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수 가스 국산화 선도 기업…포스코·삼성도 투자했다[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반도체 특수 가스 제조사 티이엠씨(TEMC)가 2023년 기업공개(IPO) 시장의 포문을 연다. 반도체 핵심 공정에 사용되는 다양한 특수 가스를 제조해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는 기업이다. 시가 총액은 최대 4200억원을 제시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 감소와 공모주 시장 침체를 딛고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도체 고도화로 특수 가스 수요 증가
반도체용 특수 가스는 포토 공정과 에칭 공정 등 반도체 제조 전 공정의 미세 작업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글로벌 반도체용 특수 가스 시장은 매년 4~5%씩 성장했다. 2020년 시장 규모는 약 47억 달러로 추정된다. 그중 한국 시장은 20%를 차지한다.
특수 가스 소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반도체가 고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율 주행 자동차·사물인터넷(IoT)·데이터센터 등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 확장되면서 반도체 공정 과정이 정밀화됐다. 생산비를 절감하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웨이퍼 크기도 대형화됐다. D램 선단 공정은 나노 단위의 미세화가 진행되고 있고 3D 낸드 플래시는 100~200단 고단화 적층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칩의 집적도 향상을 위해 2단으로 쌓아 붙이는 공법인 ‘더블 스태킹’과 같은 첨단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공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종류의 고순도 특수 가스가 필요하다.
과거 특수 가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했다. 대형 공기 분리 장치가 설치된 공장에서 포집할 수 있는 희귀 가스인 네온·크립톤·제논 등은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 등 제철소에서 공급받았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인한 정치 외교적 분쟁이 확산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산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2000년대부터 한국 기업들이 특수 가스 개발에 뛰어들었고 점차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한국에서 특수 가스를 생산하는 업체는 SK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원익머트리얼즈·디아이지에어가스 등이 있다. 다국적 업체로는 린데코리아·한국메티슨특수가스·에어리퀴드코리아 등이 있다.
특수 가스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다. 가스 합성부터 추출·분리·정제·혼합·충전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품질이 검증되고 다년간 거래 경험이 쌓인 소수의 업체에서 특수 가스를 납품받는다. 높은 순도와 안정성을 요구하는 데다 반도체의 원가와 수율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납품 업체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하지만 한번 공급망을 뚫으면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다. 소수의 업체가 주문 제조하는 방식으로 다른 산업 대비 경쟁도 낮은 편이다. 수요 변동성도 적은 편이다. 반도체 업황에 따라 발주량이 급변하는 장비와 달리 정기적 발주에 따라 특수 가스를 공급한다. 특수 가스 제조사들은 일부 수요처를 제외하고 분기나 1년 이내 단위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수량과 단가 등은 공급 계약 기간 내 개별 발주 건별로 결정되는 구조다.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소모성 재료여서 반도체 시장 침체기에도 수요가 꾸준하다.
◆미국 기업과의 특허 분쟁에서도 ‘승소’
티이엠씨는 반도체 공정용 특수 가스 제조 업체 중에선 후발 주자다. 경북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원익머트리얼즈와 하나머티리얼즈에서 10년간 기술 영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는 유원양 대표가 2015년 1월 창업했다. 경쟁사들보다 늦게 진입했지만 특수 가스 원재료를 수급해 분리·정제 및 품질 보증까지 전 공정을 내재화했다. 특수 가스 공정은 원료 투입·정제·충전·검사·측정으로 구분된다. 각 기술 간 연계성이 매우 높아 한 분야의 기술만으로는 특수 가스를 제조할 수 없다. 티이엠씨는 전 공정의 기술 개발을 통해 통합 시스템을 갖췄다.
