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북 초강경 메시지, 중계방송 식 보도 정상인가

고승우 민언련 고문·언론사회학 박사 2022. 12. 30.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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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디어오늘 고승우 민언련 고문·언론사회학 박사]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5대가 지난 26일 우리 측 영공을 침범하고 일부는 서울 상공까지 침투한 이후, 연일 북한에 대해 강력한 맞대응과 무기체계 확보를 주문하는 등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언론은 이를 가감 없이 보도하고 있다.

27~29일 대통령실이 밝힌 윤 대통령의 북한 무인기 관련 지시 발언 요지는 다음과 같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과 회의 등을 통해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북한에 무인기를 비례성의 원칙'에 따라 보내라'고 직접 지시하고 확전의 각오로 임했다.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확실하게 응징 보복하라. 북한에 핵이 있다고 두려워하거나 주저해선 안 된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하라.”

▲ 12월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57회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21세기 대중매체의 소임 가운데 하나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팩트체크 작업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북한 무인기 침투에 대한 보도에서 언론이 무엇을 더 확인하고 챙겨야 했는지 분명해진다.

한미군사관계 속 한국군의 자주권 점검하는 팩트체크 절실

먼저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핵전쟁 가능성보다 응징보복을 강조하는 초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한국군이 대북 군사작전에 완벽한 자주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커지는 점이 주목된다. 현실은 어떤가. 한국군의 대북 군사작전은 한미연합사령관이자 유엔군 사령관을 겸직하고 있는 주한미군사령관이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한국군이 북한 무인기 침범에 대한 대응으로 북쪽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군사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이점을 전제로 한 발언으로 추정되지만 대통령실의 설명은 미국이나 미군의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언론은 발표문을 중계 방송하는 식이었다. 유독 중앙일보의 경우 28일자 <'눈에는 눈, 이에는 '… 北 뚫은 송골매, 美도 지지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과의 조율 하에 남측도 협정 위반을 감수하는 고강도 대북 맞불 작전에 돌입했다는 설명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북한의 연이은 '선 넘은 도발'에 대응한 한국의 '팃 포 탯(tit for tat·맞불놓기)' 전략을 미국도 사실상 지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한반도의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뒀던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한국군의 군사적 행동의 강도를 미군이 조정하고 있고 향후 남북간의 군사행동이 주고받기 식으로, 그것도 점차 그 수위가 상승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의 위기지수가 높아지면서 국민의 안보 불안감도 그렇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의 한미군사관계 속에서 보면 한국군은 북에 대해 군사작전을 할 결정권이 없고 미군이 가능한 구조다. 한국군이 대북 군사작전을 하기 위한 법적 근거인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갖고 있고 군사행동의 규모 등을 제약하는 정전협정은 유엔사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평시 작전통제권 6개 영역은 제외하고 환수돼

작전통제권의 경우 1994년 12월 한미 두 나라 정부가 합의한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의 군사위원회 및 한미연합군사령부 관련 약정의 개정에 관한 교환각서」에 따라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군사령관이 갖는 상태를 유지하고 한국이 일부 범위의 정전 시기, 즉 평시 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환수했다.

그러나 평시 작전통제권도 100% 환수한 것이 아니고 '연합 위기관리' 등 6개 영역은 '연합위임권한'(Combined Delegated Authority, CODA)이라는 이름으로 환수 범위에서 제외했다. 당시 김영삼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평시작전권을 반환받으면서 평시작전권 중 6개 핵심부분은 전시작전통제권과 직결된 성격이라고 보고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계속 행사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합사령관은 한국군의 평시작전권의 핵심부분을 계속해서 행사하는 규정으로 현행 정전체제에서 △전쟁억제와 방어를 위한 위기관리 △조기경보를 위한 정보관리 △전시 작전계획 수립 △연합 교리 발전 △연합합동훈련과 연습 계획·실시 등을 수행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브레이크뉴스 2020년 8월8일). 그 결과 현재와 같은 정전시기에 국군 주요전투부대의 연합 위기관리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가지고 있다.

