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5억, 과천 -4억…전셋값 폭락에 '갭투자' 집주인들 비명

유엄식 기자 2022. 12. 30.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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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개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서울 강남구, 경기 과천시 등 주거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 신축 단지의 전셋값도 대폭 하락세다. 2년 전보다 보증금이 5억원 이상 내린 신규 거래가 등록됐다.

2년 전 고점 가격대에 전세를 구한 세입자들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신규 계약을 통해 보증금을 일부 돌려받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매매) 비중이 높은 집주인들은 이자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한주간 0.9% 하락…금융위기 직후보다 낙폭 커
30일 KB부동산 주간 주택가격동향 통계에 따르면 12월 넷째주(26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9%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주 전 통계 작성 후 주간 최대 낙폭(-0.95%)을 기록한 이후에도 2주 연속 -0.9% 하락세를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후에도 주간 0.7%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락장'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주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 아파트 전셋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곳은 금천구로 한 주 새 1.98% 하락했다. 관악(-1.69%) 강동(-1.40%) 송파(-1.27%) 은평(-1.24%) 등도 주간 1%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구도 아파트 전셋값이 0.97% 내려 전주(-1.35%)에 이어 하락세가 이어졌다.

강남구에선 특히 신축 단지 입주가 많은 개포동 일대 전셋값 낙폭이 컸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59㎡(12층)는 지난 29일 보증금 6억4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2년 전 같은 평형 최고 전세가 11억2000만원보다 4억8000만원 내린 금액이다.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3층)는 지난 3일 5억84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2년 전 같은 평형 전세 최고가인 12억5000만원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경기도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92% 떨어졌다. 12월 첫째 주 평균 1.03% 하락해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한 후에도 4주째 주간 0.9% 이상의 급락세가 이어졌다.

고양 덕양구와 화성시 아파트 전셋값이 한 주 새 1.62% 내려 가장 많이 떨어졌고 김포(-1.48%) 시흥(-1.47%) 안산 단원구(-1.38%) 등도 다른 지역보다 전셋값이 많이 내렸다.

지난주 2.20% 내려 역대 주간 최대 낙폭을 기록한 과천은 이번주도 전셋값이 1.11% 내렸다. 그동안 준강남으로 분류돼 분당과 함께 경기도 아파트값 시세를 견인했지만, 금리인상 여파와 입주 물량 증가로 전셋값 낙폭이 크다.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전용 84㎡(14층)는 지난 9일 8억5000만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등록됐다. 2년 전 같은 평형 최고 전세가 11억원보다 2억5000만원 하락했다. 갈현동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에선 이달 전용 84㎡ 전세 계약 3건이 신규 등록됐는데 시세가 4억7000만~5억원으로 주변 단지 2년 전 시세보다 3억원 이상 낮다.

과천은 다른 지역과 달리 올해 초까지 전셋값이 오름세였다. 하지만 일대 재건축 단지 이주가 마무리되고 지식정보타운 신축 아파트 입주 물량이 늘어나자 9월 이후 급락세를 나타낸다. 지역 이주 수요 특성과 금리인상 충격이 맞물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인천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평균 0.68% 하락했다. 송도국제도시가 위치한 연수구가 1.13% 내려 낙폭이 가장 컸고 부평구(-0.97%) 중구(-0.93%) 서구(-0.68%) 등 신축 단지 입주 물량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많이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세...매수심리 악화
서울을 비롯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번주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0.37%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36% 떨어졌다. 25개 자치구가 동반 하락한 가운데 강동구(-1.22%) 금천구(-0.97%) 도봉구(-0.82%) 양천구(0.55%) 등이 다른 지역보다 낙폭이 컸다.

이와 함께 경기(-0.52%) 인천(-0.43%) 등 수도권과 부산(-0.38%) 대구(-0.29%) 광주(-0.35%) 대전(-0.39%) 울산(-0.26%) 등 지방 광역시도 아파트값이 동반 하락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침체를 고려해 각종 규제를 완화했지만 매수 심리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이번 주 매수자와 매도자의 비중을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는 17.0으로 집계됐다. 이 지표는 0~200으로 산출되며 100을 기준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매수자가 적다는 의미다. 서울(18.8) 경기(12.9) 인천(15.6) 등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까지 모두 20 이내의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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