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진영’의 해라면, 새해는 ‘중도’의 해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중도층 민심, 정쟁에 등 돌리고 경제에 반응 보여
(시사저널=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2년은 분명 '진영'의 해였다. 두 번의 전국적인 선거가 있었고 정권이 교체되었다.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가장 낮은 득표 차인 0.73%포인트 차이로 대통령 자리가 결정되었다. 철저하게 진보와 보수 그리고 좌파와 우파의 '진영' 간 대결 구도였다. 자기 진영의 지지층을 똘똘 뭉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는 정치판이었다. 중간에 중도층이 끼어들 틈은 보이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중도층마저도 어느 한쪽 진영을 선택해야 하는 정치 환경이 2022년을 지배했다.
단적인 예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줄곧 중도층을 대변해온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해 왔던 안철수 의원마저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보수진영으로 돌아섰다.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더불어민주당 사정 역시 다르지 않다. 2020년 총선에서 무려 180석이라는 절대적 압승을 거둔 민주당이었지만 진영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진영만 강조한 민주당의 선택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효과는커녕 낭패만 당하는 패착이 되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출범했지만 진영 간 대결 구도는 결코 끝나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패배한 대선후보였지만 8월 전당대회에서 국회 다수당 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것도 송영길 전 대표가 비워준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 자리까지 전리품으로 확보한 채 말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다시 전면전이다. '윤명 대첩'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그렇다면 2023년도 진영 간 대결과 충돌로 점철될 것인가.
尹, 경제 강조하면서 중도층 지지율 올라가
결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진영을 대표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모두 2023년은 위기 국면이기 때문이다.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2023년은 선거가 없는 한 해를 보내게 된다. 2023년 어떤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2024년 총선 결과가 나오게 된다. 이 총선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그리고 이 대표와 민주당의 운명이 결정된다. 결국 진영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2023년은 '진영'의 해가 아닌 '중도'의 해가 된다.
첫째로 윤 대통령과 정부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수행 지지율을 최대한 50%에 가깝게 끌어올려야 하는데, 역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중도층 확보'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48.56%를 득표했던 윤 대통령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지지율 고공행진을 하기는커녕 속절없이 지지율이 하락하기만 했다. 심지어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두고 난 이후에도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도리어 내려가기만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의 내홍이 끊이지 않았던 8월초에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 중반으로 추락하는 조사 결과까지 나올 정도였다. 특히 중도층과 2030 MZ세대의 이탈이 심각했다. 굳이 따진다면 중도층의 이탈은 뼈아픈 대목이다. MZ세대의 경우 대체적인 정치 혐오와 탈이념적 성격이 강하다면, 중도층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동력을 확보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유권자층이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의 의뢰를 받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보았다. 중도층만 놓고 보면 2022년 10월31일~11월4일 조사에서 긍정평가 30.8%, 부정평가 66.8%로 부정적인 평가 내용이 긍정의 2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한편 가장 최근인 2022년 12월19~23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중도층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은 40.1%, 부정평가는 58.3%로 나타났다(그림①).
전체 평균보다는 긍정 지지율이 낮고 부정평가는 더 높은 편이지만, 그래도 중도층의 윤 대통령 긍정평가는 올라갔다. 그 이유는 탈이념적 주제인 경제를 윤 대통령이 연신 강조하고 있고 논란이 돼왔던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결국 경제와 미래를 강조하면서 실용적인 국정운영에 대한 중도층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주 연속 상승하게 되었다.
중도층의 중요성은 대통령 지지율에만 놓여 있지 않다.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이 2022년 12월 들어 주춤한 이유도 중도층의 이탈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중도층의 선택만 놓고 보았을 때 2022년 11월14~18일 조사에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50.3%나 된다. 그렇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29.9%로 채 30%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11월 중순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국민의힘 지지율까지 덩달아 올라가면서 판도는 달라졌다. 12월19~23일 조사에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43.2%, 국민의힘은 39.4%로 오차범위 내 수준이다(그림②). 민주당에서 이탈한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옮겨간 결과로 풀이된다.
중도층의 국정 현안 1위는 '경제와 일자리'
결국 총선을 앞둔 2023년 정치판은 '진영'이 아니라 '중도'에 달려 있다. 윤석열 정부나 민주당의 정국 주도는 중도층으로부터 받는 지지율에 달려 있다. 과연 중도층을 염두에 둬야 할 국정 현안은 무엇일까. 한국갤럽이 디지털타임스의 의뢰를 받아 2022년 12월19~20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국정 현안이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중도층 응답자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역시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35%로 가장 높았고, '정치개혁 및 부패 청산'은 19.5%로 나타났다. 그 외에 '복지 및 사회안전망' '집값 안정 등 부동산 개발과 책임 문제' '고령화 및 저출산 대책' 등으로 나타났다(그림③).
핵심적인 국정 현안이 많고, 특별히 윤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3대 개혁 과제는 노동·연금·교육이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는 역시나 '경제'였다. 중도층이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현안은 '경제'로 나타났다.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도 최우선 과제가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윤 대통령이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모두 역점을 기울여야 할 정책인데 주로 중도층은 '경제성장'에 그리고 2030 MZ세대는 '일자리 창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진영을 결집하고 유지하는 것은 정치세력화의 기본이다. 그렇지만 정치적 성장과 확대를 도모할 때는 이념에 매몰되지 않는 중도층 흡수가 핵심이다. 2022년이 진영 간 대결 구도로 점철된 한 해였다면 2023년에는 중도층을 어떻게 자기편으로 견인해올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적인 승부처가 된다. 중도층을 잡는 세력이 승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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