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조 M&A 성사···삼일PWC, 10조 딜 자문해 1위 등극
삼일 PwC, 금융·회계 최다 자문으로 시장 주도
메릴린치·CS·모건스탠리도 주요 M&A 산파역
김앤장, 법률 자문 43조 수행해 부동의 1위
대우조선·쌍용차·메디트 등 새 주인 맞게 돼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은 올해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해 위축된 환경에도 미래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기업들과 사모펀드가 투자를 지속하면서 100조 원 넘는 거래가 완료되거나 계약을 맺는 성과를 냈다. 삼일PwC는 대기업의 자본 유치 등 10조 원 이상의 거래에 조력하며 M&A 자문 시장의 강자인 크레디트스위스(CS)·골드만삭스(GS) 등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존재감을 빛냈다.
시장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꺾이며 1조 원 넘는 빅딜은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다. 다만 M&A 시장의 플레이어들 간 기업가치를 둘러싼 눈높이 격차가 줄고 있어 내년에는 조(兆) 원 단위의 대형 거래가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이 벌써 나온다.
서울경제 시그널이 30일 집계한 리그 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M&A 시장에서 자금 납입을 완료한 거래는 총 551건, 거래액은 73조 4550억 원에 달했다. 주식매매계약(SPA)이 발표된 거래도 128건으로 인수가를 합치면 28조 2435억 원으로 확인돼 101조 6985억 원의 M&A가 성사됐다. 서울경제 시그널은 50억 원 이상 경영권 인수와 지분 투자 거래를 대상으로 리그 테이블을 집계했다.
삼일PwC는 올해 가장 활발하게 금융 자문을 펼치며 시장을 떠받쳤다. 완료될 딜을 기준으로 10조 2080억 원의 거래를 이끌며 M&A 자문사 1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삼일PwC는 SK에코플랜트의 싱가포르 전자폐기물 처리 기업 테스(TES) 인수(1조 2429억 원)와 8000억 원의 상환우선주(CPS) 및 구주 인수로 진행된 SK에코플랜트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 자문을 수행했다. 삼일에 이어 삼정KPMG가 7조 7792억 원의 자문을 수행했는데 쌍용차 매각에서 KG그룹을 도왔고 티맥스소프트 경영권 매각(5620억 원) 등을 주도하기도 했다.
미국계 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지난해 계약을 체결한 두산공작기계 매각(2조 4000억 원)과 휴젤 인수(1조 7239억 원) 거래를 올해 마무리하면서 자문 실적 3위에 랭크됐다. CS는 한화(000880)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2조 원)와 SK·한국조선해양(009540) 등이 참여한 테라파워 투자 유치(1조 826억 원) 등을 성공시켜 4위에 올랐는데 내년 중 거래 종결을 앞둔 M&A도 2조 원 이상이어서 두둑한 보너스를 챙기게 됐다.
법률 자문 분야에서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성과가 두드러졌다. 총 43조 5697억 원의 자문을 수행해 뒤를 이은 법무법인 광장(18조 1783억 원)과 율촌(12조 614억 원)의 실적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김앤장은 한앤컴퍼니의 SKC 필름사업 부문 인수(1조 5950억 원)와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브룩필드의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산업용 가스 생산 설비(1조 원) 인수 자문 등을 수행했다. 특히 내년 종결을 앞둔 거래 실적만 12조 원 이상에 달해 M&A 법률 자문에서 독주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일PwC는 회계 자문에서 91건이 넘는 딜을 수행해 이 분야에서도 1위에 올랐다. 거래 규모는 22조 3405억 원으로 전체 금액의 41%를 차지했다. 삼일PwC는 두산그룹의 채권단 졸업 후 첫 투자인 반도체 기업 테스나 인수(4600억 원)에서 매각 측 회계 자문을 수행했고 올 2월 끝난 LG그룹의 S&I코퍼레이션(3642억 원) 매각 거래에서도 공정한 실사 자료 제공 등으로 주가를 높였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상반기 중 깜짝 등장한 일진머티리얼즈(020150)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매각 주관사로 나선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의 경영권 지분 53.5%에 2조 7000억 원을 베팅했다. 롯데지주(004990)와 롯데물산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지원을 위해 롯데케미칼에 1조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14년 만에 다시 이뤄진 빅딜로 이목을 끌었다. 2008년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나선 산업은행은 6조 원대 가격을 제시한 한화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했지만 당시 계약은 파기됐고 법적 분쟁까지 갔다. 산은은 9월 한화그룹과 전격적으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맺은 뒤 이달 16일 본계약 체결을 마쳤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를 주축으로 해 대우조선 신주를 2조 원에 사들여 지분 49.3%를 확보한다. 이 거래는 법무법인 세종과 태평양이 매각 측, 율촌이 인수 측 법률자문을 맡아 원활한 계약 체결을 뒷받침했다.
네이버는 북미 1위 패션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를 16억 달러(약 2조 2913억 원)에 인수해 관심을 모았다. 네이버 측 회계 자문사로 삼정KPMG, 법률자문사로 율촌이 각각 참여했다. SD바이오센서가 SJL파트너스와 손잡고 미국 진단업체 메리디언바이오를 15억 달러(1조 9931억 원)에 인수하는 ‘크로스보더(국경간 거래)’ 딜도 성사됐는데 삼일PwC가 회계 자문을 맡아 지원했다.
거래가 급물살을 탔다가 무산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글랜우드PE는 PI첨단소재 지분 54.07%를 1조 2750억 원에 베어링PEA에 매각하기로 하고 6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유니슨캐피탈은 메디트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10월 칼라일·GS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양측이 가격 협상에 실패했다. 이후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인수자로 등장해 최근 매매가 2조 4500억 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투자 유치를 위해 대기업이 몸값을 낮추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SK온은 올 초 기업가치를 약 40조 원으로 제시하며 외부 투자자에 대한 신주 발행을 검토했지만 금리 급등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몸값을 22조 원 수준으로 하향했다. 이를 통해 한국투자컨소시엄으로부터 8243억 원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도 2조 원을 SK온에 투입하기로 해 내년 추가 투자 유치가 기대된다.
김선영 기자 earthgirl@sedaily.com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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