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난 MB "제 역할은 기도"라면서도 "기회 있을 것"

2022. 12. 30. 14: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권주자 권성동, 김기현과 잇단 접촉…"앞으로 입장 밝힐 기회" 언급도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연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저는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고 향후 정치적 역할론에 대해 일단 선을 긋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사면 전후로 여당인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들과 잇달아 만남을 가지는 등의 행보를 한 것을 보면, 앞으로도 현실 정치에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앞으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30일 오후 1시께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한 후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에 들렀다가 2시를 조금 넘겨 논현동 자택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짧은 사면 소감을 발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우선 이웃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서 미안하다"고 말문을 연 후 "저는 먼저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게 돼서 심심하게,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한편 지난 5년 동안에 많은 분들이, 특히 젊은 층이 저를 성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것에 지금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제 새해가 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우리 국민 여러분께서 많이 힘드셨다. 코로나 지난 3년간 국민 여러분, 기업하는 분들 모두가 다 어려움을 겪었다"며 "크게 위로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제 새해를 맞이해서 세계적인 위기를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먼저 극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래서 대한민국이 정의롭고 공의로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다시 경제 번영을 통해 우리 국민 모두가, 특히 서민층이 일자리를 얻고 복지가 강화되는 그런 좋은 나라가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위하고, 대한국을 위해 기도함으로써 역할을 하겠다"며 "감사하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짧은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자 "지금…(할 말은) 없고, 앞으로 할 기회가 있겠죠"라고만 말하고 다시 마스크를 쓰고 자택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들의 질문은 '정부의 사면 결정에 대한 입장은?',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 용의가 있나?' 등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자신의 "역할"을 "기도"로 한정지은 것은, 국가 원로인 전직 대통령으로서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논현동 자택 앞에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권성동 의원이 나타나 이 전 대통령의 일정일동을 거들며 수행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보수 정치권에서는 그의 역할에 대한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다. 

권 의원은 이 전 대통령과 만난 후 기자들에게 "(이 전 대통령이) '나라가 굉장히 어려우니까 우리 모두 합심해서 나라가 잘 되도록 기도하자'는 말씀을 하셨다"며 "'이 정부가 잘 되는 것이 결국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길이니까 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현역 정치인들이 뒷받침을 잘하라'는 말씀이 있었다"고 말했다고 <뉴스1>이 보도했다.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는 "특별한 말씀이 안 계셨다"고 권 의원은 전했다.

또 이날 <뉴시스>는 이 전 대통령이 지난 25일 역시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을 서울대병원에서 접견하고 그에게 힘을 싣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공식 발표는 지난 27일 이뤄졌다. 즉 이 전 대통령은 사면이 이뤄지기도 전에 수인의 몸으로 여당 유력 당권주자를 만난 셈이 된다. 이 전 대통령과 김 의원은 개신교 장로이고, 두 사람의 부인이 함께 기도회 모임을 하기도 하는 등 친분이 있다. 다만 정작 김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이날 퇴원·귀가 현장에는 지역구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통신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김윤옥 전 대통령 영부인,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이 동석한 가운데 김 의원과 약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고,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정부가 잘돼야 한다", "그렇기 위해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총선 승리를 위해선 통합과 연대가 가장 중요한데 그런 면에선 김 의원이 적임자 같으니 열심히 해보라"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전 대통령은 앞서 건강 악화를 이유로 수감 중 병원 입원 및 형집행정지 조치를 받았으나, 이날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자력 보행으로 차량에 탑승하고 자택 앞에서도 일부 부축을 받기는 했으나 약 20~30미터 거리를 대체로 혼자 걸어 이동하며 측근·지지자들과 악수를 나누는 등 다소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 약 3분 동안 이어진 사면 소감 입장 발표 도중에도 현직 대통령 시절처럼 기침을 하거나 숨이 가빠지는 일 없이 차분하고 일정한 목소리 톤을 유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 도착,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도중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