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병역의 신’ 브로커, “올 상반기만 256건 등급 변경” 실적 홍보···5만개 넘는 ‘지식인’ 답변
지식인에 스스로 남긴 답변만 5만3991개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씨의 병역 면탈을 도운 혐의로 구속된 브로커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전초기지 삼아 고객들을 모집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브로커는 블로그를 통해 병역 처분 변경 실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상담 비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병무청의 불법 행위 조사를 피하기 위해 상담은 일대일로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병역 브로커 구모씨는 자신을 ‘병역의 신’이라고 지칭하며 군 전문 행정사무소를 운영했다. 해양경찰로 공직에 입문한 구씨는 공군 제8전투비행단, 제17전투비행단 등에서 수사관으로 일했다. 구씨는 이 같은 이력을 활용해 행정사 자격증을 딴 뒤 돈을 받고 의뢰인들의 병역 면탈을 도운 것으로 추정된다.
구씨의 사업 주무대는 네이버 지식인과 블로그였다. 병역 고민을 토로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면 간단한 답글을 단 뒤 유료 상담을 권유하는 식이었다. 구씨는 지식인 유료 상담 플랫폼 ‘엑스퍼트’에 전문가로 등록돼 있었다. 구씨는 “200만원 가격의 상담을 받으면 보충역이나 전시근로역으로 전역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거냐”는 질문에 직접 “통과를 도와드린다. 전문가이니 가능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이런 식으로 구씨가 지식인에 남긴 답변은 5만3991개에 달한다.
구씨는 해마다 병역 처분 변경 결과를 실적이라며 홍보했다. 그의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 1월1일부터 6월25일까지 구씨가 중개한 신체등급 변경 사건은 371건으로 이 중 256건이 등급 변경 처리됐다. 이 가운데 47건이 생계유지 곤란 사유였다. 지난해에는 신체검사 등급변경 298건, 생계유지 곤란 사유 병역감면 41건, 입영 및 소집연기 1059건을 중개했다고 블로그에 공개했다.
구씨는 그러면서도 불법행위가 적발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가급적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구체적 병명 등을 적시하며 “보충역이나 면제 처분을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씨는 “댓글 답변은 받지 않는다. 친구 추가 후 문자메시지를 주면 무료 상담을 해주겠다”고 답했다. 자신의 블로그에도 “본인은 병역기피를 조장하거나 사위를 이용해 병역을 면탈하는 행위에 대해선 국방부와 병무청에 해당 사실을 통지할 것”이라며 “공정한 병역 업무 이행에 이바지할 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병역 미필자 정보공유 카페’에서 활동하는 한 누리꾼은 구씨에게 “(당신이 하는 일과 비슷한) 병역 관련 직무를 갖고 싶다”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씨는 “병역이란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에 행위나 답변에 민·형사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병무청에서 미필자 공유 카페, 그밖의 병역 관련 지식인들에 대해 항상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병역 면탈 행위, 면탈 조성행위, 방법 등의 내용이 포함될 시 병역기피방조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며 “실제 병무청 병역조사과에서 조사를 받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제 경험상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박은혜)는 지난 21일 구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구씨가 서울 강남구에 병역 문제 관련 사무소를 차린 뒤 병역 면탈 방법을 알려주고 금품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자금 거래와 통화 내역, 병원 진단서 등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구씨를 통해 병역 면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은 100여명에 이른다. 여기에는 고위 공직자 및 법조인 자녀, 프로스포츠 선수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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