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韓스태프 최종진X황정록 "후속편, 더 놀라운 CG 기술 나올 것"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13년 만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 후속편이 공개됐다. 이번에 개봉한 '아바타: 물의 길' 뒤에는 CG를 담당한 웨타FX 소속 한국인 스태프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의 노고가 있었다.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제작 월트디즈니컴퍼니, 이하 '아바타2')은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견뎌내야 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아바타2'는 영화적 체험을 위해 특수관에 최적화 됐다. 압도적인 CG와 영상미로 관객들을 판도라 행성 한가운데로 초대한다. 특히 '물의 길'이라는 부제답게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멧카이나 부족들을 앞세워 손으로 만져질 듯한 물의 질감을 표현해 냈다.
이에 대해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바로 수중 퍼포먼스 캡처다.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기술이다. 예전엔 물속 장면을 촬영하거나 퍼포먼스 캡처를 할 때 허공에서 줄에 매달린 채 연기했다"며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은 직접 물에서 연기를 해야 한다고 하셨고, 수중 카메라를 발명했다. 수중 퍼포먼스 캡처가 가장 큰 혁신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또한 물의 질감과 관련해선 "'아바타' 시즌 1, 2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물 표현이다. '아바타'가 수영장 정도의 규모라면, '아바타2'는 바다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물 표현에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며 "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엄청난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했다. 예전에 '아바타' 영화 전체에 필요한 데이터 양이 1페타바이트였다면, 이번 '아바타2'에선 18.5페타바이트가 쓰였다. 주로 물을 표현하고 렌더링 하는 등의 용도였다. 99%의 물 장면은 CG였다"고 설명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가 전반적인 CG의 퀄리티를 책임졌다면,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극 중 제이크 설리와 키리, 토노와리의 얼굴 작업을 담당했다. 그는 전편과 '아바타2'의 가장 큰 차이점에 대해 "페이셜 시스템에 기술적으로 많이 진보됐다. '아바타' 때는 표정의 움직임을 직선의 조합으로 만들다 보니 입체감 표현은 페이셜 아티스트가 수작업으로 수정해야 했다"며 "이번 '아바타2'에선 웨타FX가 새로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얼굴 근육을 기반으로 셋업할 수 있게 됐다. 곡선의 조합도 자연스럽게 구현이 가능해졌다. 이번 시스템에선 수정 과정이 줄어들었음에도 캐릭터의 표정이 자연스럽게 구현됐다"고 이야기했다.
앞서 '반지의 제왕' '혹성탈출' 시리즈를 비롯해 마블 스튜디오 작품에서도 CG팀으로 활약해온 두 사람에게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만남은 또 다른 기회이자 기쁨이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아바타'를 작업해보고 싶어서 큰 망설임 없이 참여했다"며 "저에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작품의 품질을 타협하는 경욱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건 아티스트로서 정말 만나기 힘든 작업 환경이다.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것만이 목표였고,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이 수평적인 위치에서 이런 것을 경험한다는 건 쉽지 않다.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는 최종진 CG 슈퍼바이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13년 만에 역대 최대 규모 속편에 참여하게 됐다. 예전엔 이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가족들도 제가 무슨 영화를 하는지 잊어버릴 정도였다"며 "그런데 이번 '아바타2'를 한다고 하니까 굉장히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하더라. 돌아가신 아버지도 지금 아신다면 굉장히 기뻐하셨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또한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과 처음으로 일을 하면서 큰 예산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들을 활용해서 비주얼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흔치 않은 기회였다"며 "감독님은 누구보다 CG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꼼꼼해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수정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아바타2'는 전편에 이어 세상에 나오기까지 약 13년의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이에 대해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13년이 걸렸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감독님이 스토리를 구상하시고, 캐릭터들의 새로운 환경들을 개발하시는데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셨다"며 "실질적으로 기술 개발 부분 등을 제외하고 실제적으로 CG를 작업한 기간은 2년이 조금 넘는 것 같다. 작업 시간은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짧진 않았다. 다만 아티스트 개개인 분들이 다들 너무나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라 열의를 가지고 참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역시 "긴 시간 '아바타2' 일을 하면서 저에게 제일 큰 도움이 됐던 건 그 시간 동안 캐릭터의 얼굴에 대해서 연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2020년부터 작업을 하면서 좋은 시간이었다"며 "저는 얼굴을 먼저 셋업해야 해서 2019년부터 시작했다.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린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랜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은 있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13년 동안 기술 발전이 너무 많았다. '커스틱'이라는 기술은 빛이 물결을 통과하거나 반사될 때 굴절돼서 사물에 맺히는 현상이다. 20년 전에도 이 기술이 가능했지만, 하위 성능이 발달하지 못해서 영화에서 대규모로 쓰이진 못했다"며 "이번엔 웨타FX 자체 개발 기술로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제가 이번 페이셜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건 배우와 페이셜 간에 싱크로율이었다. 레퍼런스에 참여하고, 배우들을 연구해서 사실적인 부분을 만들었다"며 "제가 하는 일이 캐릭터의 길잡이가 되는 얼굴 표정을 미리 만들어서 가이드 셰입을 모아 한 캐릭터 시스템을 완성하는 거였다. 다행히 배우들의 퍼포먼스 캡처 데이터와 자연스럽게 블렌딩 돼서 성공적으로 캐릭터들의 얼굴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근래 두 사람을 비롯해 한국인 아티스트가 해외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에 대해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예전에 비해 굉장히 많아졌다. 어찌 보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팬데믹 영향도 클 것 같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부각되면서 기회가 많아졌고, CG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다"며 "예전엔 한 영화에서 한 스튜디오에서만 작업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 마블의 경우는 10군데 스튜디오에서 동시 작업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함께 그는 "그만큼 CG샷이 많아졌고, 진입장벽은 낮아졌다"며 "팬데믹은 안 좋지만, CG 아티스트들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기회가 늘어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한국인이라서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기보단 웨타FX의 경우 모두 평등하게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모여있다"며 "공통된 점은 아트로 서로 소통하고, 다양한 분들이 모여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이런 글로벌 현상들이 한국 아티스트가 많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아울러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향후 '아바타' 시리즈 후속편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신기술이 쓰이겠다 발표된 건 없다. '아바타' 1편은 지금 봐도 CG퀄리티가 굉장히 훌륭하다. 2편에선 굉장히 많은 기술 발전이 있었다"며 "후속편에선 더 완벽해지고, 사실적이고, 아름다워질 이미지를 위해서 기술 발전이 있을 거라고 본다. 뒤에서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아티스들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일 것이라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역시 "페이셜적인 부분을 봤을 때 이번 '아바타2'에선 새로운 기술이 도입됐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 기술이 거의 정점에 왔다고 생각한다"며 "다음편에서도 꾸준히 자연스러운 표정과 관객이 놀랄만한 CG 기술로 선보일 거라 생각한다"고 공감했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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