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 재질기준 10년전 삭제"…터널화재 녹아내린 '아크릴' 방치했나

김도엽 기자 박기현 기자 2022. 12. 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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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건설공사 기준이 담긴 '도로설계편람'에 방음터널을 포함한 방음벽에 사용되는 재료가 '불연성'이어야 한다는 지침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화재의 방음터널엔 가연성 소재의 폴리메라크릴산 메틸(PMMA)이 사용됐는데, 지침 삭제가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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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도로설계편람서 '불연성' 소재 기준 삭제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2022.12.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박기현 기자 = 도로건설공사 기준이 담긴 '도로설계편람'에 방음터널을 포함한 방음벽에 사용되는 재료가 '불연성'이어야 한다는 지침이 삭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친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화재의 방음터널엔 가연성 소재의 폴리메라크릴산 메틸(PMMA)이 사용됐는데, 지침 삭제가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999년 도로설계편람 부대시설편에는 '방음벽에 사용되는 재료 중 외부는 불연성 또는 준불연성이어야 하고, 내부의 흡음재료는 자기 소화성으로 연소시 화염을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침이 나온다.

그러나 지난 2012년 개정된 도로설계편람 부대시설편에는 '재질기준 및 기타 고려사항'의 내용이 삭제돼 있다. 투과손실, 흡음률, 가시광선투과율 등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돼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현장에서 화재대응상황 보고를 받고 있다. 2022.12.30/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불에 타 녹아내린 아크릴 'PMMA'…2016년 '미사용' 권고도

이번 방음터널 화재의 피해가 커진 주 원인으로는 PMMA가 꼽힌다. 아크릴 소재의 PMMA는 빛의 투과성이 좋고, 가공하기 편리해 전세계적으로 쓰이는 재료긴 하나, 발화 온도점이 낮고 불이 붙었을 때 녹아내리며 연소가스가 빨리 퍼지는 등 폐쇄된 공간이나 화재에는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불이 난 방음터널의 소재가 바로 PMMA다.

PMMA는 인화점이 약 280도로 낮아 화재 위험성이 높다. 지난 2016년 교통연구원은 PMMA 소재는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제안한 바 있다. 앞서 지난 2020년 8월 경기도 용인에서도 차량 화재가 발생했는데 이 불이 방음벽으로 옮겨붙어 터널 전체가 탄 바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방음벽을 타고 삽시간에 불이 번져 터널 50m가량이 불에 탔다.

지난 2016년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을 통해 방음터널에도 방재시설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일반터널에 비해 느슨한 점도 지적되고 있다.

지침에는 방음터널의 경우 화재시 연기의 배출이 제한돼 인명피해가 예상되므로 방재시설의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로만 명시돼 있다 더욱이 재방송 설비, 비상조명등, 무선통신보조설비, 피난·대피시설은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는 이런 지적을 확인한 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도로설계편람에서 방음벽 재질기준이 삭제된 것과 관련 "확인을 한 뒤 말씀드리겠다"라면서도 "규정 미비가 노출된 부분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서둘러서 적용을 하려고 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가장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d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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