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주얼복 출근 직장인 늘어서?…사라지는 구두수선소

정호준 기자(jeong.hojun@mk.co.kr),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2. 12. 30.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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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구두 대신 운동화 신어”
서울 구두수선대 7년새 24% 뚝
신규 진입 젊은층 없이 고령화 가속
서울시내 한 구두수선소에서 구두수선 장인이 작업에 한창인 모습. <정호준 기자>
길거리 곳곳에서 직장인들의 구두 굽을 갈아주던 구두수선대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복장 문화가 바뀌고 구두수선공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긴 변화상이다.

3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운영 중인 구두수선대는 지난 3월 기준 총 866개소로, 2015년 1136개에서 7년여만에 약 24% 감소했다.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새로 구두수선공을 하려고 하는 젊은 층이 없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서울시는 구두수선대의 운영자 대부분이 60대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을지로 등 직장인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의 구두수선공들은 빠르게 바뀌는 문화와 업종의 쇠퇴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을지로3가에서 구두수선대를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62)는 “예전에는 직장인 10명 중 9명은 구두를 신었는데, 요즘은 10명 중 9명이 운동화를 신는다”며 “돈을 벌러 출근한다기보다는 텃밭을 가꾸는 마음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광화문 인근에서 38년째 일하고 있는 60대 박 모 씨 또한 “대기업 직장인들이 다 자율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구두수선공들의 고령화도 쇠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서울시는 길가에서 물건을 파는 가로판매대(가판대)와 구두수선대를 통칭하는 ‘보도상 영업시설물’의 운영자 90% 가까이가 60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2살에 가출해 구두닦이부터 시작해 구두수선만 50년을 했다는 김 씨는 “내가 62살인데 이 계통에서는 젊은 축”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에서 30년째 영업하고 있는 60대 구두수선공 강 모 씨는 “주변에도 다들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이 (구두수선을) 하고 있다”며 “나이도 드니 더더욱 계속 이 일을 붙들고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의 한 구두수선대 내부 모습 <정호준 기자>
나이가 든 구두수선공들이 하나둘 일을 손에서 놓을 때마다 수선대도 사라진다. 서울시가 보도상 영업시설물로 관리하는 구두수선대는 매년 점용허가를 갱신해야 하는 허가제로 운영된다. 점용허가가 갱신되지 않으면 구두 수선대는 철거된다. 신규진입도 없기 때문에 현재 종사 중인 사람이 그만두면 해당 컨테이너가 자연스럽게 철거돼 사라지는 구조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보도상 영업시설물 운영자가 고령을 이유로 문을 닫은 사례는 24건, 운영자가 사망한 사례도 14건을 차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구두수선대로) 신규 유입은 없고, 지금 하고 계신 분들이 연세가 많아 자연스레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십 년 동안 ‘구둣밥’을 먹어온 수선공들은 이같은 상황을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김 씨는 “옛날에 도장, 열쇠 전문가도 완전히 기능직이었는데 사라져갔듯 시대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구두수선공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구두 배달과 수거를 맡기는 것 같다”며 “이런 박스(컨테이너 구두수선대)는 많이 없어지고, 완전히 전문적인 방식으로 변화해 남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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