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 손보협회장 "업계 공동 빅데이터 'Pool' 확보해야"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술과 산업지형의 변화에 업계가 뒤쳐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30일 신년사를 통해 "올해 손보업계는 '미래·소비자·내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우선 "금융산업 안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금융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며 "기존 보험상품 및 서비스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술을 더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나갈 수 있도록 업계 공동의 빅데이터 Pool 확보 등 개별사가 홀로 하기 어려운 영역을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 추세를 감안한 소비자 신뢰 제고도 신경쓴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소비자 신뢰를 저하시키는 불완전판매 문제 해결을 위한 예방장치 마련에 대해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마무리 하겠다"며 "빅테크 기업의 보험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정적 수익성 확보 등 내실 경영이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이라며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상품구조와 보상체계 정비로 내실을 다질 수 있게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다음은 신년사 전문.
존경하는 손해보험업계 및 협회 임직원 여러분!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슬기롭게 풀어나가고 모두가 평안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올해 손해보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렵습니다. 근래 경험하지 못했던 높은 인플레이션과 이를 잡기 위한 세계 각국의 급격한 금리인상 정책으로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의 일상화로 산업 간의 영역이 흐려져 우리의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특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쉽사리 줄지 않고 있는 보험금 누수 문제와 IFRS17의 본격적인 시행 등 내부의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우리는 지혜로운 토끼처럼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자세로 대응해야 합니다.
올해 우리 손해보험업계가 '미래 성장기반 조성', '소비자 신뢰', '안정적 내실 확보'라는 세 개의 굴을 모두 착실하게 다져나간다면 현재의 어려움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협회 임직원 여러분!
지난해 우리는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누수 문제 해결에 매진하는 한편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해 왔습니다.
먼저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백내장 수술 등 문제 비급여 보험금 청구의 합리적인 심사를 위해 금융당국과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과잉진료 예방 기능을 강화한 4세대 실손의료보험의 시장정착에도 힘써 왔습니다.
자동차보험의 경상환자 과잉진료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종합개선대책도 세부방안을 마련하여 올해부터 시행됩니다.
갈수록 조직화·고도화되고 있는 보험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업계의 자체적인 적발 노력과 함께 관계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해 왔습니다.
IFRS17 도입 준비와 예상치 못한 속도의 금리인상 등 변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금융당국과 긴밀한 소통을 통해 시의적절한 제도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사업영역 창출을 위한 노력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보험사나 보험사의 자회사가 헬스케어 종합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관련 규제가 개선되었으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도 개정되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되었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나 드론을 활용한 운송사고, 의료기기 사고 등 새로운 위험 보장을 위한 상품개발도 지원해 왔습니다.
또한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과실비율 분쟁처리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경상환자에 대한 분쟁해소 기간도 단축하였습니다.
지난 일 년 동안 손해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신 업계 및 협회 임직원 여러분, 그리고 국회 및 금융당국 등 유관기관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협회 임직원 여러분!
장기간 익숙해졌던 저물가·저금리 경제구조가 고물가·고금리 구조로 급격하게 변화되었습니다. 세계 각국의 정부 및 기업들은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손해보험산업도 기민하게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위해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올해 손해보험업계는 '미래', '소비자', '내실'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에 중점을 두어야 할 것입니다.
변화된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높아진 소비자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 개선에도 힘써야 합니다. 또한,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누수를 잡아 주력 사업의 내실화도 챙겨야 될 것입니다.
이러한 화두(話頭)를 두고 손해보험산업의 위기 속 도약을 위한 '23년 중점 추진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째, 손해보험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 합시다
사회.경제 전반의 디지털 전환이 일상화됨에 따라 공간과 시간에 제약받지 않는 융·복합 비즈니스가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금융산업 안에서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 금융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과 산업지형의 변화에 뒤처져서는 안 됩니다.
