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40년 만에 역사속으로…'남산 힐튼' 마지막 장면은

주동일 기자 2022. 12. 3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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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31일 호텔 영업 종료…철거 후 오피스 등으로 개발
호텔 내 카지노 '세븐럭', 용산 드래곤시티로 옮겨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 판교 등 수도권에 새 호텔 예정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지난 1983년 개장한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이 오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힐튼호텔은 공식 홈페이지와 각종 호텔 예약 사이트를 통해 31일 이후 예약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밀레니엄 서울힐튼. 2022.12.30. livertrent@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1993년부터 여기 회원이었죠. 오늘이 마지막이어서 와봤습니다."

30일 오전 영업 종료를 하루 앞둔 '밀레니엄 힐튼 서울 호텔' 회원 A씨(84세)는 로비에서 마지막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호텔에 맡겨뒀던 소지품을 챙기며 "오래전부터 오던 곳이었는데 너무 아쉽다"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밀레니엄 힐튼은 31일 이후로 예약을 받지 않고 영업을 종료하기로 했다. 1983년 문을 열어 40년 동안 운영했지만, 지난 2월 호텔을 매입한 이지스자산운용이 건물 철거를 거쳐 새 복합시설을 짓겠다고 발표하면서 문을 닫게 됐다.

이날 투숙객들이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밤을 보내는 마지막 손님들인 셈이다. 다음날 체크아웃 시간인 오전 11시가 지나면 객실에 머무는 이는 없어진다.

밀레니엄 힐튼의 로비는 2층부터 지하층까지 연결돼 있다. 높이가 18m에 이르는 로비의 중앙 계단엔 호텔 명물인 '미니어처 힐튼열차'의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끊이지 않았다.

미니어처 힐튼열차를 구경 중인 방문객들. 사진=주동일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미니어처 힐튼열차는 1995년부터 연말마다 운영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미니어처 곳곳엔 후원금을 낸 기업들의 로고가 붙어있다. 후원금은 아동복지관 등에 전달한다.

하지만 지하 로비로 내려오면 영업을 종료해 불이 꺼진 레스토랑들이 눈에 들어왔다. 레스토랑 '오크룸' '비스트로 50 & 구상노사카바' 등이다.

또 다른 레스토랑 '카페 395'는 지난달 21일부터 조식 뷔페와 단품 요리만 제공 중이다. 카페 '살란트로 델리', 운동 시설 '이그제큐티브 헬스클럽' 등은 이날까지 운영한다.

문을 닫은 밀레니엄 힐튼의 레스토랑. 사진=주동일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밀레니엄 힐튼은 1977년 당시 일리노이 공대 건축학과 교수였던 김종성 씨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으로부터 직접 부탁받아 설계한 지하 1층·지상 22층 규모 5성급 호텔이다.

김 씨는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SK서린빌딩, 부산 파라다이스 호텔 등을 지은 1세대 현대 건축가로도 유명하다.

산에 둘러싸인 배산 구조로 지어졌던 이전 건축물들과 달리, 김 씨는 호텔이 남산을 에워싸는 듯한 형태로 밀레니엄 힐튼을 설계했다. 입구를 남산 쪽으로 내고, 호텔의 양 끝이 병풍처럼 남산 방향으로 꺾인 것도 이 때문이다.

대우그룹과 우리나라 일류 건축가가 함께 지은 건물이었던 만큼 개관 후 서울시 건축상 금상을 받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

1997년 국제금융위기 때 미셸 캉드쉬 IMF 총재와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북한 조문단이 머물렀던 곳으로도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씨가 직접 밀레니엄 힐튼을 운영하면서 집기부터 미술품까지 곳곳에 정성을 들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외환위기를 겪고 1999년 싱가포르 기업 씨디엘호텔코리아에 밀레니엄 힐튼을 매각하자 정 씨가 호텔 방문을 닫고 통곡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밀레니엄 힐튼의 수익성은 악화했고 결국 지난해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밀레니엄 힐튼을 철거하고 2027년까지 오피스와 호텔 등을 갖춘 복합시설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호텔 운영도 종료하게 됐다.

밀레니엄 힐튼 지하의 상점. 사진=주동일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호텔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그동안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 보내주신 관심과 성원에 감사드린다"며 "2023년 1월 1일부터 밀레니엄 힐튼 서울은 힐튼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올렸다.

한편 밀레니엄 힐튼에서 2005년 영업을 시작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은 입찰을 거쳐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드래곤시티 내 이비스호텔 5층 그랜드볼룸으로 31일 영업장을 옮긴다. 이름도 '세븐럭 서울드래곤시티점'으로 바꾼다.

세븐럭은 2019년 기준 입장객이 90만명에 달했다. 입장객이 50만명대에 그쳤던 서울 내 타 카지노보다 인기를 끌며 당시 매출 22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캐시카우 몫을 해왔던 곳이다. 드래곤시티에선 면적을 20% 늘리고 테이블을 5개 늘린다.

글로벌 호텔 체인 힐튼은 국내 수도권에 새 호텔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힐튼호텔 측은 "우선 경기 판교 쪽에 위치한 더블트리 바이 힐튼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호텔은 내년 1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d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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