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 48일만에 검거된 ‘라임 주범’ 김봉현, 구속부터 보석·도주·검거까지
검거 당시 김 전 회장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소재 아파트에 은신해 있었다. 검찰이 아파트 문을 강제로 열어 내부로 진입했고 수면 바지를 입고 혼자 있던 김 전 회장을 붙잡았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들어서자 아파트 9층 베란다 창틀을 뛰어넘으려고 시도하고 격한 말을 하는 등 강하게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지난 2019년 '라임 사태'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다.
라임 사태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자에게 펀드 부실을 고지하지 않은 채 연 5~8%의 수익률을 약속해 상품을 판매하다 결국 환매 중단에 이른 사건이다. 현재까지 추산되는 피해액만 1조6000억원에 이른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의 '돈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자금 등 10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20년 5월 구속기소됐다. 당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구속을 강력하게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이 2019년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5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며 충남 태안반도 쪽에서 중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9월께부터 김 전 회장의 도주 준비 정황을 파악해 이를 막기 위한 시도를 수차례 했다. 검찰은 지난 9월 14일과 지난 10월 7일 김 전 회장의 또다른 범죄 혐의와 관련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김 전 회장이 보석 이후 1년 넘게 재판에 출석하면서 보석 조건을 위반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고,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또 지난 10월 26일 검찰은 보석 취소를 법원에 청구했다. 2일 후인 지난 10월 28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과 합의가 안 돼 법정 구속이 예상될 경우 중국 밀항을 준비했다는 내부자 진술이 확인됐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검찰의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은 지난달 11일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1일 오후 3시 결심 공판을 앞두고 같은 날 오후 1시 30분께 경기도 팔당대교 인근에서 보석조건부 전자장치를 끊고 도주했다. 이후 48일 동안 자취를 감췄다.
법원에서 김 전 회장의 보석이 취소된 것은 도주 사실이 통보된 이후인 지난달 11일 오후 2시 50분께였다. 김 전 회장의 도주를 막을 기회가 번번이 법원의 결정에 가로막힌 것.
김 전 회장이 해외에 밀입국할 것을 우려한 검찰은 해경과 협조해 김 전 회장의 밀항을 단속했다.
또 김 전 회장의 자수를 압박하기 위해 주변인들을 구속하는 조치에도 나섰다. 김 전 회장의 조카 A씨는 직접 차를 몰아 그를 팔당대교 부근까지 태워주고 전자장치 훼손을 도왔다가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회장의 친누나에 대해서도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의뢰했다.
김 전 회장 검거 전담팀은 대검찰청에서 수사관 5명을 파견받는 등 총 23명 규모로 꾸려졌다. 이들은 약 50회의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고 100명 넘는 회선을 대상으로 통신 분석을 진행했다.
김 전 회장은 검거 과정에서 수사팀에 거친 욕설과 함께 "나가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횡령 혐의 관련 재판과 별개로 공용물건손상 관련해 추가기소할 예정이다. 이외에는 수사를 통해 추가 혐의 유무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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