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로 변호사의 작품 속 법률산책 - ‘영웅’의 정당방위, 정당행위

안중근 의사는 대한제국의 의병대장으로 1909년 하얼빈에서 조선 침략의 주범이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독립운동가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 의지를 굳건히 한 단지동맹 손도장,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편지 등은 현재도 우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영화‘영웅’은 도마 안중근 의사의 일생이 아닌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의거를 위주로 그리고 있습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안중근 선생을 보면서 조국은 우리에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안중근 의사(정성화 분)는 하얼빈에서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죄로 일본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1910년 3월 26일 여순 감옥에서 순국합니다. 안중근 선생은 대한제국 의병대장으로서 조국을 침략한 일본군의 우두머리를 사살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안중근 선생은 이외에도 재판에서 일본제국의 법이 아닌 국제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이유에 대해서 ① 명성황후를 시해한 죄, ② 고종황제를 강제로 폐위한 죄, ③ 을사조약과 정미 7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죄, ④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 ⑤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 ⑥ 철도, 광산, 산림을 강제로 빼앗은 죄, ⑦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 ⑧ 군대를 해산시킨 죄, ⑨ 교육을 방해한 죄, ⑩ 한국인들의 유학을 금지시킨 죄, ⑪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운 죄, ⑫ 한국인이 일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거짓말을 퍼뜨린 죄, ⑬ 한국이 태평 무사한 것처럼 천황을 속인 죄, ⑭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 ⑮ 일본 천황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죄 등 15가지를 들었습니다.

어떤 행위가 범죄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그 행위가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위법성조각사유(예,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정당행위 등)가 없고, 책임조각사유(예, 형사미성년자, 적법행위 기대불가능성 등)도 없어야 합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것은 살인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행위가 위법성을 없애는 위법성조각사유 중의 하나인 정당방위나 정당행위 등에 해당한다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정당방위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긴급행위의 일종인 정당방위는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명제를 기본사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당행위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여 국가적, 사회적으로 정당시되는 행위를 말합니다. 사형집행, 영장에 의한 구속, 압수, 수색 등과 같은 법령에 의한 행위, 의사의 치료행위, 변호사의 변호활동, 성직자의 범죄불고지 등과 같은 업무로 인한 행위 등이 정당행위입니다.

대한제국의 의병대장 안중근 선생이 조선 침략의 우두머리인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한 것은 정당방위나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소멸되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쟁 중에 전투행위로서 적군을 살해하는 것은 정당행위로서 살인죄의 위법성이 조각되어 살인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안중근 선생의 영웅적인 의거 못지않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수감된 아들 안중근에게 보낸 편지 내용도 감명 깊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가 만약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은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
아마도 이 편지가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壽衣)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의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 조마리아 여사 -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사진=CJ EN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