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점❻] 따뜻했던 11월과 너무 추웠던 12월, 그 속의 함의
지구 온난화 빨간불
탄소배출권과 정부의 태도
미래세대는 왜 헌법소원 했나
2022년 겨울은 극단적이었습니다. 11월은 너무나 따뜻했고 12월은 훨씬 추웠습니다. 12월 한파의 영향은 인간에게만 미친 건 아닙니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물들이 한파 탓에 제 역할을 못 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습니다. 식물이 흡입하지 못한 탄소가 남아돌면서 결과적으로 지구온난화를 부추긴 셈이 된 겁니다. 지구온난화,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요? 같이탐구생활-붉은 점 여섯번째 편입니다.
정말 추운 겨울입니다. 막연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2022년 12월은 그 전의 겨울보다 더 추웠습니다. 2022년 12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일일 최저 기온은 2021년 같은 기간의 최저 기온보다 더 낮았던 날이 많았습니다. 12월 1~26일 중 88.5%에 해당하는 23일이 2021년의 12월보다 추웠습니다.
반대로 11월은 어땠는지 기억나시나요. 덥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했습니다. 그날만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수능 한파'도 2022년에는 맹위를 떨치지 못했습니다. 수능이 치러진 2022년 11월 12일의 최고 기온은 22.4도였습니다. 2021년 같은 날 최고 기온은 9.7도. 최고 기온의 차이는 12.7도에 달했습니다.
2022년 11월 12일에만 발생했던 특이한 현상은 아닙니다. 2022년 11월과 2021년 11월의 일일 최고 기온을 비교해보니, 2022년이 더 더웠던 날은 21일에 달했습니다. 2022년 11월의 70%가 2021년의 11월보다 기온이 높았다는 겁니다.
자! 이 두가지 사실을 한줄에 놓고 살펴봅시다. 2021년 11월보다 따뜻했던 2022년의 11월, 2021년 12월보다 추웠던 2022년의 12월을 보면, 겨울 기온이 극단적으로 변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름의 영향은 더 길어지고 겨울은 더 독해졌다는 겁니다.
극단적인 기온 변화의 원인은 지구온난화로 꼽힙니다. 더 추워진 날씨에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니 이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온이 오른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찬 공기를 품고 있는 북극도 기온이 올라갔습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매년 북극 리포트 카드(통지표)를 발간합니다. 북극의 변화를 연 단위로 기록하는 건데요. 2022년 북극 통지표에서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북극 평균 지표 기온이 1900년 이후 6번째로 따뜻했다고 밝혔습니다. 북극의 온난화 속도도 빠릅니다. 북극 통지표에 따르면 북극은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빠르게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는 북극의 기온 상승은 동아시아 기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극을 휘감고 있는 제트 기류는 북극 온도가 상승하면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옵니다. 높은 기압 차가 '방어막'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22년 2월 네이처의 오픈액세스 학술지 '지구와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실린 '북극 온난화로 인한 동아시아 육상 생태계의 한파 피해(국종성ㆍ김진수 외 4인)'의 내용을 보면, 북극의 바렌츠해와 카라해가 더워질 때 동아시아에는 한파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한반도와 중국 남부, 몽골은 등압선과 평행한 북풍 때문에 강한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이 추위는 사람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닙니다. 냉해를 입은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덜 흡수합니다. 그러면 흡수되지 않은 탄소가 대기 중에 많이 남고, 그 결과 지구 온난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겁니다. 악순환입니다.
이 나쁜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려면 탄소 배출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성공해 산업화 시기 대비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을 계산했습니다. 이게 바로 탄소 예산입니다. 대략 4000억톤(t) 규모인데 전세계 인구에서 0.67%를 차지한 우리나라는 26억8000만톤을 배출할 수 있습니다.
그럼 탄소 배출량을 어떻게 줄여나가야 할까요? 2018년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연 기준 6억6000만톤이었습니다. 참고로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은 6억2400만톤이었습니다. 정부는 2018년을 기준으로 2030년 탄소 배출량을 40% 절감하기로 했습니다. 2030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배출할 수 있는 한해 탄소량이 4억3000만톤으로 줄어든다는 겁니다.
법적 근거론 '기후위기대응을위한탄소중립ㆍ녹색성장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마련했습니다. 이 계획에 맞춰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2020년부터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배출하는 탄소량은 56억2100만톤(누적)에 이릅니다. IPCC가 계산한 탄소 예산(26억8000만톤)을 2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입니다.
허용된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기후위기운동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그래서 2021년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2030년 감축 목표를 설정한 탄소중립기본법이 세대 간 형평성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였죠.
청소년기후행동 측은 헌법소원 청구 취지 및 청구 이유 추가신청서를 통해 "남아 있는 탄소 예산은 각 세대가 모두 나눠써야 하지만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탄소중립기본법의 계획을 달성하더라도 우리나라는 2030년이 되기도 전에 IPCC가 제시한 탄소 예산을 모두 써버립니다. 그러면 미래 세대가 쓸 수 있는 탄소 배출량은 더 이상 없을 테니, 세대 간 형평성에 위반된다는 게 청소년기후행동 측의 주장입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탄소중립기본법엔 2030년 이후의 계획이 아예 잡혀 있지 않습니다. 탄소 중립을 2050년까지 달성해야 한다는 걸 감안하면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게다가 이 감축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2010년에도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웠다가 2016년 시행령을 바꾸면서 이를 2030년까지 연기했습니다. 2020년 감축 목표는 없던 일이 된 겁니다. 탄소중립기본법 안에도 목표만 있을 뿐 방법은 없습니다.
아직 헌법소원의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1년 문재인 정부는 헌법소원과 관련해 "미래세대의 기본권이 침해당한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는 입장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기후 위기가 당장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규정한 겁니다.
하지만 2022년에는 변화의 조짐이 엿보였습니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최근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후 위기를 기본권 침해라고 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기 때문에 기후소송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면서 "2023년엔 기후 위기가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년 만에 정부 입장에 반론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겁니다.
당장 북극이 다시 시원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계획이 없다면 악순환은 더 빨라질 겁니다. 어쩌면 지금이 더운 11월과 추운 12월을 막을 골든타임일지 모릅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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