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벗은 이란 체스선수, 처벌 피해 스페인 이주 예정”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국제 체스 대회에 참가했던 이란 체스 선수 사라 카뎀(25)이 당국의 처벌을 우려해 스페인으로 이주할 전망이라고 가디언이 30일(현지시간) 스페인 언론 엘파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카뎀은 지난 26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열린 국제체스챔피언십이 끝난 후 이란으로 돌아가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영화감독인 남편 아르데쉬르 아흐마디와 어린 자녀 등과 함께 스페인의 모처로 이주할 예정이다. 그의 가족은 스페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카뎀이 스페인 정부의 이주 허가를 받았는지, 혹은 망명을 신청할지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카뎀은 이에 관한 가디언의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중순부터 100일 넘게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숨진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에서 비롯돼, 히잡 착용을 강제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나아갔다.
시위 발발 이후 국제 대회에 출전한 이란 선수들은 히잡을 착용하지 않거나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는 히잡을 쓰지 않고 참가했다. 이후 그는 히잡이 벗겨진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란 정부가 이 같은 말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가 예정보다 일찍 이란으로 귀국할 때도 당국에 압송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며, 이달 초 레카비 가족의 주택이 강제철거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지난달에도 이란 궁수 파르미다 가세미가 테헤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히잡을 떨어뜨렸다가 나중에 히잡이 떨어지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그가 히잡이 떨어지는데도 가만히 있는 영상이 퍼졌고, 가세미가 반정부 시위에 지지를 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란 축구대표팀은 시위에 대한 연대의 뜻에서 개막식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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