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억대 '김만배 비자금' 사용처 추적..."50억 클럽이 금괴로 현찰로 달라 한다"
기사 요약
① ‘40억 대 남욱 비자금’과 함께 김만배의 ‘240억대 비자금 사용처’ 규명이 대장동 진실의 발판
② 정영학 녹취록 속 김만배 “(50억 클럽 멤버가) 금괴로, 현찰로 달라고 했다”
③ “반드시 해결해야죠. 안 하면 문제 되고요”...유동규도 인정한 ‘50억 클럽’의 존재
④ 녹취록 속 김만배 비자금 사용처는 ‘약속 그룹’... 검찰 수사는 사실상 멈춰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을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김만배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호에서 빼낸 240억대 비자금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김만배의 수상한 자금은 천화동인1호 168억 원, 화천대유 80억 원 등 총 248억 원이다. 검찰은 억 단위의 수표 뭉치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사용처를 수사 중이다.
김만배는 2019년부터 작년까지 천화동인 1호에서 473억 원가량을 장기대여금 형태로 빌려 자금을 만들었다. 올해 4월 작성된 천화동인 1호 회계감사보고서를 보면, 김만배는 이 대여금 중 상당수를 갚았고 약 168억 원의 부채가 남은 것으로 확인된다.
또한 뉴스타파가 입수한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가 화천대유에서도 약 80억 원의 회사 자금을 빼낸 것으로 나온다. 이 중 현금은 20억 원, 수표는 60억 원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올해 초, 화천대유에서 거액의 돈이 오가는 움직임을 포착하고 경찰에 통보했다. 서울용산경찰서는 지난 5월쯤 화천대유 이성문 대표를 불러 한 차례 조사하고 사건을 끝냈다.
‘남욱의 40억 대 비자금’과 ‘김만배의 240억대 비자금’ 규명이 대장동 진실을 밝히는 핵심
남욱이 조성한 ‘40억대 비자금’이 정진상과 김용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의 뇌물 혐의로 이어지는 고리라면, 김만배의 ‘240억대 비자금’은 언론인과 고위 법조인과의 유착으로 연결된다. 결국, ‘40억 대 남욱 비자금’과 함께 김만배의 ‘240억대 비자금 사용처’ 규명은 대장동 진실을 밝히는 핵심 발판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남욱 비자금 중 일부가 박영수 전 특검 측으로 흘러간 의혹과 김만배 비자금이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뿌려진 정황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보도: 대장동 키맨 김만배 "기자들에게 현금 2억씩, 아파트 분양권도 줬다", 검찰이 뭉갠 대장동 42억 비자금, ‘박영수 측에도 갔다’)
김만배 200억대 비자금, ‘50억 클럽'으로 흘러간 정황 포착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240억대 김만배 비자금 중 일부가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흘러간 정황이 포착됐다. 정영학 녹취록에서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천화동인1호에서 400억 정도로 빌려서 비용을 처리했어”라고 말한다. 여기서 비용이란 김만배가 돈을 주겠다고 약속한 이른바 ‘약속 클럽’을 뜻한다.
정영학이 작성해 지난해 9월 검찰에 제출한 ‘정영학 자필 메모’에 김만배의 ‘약속 클럽’ 리스트가 나온다. 여기에 김만배가 대장동 사업의 수익을 나누기로 했다는 ‘50억 클럽’ 6명과 성남시의회 의원 2명 등 8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녹취록 속 김만배 “(50억 클럽 멤버가) 금괴, 현찰로 달라고 했다”
김만배는 2020년 6월 17일 정영학 녹취록에서 ‘금괴’를 언급한다. 이날 김만배는 정영학에게 “형은 절대 어기는 사람이 아니야. 형은 약속한 것 다 지키고 있어”라면서 “문제는 사람들이 세금을 안 떼고 현찰로 달래...그래서 문제야. 금괴하고 현찰로 달래”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내가 그랬어. 세금은 떼고 하겠다고 그랬어...금괴”라고 덧붙였다.
이날 녹취록을 유추하면, 50억 클럽 멤버 6인 중 누군가 김만배에게 현금과 금괴를 섞어서 달라고 요구했단 것이다. 현금과 수표와 달리, 금괴는 수사기관이 자금의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다. 대형 뇌물 사건에서 금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다. 그러나 대주주라 할지라도 회삿돈 50억 원을 빼내려면 최소 15억 원 이상의 법인세 및 소득세를 내야 한다. 이런 탓인지 김만배는 “사람들이 세금을 안 떼고 현찰을 달래”라며 정영학에게 고충을 토로했다.
녹취록 속 정영학, 유동규 ‘약속 클럽’의 존재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 포착
녹취록 속 말과 달리, 김만배는 지난해 검찰 조사와 이어진 재판에서 ‘50억 클럽’에 대한 말을 바꿔 “대장동 업자들이 분담해야 할 공통 비용에서 자신이 내야 할 몫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부풀렸다”고 말했다. 즉, ‘50억 클럽’은 자신이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란 주장이다.
하지만 50억 클럽 멤버 중 한 명으로 거론된 곽상도 전 의원의 경우, 실제 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아들이 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을 받았다. 김만배가 곽 전 의원에게 약속한 돈을 아들에게 대신 줬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더구나 정영학 녹취록을 더 살펴보면, 김만배가 ‘50억 클럽’을 허구로 지어냈다고 보기엔 어려운 대목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대장동 사업에서 비용 지출을 총괄한 정영학뿐 아니라 개발 특혜를 제공한 유동규도 ‘약속 클럽’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정황이 나오기 때문이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2020년 10월 30일 자, 노래방 녹취록에서 유동규는 “그거는 반드시 해결해야죠. 안 하면 문제가 되고요”라면서 총 320억 원에 달하는 김만배의 ‘약속 그룹’을 언급했다. 유동규는 반복해서 “반드시 해결해야죠”라고 말한다. 50억 클럽의 존재와 이들이 대장동 사업에 모종의 도움을 준 것을 유동규도 이미 알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발언이다.
‘50억 클럽’의 실체 규명 대장동 수사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검찰이 유력한 증거라고 법원에 제출한 정영학 녹취록에는 김만배 240억대 비자금 중 일부가 ‘50억 클럽’으로 흘러간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50억 클럽’ 멤버로 거론된 6명 중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건 곽상도 전 의원뿐이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대장동 업자들이 하나은행과 구성한 사업 컨소시엄이 무산될 뻔한 것을 막아준 혐의를 받고 있다. 곽 전 의원은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용과 정진상 등 이재명 민주당 대표 측근에게 흘러간 뇌물 혐의와 함께 고위 법조인과 언론사 사주가 실명으로 등장하는 ‘50억 클럽’의 실체 규명은 이번 대장동 수사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 수사팀을 바꾼 검찰은 이미 재판에 넘긴 곽상도 전 의원을 제외하고 ‘50억 클럽’에 거론된 나머지 5명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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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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