기존 보험상품 및 서비스에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기술을 더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해 나갈 수 있도록 업계 공동의 빅데이터 Pool 확보 등 개별사가 홀로 하기 어려운 영역을 지원해 나갑시다. 마이페이먼트나 오픈뱅킹 등 금융 플랫폼에서도 손해보험사의 새로운 역할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자동차 산업 분야의 변화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수소·전기차 등의 수리비와 관련하여 부품가격 등이 적정하게 산정될 수 있도록 투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정립하고,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도입 예정('25년)에 맞춰 관련된 자동차보험 상품 개발도 지원합시다.
다음으로 사회적 환경변화와 관련된 대응에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후변화로 늘어나는 자연재해에 대한 보장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전기차 충전소 화재나 중소기업의 기술탈취 등의 위험에 대한 보험상품 제도화 논의도 보다 진전시켜야 합니다.
ESG 경영에 대한 사회적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ESG 평가나 공시기준을 마련할 때 보험산업의 특성이 잘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ESG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도 마련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관련 수요에 맞춰 반려동물보험 보장내역을 다양화하고 반려동물보험과 연계한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 등의 플랫폼 비즈니스 진출 기반 조성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기초 인프라인 동물 진료비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관련부처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지속해 갑시다.
둘째, 손해보험산업의 소비자 신뢰를 제고 합시다.
소비자의 목소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먼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소비자의 신뢰는 쌓여갈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서비스에 불편하거나 모자라는 부분은 없는지 차근차근 점검하면서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없는지도 꼼꼼히 챙겨 봅시다.
디지털 전환 추세에 맞추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어디서든 편리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제도를 정비해 갑시다.
소비자 신뢰를 저하시키는 불완전판매 문제 해결을 위한 GA 채널의 내부통제기준 강화 등 예방장치 마련에 대해 금융당국과의 논의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합시다.
빅테크 기업의 보험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되어야 합니다.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경쟁이 확실하게 담보되는 범위 안에서 관련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비자 민원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위해 업계 공동의 민원처리지침을 마련해 운영하고 단순질의 등 간단한 민원은
우리 협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합시다.
셋째, 손해보험산업의 내실을 강화하도록 합시다.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s)'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한 치 앞도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기본에 충실한 기업만이 흔들리지 않고 성장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정적 수익성 확보 등 내실 경영이 간단하지만 가장 중요한 기본(Basics)입니다.
이를 위해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상품구조와 보상체계 정비로 수익성 개선 등 내실을 다질 수 있도록 합시다.
먼저 실손의료보험에 대해서는 손해율이 적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규제환경 개선을 건의함과 동시에 4세대 상품으로의 계약전환을 활성화하고 대다수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전산화에 대한
관계 법령 개정도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합니다.
의료분야의 전문성이 확보된 외부기관과의 협업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진료기준을 마련해 소비자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불편과 불만을 최소화시켜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줄여나가야 할 것입니다.
자동차보험의 과잉진료·과잉수리 관행도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다친 정도에 상응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진료비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첩약·약침과 같이 과도하게 처방되는 일부 한방진료 기준의 합리적 개선도 관계부처와 협의해 가도록 합시다.
또한, 리스크 관리에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특히, 올해 IFRS17의 본격 도입으로 보험산업의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금융당국과 업계 간의 원활한 소통창구 역할에 충실해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한편, 보험사기는 선량한 보험 가입자인 국민 대다수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신속하게 개정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함과 동시에 불법 브로커 제휴 병원의 조직적 보험사기 등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협회 임직원 여러분!
"겨울의 추위가 심할수록 이듬해 봄의 나뭇잎은 한층 더 푸르다*"라고 합니다.
어려운 위기와 변화의 상황이 오더라도 이를 딛고 일어서면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협회는 손해보험산업의 발전을 위한 항해사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왔습니다.
다가올 미래는 기존의 지도에 의존해서는 성취될 수 없습니다. 지도에 없는 길을 새롭게 개척해야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진취적 항해사와 선구자 역할이 중요할 것입니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간다면, 손해보험산업이 우리나라의 대표 금융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임직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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