔으며 군이 변상금을 구에 제출하면 구와 시에 절반씩 분배된다.

군은 압구정동 390번지를 1985년부터 동호검문소로 사용하는 한편 동일 지번내 일부 구간에 있는 건물을 2009년부터 민간 사단법인 위기관리연구소에 임차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동 390번지 위치도.

포털 사이트에 전용 105㎡ 매물이 호가 40억원에 올라와 있는 미성1차아파트 및 현대고등학교와 한강변 사이에 있는 부지이다. 본지가 현장을 방문한 결과 올림픽대로와 인접한 땅에 "이 곳은 국방·군사적 목적으로 취득한 국유재산" "무단점용 시 국유재산법에 의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등 내용의 경고판이 국방시설본부 경기남부시설단장 명의로 설치돼 있었다.

한자로 '한국위기관리연구소'라고 기재된 명패도 압구정동 390번지 일부 구간 출입문 앞에 붙어 있었다. 위기관리연구소는 예비역·민간학자들의 국가위기관리 관련 연구 목적으로 2008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올해 대선에서 이재명 캠프에 합류했던 김운용 전 지상작전사령관(예비역 육군 대장)이 지난 5월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위기관리연구소는 임차 배경과 관련한 본지의 질의에 2009년부터 2~3년 단위로 국방부로부터 건물을 유상 임차해 사용해 왔다고 밝혔다. 위기관리연구소 측은 임차 배경에 대해 "정상적 공고를 거쳐 입찰을 한 것으로 안다. 군과 정치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군이 위기관리연구소로부터 받는 임대료는 월 20만~3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압구정동 390번지 경고문.

하지만 서울시는 작년 압구정동 390번지가 군에 의해 무단 점유됐다고 판단하고 강남구 내 시유지를 위탁 관리하는 강남구와 군 당국이 사용 관련 협의를 이어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변상금 부과 논의와 관련해 강남구에 "국방부가 주장하는 1985년 검문소 신축 당시 수도사령부와 지자체의 협의 자료는 몇 달씩 이미 양방에서 조사했으나 확인할 수 없다"며 "무허가 건물 대장에도 누락된 시설물"이라는 의견을 기재했다.

공문에는 국방부가 위기관리연구소에 건물을 임대한 것에 대해서는 "국방부는 2009년부터 민간 사단법인에 유상임대를 해 온 바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됐다.

법상 최대 5년분까지 변상금 부과…시 공유재산심의회도 관건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구가 국방부에 부과한 변상금 규모에 대해 "1억700여만원 정도로 5년치"라며 "민간 사단법인이 임차한 부분을 포함한 부지 전체에 대한 변상금"이라고 했다.

도로 사용 변상금은 '도로 사용료'(점용면적×사용기간×요율×개별공시지가)에 20%를 가산한 금액이 책정되는데 국·공유재산 관련 법령 등에 따라 변상금 납부 시 사용기간은 최대 5년까지만 소급 적용된다.

압구정동 390번지 등기부등본.


국방부는 압구정동 390번지 소유권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본지의 질의에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상 서울시 소유 토지"라며 "다만, 국방부는 지방자치제 실시 이전인 1985년 동호대교 건설 당시부터 동호검문소를 설치해 운영했다"고 했다. 공공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방·군사시설(수도방위사령부 검문소) 목적으로 사용 중이며, '국유재산법'에 따라 작전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일부 공간을 사용허가 중"이라고 했다.

국방부의 경고문이 시유지에 붙어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건물에 대한 재산권에 대해 명시한 것"이라고 했다. 시가 '무허가 건물'로 간주하는 재산이 국방부 것이라는 게 군의 주장인 셈이다.

시 관계자는 군이 변상금 완납시 부지를 현행대로 사용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 쓰려면 건물 등기를 하고 임대료를 구청에 내야 하며, 내지 않으려면 무상사용 협의를 해야 될 것"이라고 했다. 현행 제도상 건물 등기를 마칠 경우 시 공유재산심의회 결과에 따라 유·무상 사용 허가가 나올 수 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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