공정 설비도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희귀 가스, 일산화탄소, CF 계열 가스의 정제 장치를 독자 개발해 양산 공정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공정 데이터를 수요처와 공유해 기술적 선순환 협력이 가능하다. 이 회사의 기술 평가를 맡은 한국평가데이터는 “기존의 가스 생산 업체의 보유 기술에 비해 차별적 기술 체계를 확립하고 있다”며 “독자적인 공정 설계 역량을 활용해 비교적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티이엠씨는 2020년 말 미국 인테그리스가 제기한 반도체 이온 안전 용기의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독자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22년 1월 포스코와 함께 네온 가스 설비를 개발해 광양제철소에 설치했다. 제철소 용광로에서 발생하는 부생 가스를 추출해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특수 가스로 재활용하는 설비다.
생산 공장은 충청북도 보은군에 에칭 가스와 엑시머, 엑시머 레이저 가스 등을 생산하는 A공장과 붕소 계열의 가스를 생산하는 B공장을 가동 중이다. 2022년부터 B공장에서 디보란 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2022년 3분기 보은산업단지에 확보한 부지에 황화카르보닐(COS)과 일산화탄소(CO) 등 카본 계열의 가스를 생산하는 C공장을 착공했고 2023년 3분기 준공할 예정이다.
◆2022년 매출 전년 대비 세 배 급증
티이엠씨는 2023년 1월 코스닥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1월 4~5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 예측을 진행한 뒤 10~11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희망 공모가는 3만2000~3만80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시가 총액은 3500억~4200억원으로 예상된다. 220만 주를 공모해 700억~84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한화투자증권이 10년 만에 IPO 단독 주간사 회사를 맡았다.
이 회사는 대기업과 협력을 통해 포스코와 삼성 등의 투자를 받았다. 포스코가 출자한 펀드인 포스코 GEM 1호가 2대 주주로 지분 11.49%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벤처투자가 조성한 SVIC 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2017년 설립된 벤처캐피털(VC) 지유투자가 결성한 지유반도체성장투자조합도 9.18%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대 주주는 창업자인 유원양 대표로 지분율은 29.05%다.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글로벌 반도체 회사의 수요가 늘면서 2022년 실적은 전년 대비 약 세 배 증가했다.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은 2380억원, 영업이익 4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369억원으로 전년보다 세 배 늘었다. 2022년 연간 순이익은 약 490억원으로 예상된다.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률도 개선되고 있다. 2019년 10% 대에서 2022년 3분기 18%대로 올라섰다. 과거 3개년 동안 매출 원가율은 80%대로 유지하고 있다. 2022년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에 따른 원재료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매출 비율이 확대되면서 원가율이 개선됐다.
다만 증권가는 티이엠씨가 4000억원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특수 가스 분야 2위 업체인 원익머트리얼즈의 시가 총액이 3700억원대에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다. 원익머트리얼즈는 2022년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2022년해 매출은 5000억원, 영업익은 9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티이엠씨의 실적 대비 약 두 배 수준이다.
주간사 회사인 한화투자증권은 티이엠씨의 2022년 연간 순이익 추정치에 주가수익률(PER) 10.99배를 적용해 기업 가치를 5339억원으로 평가했다. 여기에서 19.7~32.4% 할인해 공모가를 결정했다. 비교 기업은 원익머트리얼즈·디엔에프·덕산테코피아·레이크머티리얼즈·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연간 600억~700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원익머트리얼즈와 이엔에프테크놀로지의 PER은 5배, 연간 순이익이 약 150억원인 덕산테코피아와 디엔에프의 PER 배수는 각각 20.60배, 11.45배로 차이가 크다. 할인율을 감안하더라도 공모가 기준 티이엠씨의 PER 배수는 7~8배로 높은 수준이라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평가다.
공모 자금은 충북 보은군 공장 건설과 인건비, 차입금 상환 등에 사용한다. 공장 증설을 통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기술 개발에 계속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희귀 가스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한다. 이를 통해 원가 절감 효과를 꾀하는 동시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회사 관계자는 “합리적인 단가와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제품 다변화와 고품질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한국 회사뿐만 아니라 일본·중국·대만 반도체 제조 기업으로 수출이 이뤄진다면 매출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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