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전대 판 흔드는 장제원, 실세 사무총장 노리나

이원석 기자 2022. 12. 30.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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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연대에 반응한 장 의원, ‘尹心 감별사’ 존재감 피력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본격적으로 시작된 집권여당의 당권 경쟁 구도에서 친윤(親윤석열)계의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장'이냐 '권·장'이냐, 아니면 '안·장'이냐가 최대 관심사일 정도다. 앞글자만 다르고 뒷글자는 모두 '장'이다. 앞은 당권 도전에 나설 각 주자들(김기현·권성동·안철수)을, 뒤는 장 의원을 의미한다. 장 의원이 누구와 힘을 합칠지가 이번 전당대회(이하 전대)의 최대 관심사이자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여권에선 '장심(張心)이 곧 윤심(尹心)'이란 말까지 떠돈다. 장 의원의 입장이 곧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란 의미다. 실체와 별개로 이런 말이 떠돈다는 것 자체가 여권 내에서 장 의원의 영향력을 실감케 한다. 정치권에선 전대에서 장 의원과 연대하는 후보가 대표로 선출될 경우 장 의원이 윤심을 업고 차기 총선의 공천을 주도할 실세로 자리매김할 거란 관측까지 나온다.

장제원 의원(왼쪽)과 김기현 의원이 2022년 12월26일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선 후퇴" 석 달여 만에 화려한 복귀

2021년 검찰총장 사퇴 후 대선 출마를 고민하는 윤 대통령을 일찌감치 돕기 시작하며 측근 자리를 꿰찬 장 의원은 권성동 의원과 함께 이른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투톱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약 넉 달 만에 2선 후퇴를 선언해야 했다. 권 의원과의 갈등과 인사 논란 등 정권 초기 여러 악재의 책임자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8월31일 "저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 책무와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정부 동안 어떤 임명직도 맡지 않을 것이며 계파 활동 역시 일절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일각에선 그가 윤 대통령의 검찰 출신 최측근들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장 의원은 약 석 달 만에 정국의 중심부로 돌아왔다. 소문과 달리 그의 영향력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커진 듯했다. 자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는 쓴소리를 던지는 장면에서 그 위세가 드러났다. 그는 2022년 12월 들어 야당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에 응한 당 원내 지도부를 향해 '겉멋 패션 정치'라고 비판했고, 'MZ세대와의 소통' 등 차기 지도부의 자격에 대해 언급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선 "그런 얘기를 자꾸 하니까 일을 잘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론도 나오는 것 아니냐"고 면박에 가까운 질타를 하기도 했다. 그가 윤 대통령을 대신해 껄끄러운 얘기들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여러 현안에 대한 장 의원의 메시지들은 윤 대통령의 생각과 맞닿아있는 듯했다. 국정조사에 대한 매우 강한 반대 입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장 의원은 '한동훈 차출론'을 언급하면서 "우리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며 확신에 가깝게 윤심을 거론하기도 했다. 실제 장 의원이 언급한 이후 윤 대통령이 한 장관 차출론에 대해 매우 불쾌해했다는 보도까지 나왔고, 이후 차출론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권선동의 당권 도전은 또 다른 신호

전대와 관련해서도 장 의원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윤심 감별사로서의 존재감을 피력하는 모양새다. 당권 주자들과의 연대설은 정권 초기부터 정치권에서 나왔던 얘기지만 장 의원은 그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 그러나 그는 최근 김기현 의원과의 연대설인 '김·장' 연대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장 의원은 2022년 12월21일 김·장 연대에 대해 "맞선을 본 지 얼마 안 돼 벌써 결혼하라고 한다"며 "커피도 먹어보고 영화도 같이 보고 밥도 같이 먹어보고 데이트를 해야 결혼을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간 연대설 자체를 부인해 왔던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진일보한 발언이었다.

이어 장 의원은 12월26일 자신이 이끄는 부산 지역 싱크탱크인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김 의원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아낌없는 칭찬이 오갔다. 김 의원은 "맛있는 김장을 해 부산 발전에 힘을 보태겠다"며 '김·장'을 언급했다. 장 의원은 "김 의원은 덕장이자 용장의 자질을 갖춘 지도자"라며 "전당대회에서 선출할 당대표의 가장 대표적인 자질은 바로 연대해 통합을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인데 누가 80만 당원을 연대와 통합으로 이끌어갈 것인가"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에 대한 지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그다음 날인 12월27일 김 의원은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김장은 다 담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장 의원과의 연대화를 공식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장제원 의원(가운데)이 2022년 8월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에게 귀엣말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물론 장 의원이 정말로 윤심을 품고 있는 게 맞는지에 대해선 당내 반론도 적지 않다. 당권 주자로 신(新)윤핵관으로도 거론되는 윤상현 의원은 장 의원의 행보를 두고 "윤심이 결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022년 12월22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윤심이 있다면 이렇게 공개적으로 하겠나. 그렇게 공개적으로 해서 당이 분열되는 것을 대통령이 바라겠나"라고 말했다. 당내 비윤(非윤석열)계 한 의원도 시사저널과 만나 "장 의원이 윤심을 알고 있다기보다 자기 정치를 위해 윤심을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윤핵관들이 다 2선에 물러나 있으라는 게 분명한 윤심"이라고 강조했다.