현재의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 내의 군사행동에 대하여는 국제연합군사령관 즉 주한미군사령관의 권한에 속한다. 그래서 남측에서 북측에 군사행동을 할 경우 유엔사 교전규칙(ROE)의 적용을 받게 되어 있다. 유엔사 교전규칙(ROE)이란 언제,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의 무력을 사용할 것인지 정해놓은 유엔군 내부명령으로 확전을 예방하기 위해 부득이 교전을 할 경우 비례성의 원칙을 지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전협정과 관련해 이번 사태를 살피면 북한 무인기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천안함 사고의 경우 '북한이 아니면 누가 그런 짓을 했겠어.'라는 식으로 북한 소행을 단정 짓는 논리가 튀어나온 적도 있는데 이번의 경우 향후 어떤 식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천안함의 경우 유엔은 가해자가 규명되지 않은 영구 미제 사건으로 분류했는데 이런 점이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틀째인 지난 12월27일 보고를 통해 내년도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핵무기에 대한 윤 대통령 언급도 한미간 사전 조율 여부 주목돼

다음으로, 윤 대통령이 북한 핵무기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언급한 대북 초강경 메시지는 한미군사동맹으로 구조화된 한미군사관계를 볼 때 미국과 사전 조율된 것인지에 대한 언론의 확인도 중요하다. 이는 미국이 북한의 대륙간탄도 미사일 시험발사나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치 않고 계속북한을 무시하는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이 비대칭 무기인 핵무기를 강조하지만 남측도 미국처럼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촌의 핵전쟁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핵무기 실전 사용 개연성이 2차 대전 종전이후 가장 높아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지난 연초를 전후해 미국과 러시아가 핵 선제공격 전략 수립을, 중국도 핵 선제공격 가능성 검토를 각각 밝힌 바 있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술 핵사용 가능성을 언급해 핵무기의 가공할 파괴력을 고려할 때 한국도 한반도에서의 제한 핵전을 방지할 적극적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초강대국들이 자국 영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제한핵전쟁 전략을 세워놓았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국가이기주의의 상한선이 치솟고 있는 21세기 상황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궁극적으로 평화를 확보하는 정치를 해야 국민이 안심할 것이다. 전쟁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는 일반국민이 겪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전쟁은 그것이 목적이 아니고 정치적 이익을 노린 수단이다. 하지만 모든 전쟁이 그러하듯 그로 인한 피해는 너무 심각해서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쟁이 최선이다. 일단 전쟁 국면으로 돌입하면 정치 지도자는 무기와 병사를 수단으로 삼아 전쟁 승리에 몰두하게 되는 경향이 많아 유권자는 이런 점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29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우리가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비대칭 전력을 강화시키려고 하는 북한에 대응해서 우리 군의 전력 증강 계획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 12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해 무인기 연구현장을 참관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윤 대통령의 발언은 원론적인 것을 지적한 내용이지만 북한 핵은 모든 재래식 무기를 압도하는 위력을 지닌 것이 현실이고 한국은 여러 제약 요인에 의해 자체 핵무기 보유가 불가능 해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핵을 능가할 수 있는 우월한 전쟁 준비를 어떻게 달성하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따라서 북한 핵도 남한이 다양한 측면에서 관리해서 궁극적으로 핵위협을 극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민족적 과제인 평화통일이 달성이 가능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초강경 정책은 미국과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북 봉쇄나 압박을 더욱 세게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살필 필요가 있다. 윤 정부는 일제 징용문제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일본에 저자세를 보이는 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 하는 대신 일본과의 군사적 유대관계를 증진하는데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윤 정부가 28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중국도 '주요 협력국가'로 명시했는데 이는 북한을 고립시키는 구도의 일환으로 보이기도 한다. 즉 윤 정부는 현재의 초강경 대북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도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전략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대남 군사적 긴장상태를 높일 전망이다. 내년이후에도 상당기간 한반도의 미래가 불투명해질 우려가 크다는 점을 언론은 주목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써 전쟁과 평화를 관리할 최고 책임자로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는 뉴스 메이커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높아지면 대외 신용도에 영향을 미쳐 외국 바이어, 투자자들이 망설이게 되고 국내에서도 그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은 일반 상식이다.

대통령의 언행이 사실관계에 부합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칫 정치적 프로파간다로 가지 않도록 깔끔해야 한다. 남북은 결국 하나로 통합되어야 할 통일사업의 동반자라는 점은 너무 중요하다. 전쟁을 거론한다 해도 궁극적으로 평화로 이끌어지는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대중매체의 역할은 너무 중요하다.

최근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의 수위가 높아지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양상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남북한의 상대방에 대한 군사작전이 발생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은 유권자와 선거를 의식한 발언에 치우친 측면이 강하다 보니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유감이다.

이럴 때 언론이 제 4부로서 정부를 감시 비판하면서 전쟁 가능성을 제거하고 평화가 정착할 수 있는 아젠다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한반도의 군사적 대치 특성상 전면전쟁이 발생하면 민족 최악의 재앙을 피하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

오늘날 한반도 사태는 19세기말 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할 것이다. 이런데도 언론이 받아쓰기나 하면서 할 일 다 했다는 식이면 그것은 역사적 비극으로 귀결될지 모를 일이다. 언론이 바로서야 모든 것이 살아남아 바로 선다는 가르침을 실천하는데 언론인 모두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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