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트롯맨'이든, '미스터트롯2'든 트로트팬들에겐 거기서 거기?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2주차 트롯대전의 결과는 승자와 패자로 갈렸다기보다는 양자의 시너지가 생겼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 1회 8.3%(닐슨 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한 MBN <불타는 트롯맨>이 2회에 11.8%로 상승하며 두 자릿수 시청률에 안착했고, 1회 20.2%라는 놀라운 수치로 포문을 연 TV조선 <미스터트롯2>는 2회에도 20.7%로 소폭 상승세를 이었다.
시작 전까지만 해도 같은 시기에 트로트오디션 프로그램을 내놓는다는 사실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트로트업계 내부에서는 두 프로그램 사이에서 어느 쪽을 가야할 것인가를 두고 '눈치'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스터트롯2>는 트로트 오디션의 원조집이라고 할 수 있는 TV조선의 프로그램으로 이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리는 건 향후에도 꽃길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새로 시작한 <불타는 트롯맨>은 TV조선의 트로트 오디션을 만들었던 서혜진 사단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만만찮다.
프로그램의 연출면에서 보면 아무래도 도전자의 입장인 <불타는 트롯맨>이 훨씬 공격적이고, 세련된 면이 엿보인다. <오징어게임>의 상금 누적 방식을 가져와 이를 시각적으로 구현해냄으로써 한껏 분위기를 띄우는 것부터, 첫 무대부터 관객들을 채워 이들의 리액션과 팬심을 방송 곳곳에서 느껴지게 만드는 연출이 그렇다.
하지만 <불타는 트롯맨>에서 '올불'을 받고도 통편집 된 가수들의 무대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점은 이 프로그램이 가진 의욕과 그것이 의외의 불씨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독하게 대결하고, 어떻게든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만 같은 도전자의 절실함이 잡음을 만들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미스터트롯2>는 원조답게 조미료를 치기보다는 보다 안정적인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연출적으로 보면 늘 보던 방식 그대로인지라 조금은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과하게 연출하기보다는 오롯이 출연 가수들과 그들의 무대가 가진 색깔로 승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출연자 섭외는 양 프로그램이 모두 엄청난 경쟁과 고민을 했다는 게 역력히 느껴지는 부분이다. <불타는 트롯맨> 2회에 남승민, 강훈, 한강, 민수현은 물론이고 신성, 무룡 같은 프로 가수들의 출연이나 손태진 같은 이미 타오디션에서 우승까지 했던 성악가의 출연이 그 사례다. 물론 명도 같은 마임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색다른 볼거리(?)나 이영자 매니저 송성호, 춘길이라는 새 예명으로 출연한 모세처럼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는 출연자도 빠지지 않는다.
<미스터트롯2>는 원조집으로서의 인지도가 막강하다는 걸 타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 준우승자로 구성된 우승부의 출연자들만으로도 알 수 있다. <트롯전국체전> 준우승의 재하, 우승의 진해성, <트로트의 민족> 우승자 안성준, <트롯신이 떴다> 준우승자 나상도 같은 출연자가 <미스터트롯2>의 무대에 섰다.
장구의 신 박서진, 리틀싸이 황민우, 황민우의 동생 황민호, 시즌1에 이어 다시 도전한 노지훈, 안성훈 같은 실력자들은 물론이고, 국가대표부라는 새로운 팀에서 발레와 트로트를 접목한 정민찬이나, '아모르파티'를 비트박스와 더불어 들려준 세계적인 비트박서 윤대웅 같은 색다른 트로트의 맛을 보여주는 출연자들도 등장했다.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불타는 트롯맨>과 <미스터트롯2>는 트로트팬들에게는 크게 다르지 않은 프로그램처럼 여겨진다. 트로트를 몇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고, 구성적인 면에서 취하고 있는 오디션 방식이 두 프로그램이 그다지 다르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물론 채널은 다르지만 일주일에 화요일과 목요일 이틀을 연거푸 하는 하나의 트로트 오디션을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미스터트롯2>가 첫 회에 20%를 훌쩍 넘기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치고 나가는 듯 보였지만, <불타는 트롯맨>이 2회에 두 자릿수 시청률로 만만찮은 상승세를 예고하고 있는 건, 이 두 프로그램의 시청층이 앞으로 갈수록 겹쳐질 거라는 걸 예감케 한다. 즉 어느 순간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비슷한 수치에 도달하는 그런 그림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치열한 대결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트로트 팬들을 두 프로그램 모두에 끌어들이는 시너지로 이어지지 않을까. 어쨌든 트로트의 계절을 맞이한 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시간들이 이 두 프로그램의 대결로 만들어지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조선, M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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