"장제원, 尹心과 주파수 잘 맞추는 듯"

또한 윤핵관의 맏형 격인 권성동 의원이 당권 도전을 결심한 사실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윤심이 특정 후보에게 이미 향했다면 정리가 됐어야 하지만 친윤계 후보군이 난립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 사정을 두루 잘 아는 한 여권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만나 "누가 윤심을 더 잘 파악하느냐가 중요하다. 윤심은 분명 특정한 곳을 가리키고 있겠지만, 엉뚱한 곳을 바라보는 측근도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최근 장 의원의 여러 행보를 보면 그가 윤심과 주파수를 잘 맞추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캠프 때도, 정권 초기에도 좋지 않은 일로 물러났던 장 의원의 존재감이 꾸준한 것 또한 이 때문으로 보인다. 물러나라는 신호도, 돌아오라는 신호도 잘 알아차리는 것"이라며 "장 의원에 대해 아무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도 그가 윤심에 매우 가깝게 자리하고 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김기현 의원을 잇달아 관저로 초청한 일은 미묘하다. 윤 대통령은 2022년 11월30일 김 의원을 관저로 불러 약 3시간 동안 단독 만찬을 가졌고, 12월17일에도 김 의원과 배우자를 기독교 지도자들과 만나는 자리에 초청해 함께 만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윤 대통령과 독대한 당권 주자는 김 의원이 유일하다. 장 의원이 윤심 감별사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다만 장 의원이 끝까지 김·장 연대를 고수할지는 불확실하다. 강력한 비윤계 후보의 등장으로 친윤계 표심이 갈리는 등 구도의 변화에 따라 추후 다른 후보와 연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취재에 따르면 장 의원은 최근 매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여러 의원과 전방위적으로 소통하고, 언론과의 접촉도 이전에 비해 대폭 늘리고 있다. 아울러 장 의원은 최근 세(勢) 결집에 매우 애쓰는 모습인데, 그 규모가 주목된다. 권력이 있는 곳엔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장 의원이 전면에 서진 않았으나 사실상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친윤계 공부 모임 '국민공감'에는 당 소속 의원 115명 중 절반이 넘는 65명이 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2022년 12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첫 모임엔 총 71명의 현역 의원이 참석해 축하했다. 

장 의원은 12월11일 자신의 지지 모임으로 불리는 '여원산악회' 회장 이·취임식에 3000여 회원과 함께 참석했다. 이 산악회는 최근 회원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26일에는 역시 장 의원이 주도하는 부산혁신포럼 2기 출범식에 현역 의원부터 전·현직 부산시장, 시의원, 구청장이 총출동했고, 행사장엔 1000여 명이 자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선 장 의원의 이러한 세 결집 시도가 3개월가량 남은 전대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2022년 12월7일 국민의힘 친윤계 공부 모임인 '국민공감' 첫 모임에 현역 의원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 모임은 장제원 의원(맨 오른쪽)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사저널 박은숙

'윤핵관 재등장'에 당내 우려 목소리도

장 의원이 특정 후보를 지원해 당선에 조력한 뒤 당 사무총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만일 장 의원이 윤심과 계속 주파수를 일치시켜 윤 대통령이 원하는 당대표를 당선시킨다면 그가 당대표 이상의 당내 최대 실세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기 지도부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다. 실제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후보 시절 임명한 이방호 당 사무총장이 대선 직후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최고 실세로서 공천을 좌지우지한 사례도 있다.

다만 당내에선 장 의원의 영향력이 다시금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꽤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정권 초기 여러 잡음 끝에 2선으로 물러난 윤핵관들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면 대중의 반감이 다시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대 과정에서 윤심을 둘러싸고 장 의원과 권 의원 등 윤핵관의 파워게임이 또다시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국민의힘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윤심을 둘러싸고 경기(전대)가 과열되는 건 우리 당에 매우 좋지 않다고 본다. 더군다나 그 중심에 장 의원 등 윤핵관이 서있다는 건 더더욱 좋은 그림이 아니다"면서 "윤심도 중요하지만 전대는 각 후보들의 미래를 보는 경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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