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달력·다이어리 가격 인상···소비자·인쇄소 모두 울상, 왜?
종잇값 급등의 여파가 새해 다짐을 준비하는 시민들까지 덮쳤다. 다이어리 개당 예년에 비해 2000원가량 오른 가격 탓에 구매를 포기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종이의 주원료인 펄프 가격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올 한 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말 수요가 몰리는 달력과 다이어리 등을 제작하는 인쇄업자들은 대목을 맞았지만 올해는 한숨을 내쉬고 있는 처지다. 종이가 비싸 생산량을 줄이거나 마진 없는 장사를 해야 하는 이들은 판매량까지 부진해지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직장인 이지선씨(24)는 30일 “지난해에는 다이어리를 1만2000원 정도에 샀는데 올해는 비슷한 것들이 1만4000원 정도로 올랐다”라며 “살까말까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에 있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다이어리를 고르던 직장인 고모씨(24)도 “고래가 그려진 A브랜드 다이어리는 지난해 1만원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가격이 올라 올해는 1만원이 넘었다”고 했다.
다이어리 제작업체들은 일찌감치 가격을 올렸다. 문구회사 모닝글로리는 지난 8월 신년 플래너와 캘린더 가격을 인상해 출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에 제작한 플래너보다 올해 제작한 제품 가격을 최소 5%에서 최대 20% 정도 올리게 됐다”며 “펄프 가격이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올해 1월 t당 675달러를 기록했던 펄프 가격은 지난 7월 10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곱절 가까이 올랐다.
인쇄소들도 종이 가격 급등 여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 중구에서 다이어리 도매업을 12년간 해온 김모씨(54)는 “주문업체에서 종잇값 오른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작년이랑 비슷하게 맞춰달라’고 하면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마진을 줄여서라도 맞춰드렸다”고 했다.
원자재 인상분을 감안하지 않는 입찰 경쟁은 인쇄소들의 한숨을 더 키웠다. 인쇄소들은 한 해 농사인 달력 제작 계약을 따내기 위해 통상 7월부터 입찰에 뛰어든다. 달력 주문을 하는 기업은 최저가 입찰 위주로 진행을 하는데, 경쟁업체들이 고만고만해 가격을 낮추는 출혈 경쟁이 다반사로 벌어진다. 계약 체결 후 종이나 잉크 가격이 오르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지지만 일단 일감부터 받고 보는 게 업계 관행이다.
지난 8~9월 기준 인쇄용지 원가는 두세 달 전에 비해 20%가량 상승했다. 주문 계약은 7월에 체결했기 때문에 손실을 메우는 것은 고스란히 인쇄소의 몫이다. 서울 충무로에서 인쇄업에 종사한 지 26년차인 김모씨(51)는 “기업에서는 ‘이 가격에 하려면 하고 안 하려면 말라’고 한다”며 “종이뿐 아니라 인건비와 잉크값도 다 올랐다. 기계를 24시간 돌리는데, 프로젝트를 다 마쳐도 마진이 5%도 안 남으니 그야말로 남는 게 없다”고 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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