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對中 모호성 전략의 전제는 보편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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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과 고집스러운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전 세계가 러시아와 중국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본 2022년이 저물어 간다.
새해를 나흘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공개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 전략을 윤 정부 외교정책의 독트린, 곧 '윤석열 독트린'으로 소개했다.
미국은 포괄적 전략동맹 파트너로,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 묘사하면서 중국도 주요 협력 국가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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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연세대 교수·국제정치학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과 고집스러운 ‘제로 코로나’ 정책 때문에 전 세계가 러시아와 중국을 우려의 눈길로 바라본 2022년이 저물어 간다. 새해를 나흘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공개됐다. ‘담대한 구상’과 함께 대외정책의 큰 그림을 완성해 한반도와 국제 관계에서 대한민국의 좌표를 찍고 글로벌 중추 국가로의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 전략을 윤 정부 외교정책의 독트린, 곧 ‘윤석열 독트린’으로 소개했다.
언론에선 이를 ‘한국판’ 인·태 전략이라 부른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환영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안보에선 원칙, 경제에선 실리를 추구하겠단 건데 안보보단 경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리 수출의 78%, 수입의 67%를 차지하는 이 지역과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로 경제안보 네트워크를 확충하겠다는 포괄적 전략이다.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는 일본의 고 아베 신조 총리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분히 중국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아시아·태평양’이란 용어 대신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문인지 우리 전략엔 미·중 간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미국은 포괄적 전략동맹 파트너로,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 나라로 묘사하면서 중국도 주요 협력 국가로 표현한 것이다.
김성한 안보실장이 미·일을 합친 것보다 무역량이 많은 중국을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라며, 중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다. 특정국을 겨냥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포용적 구상이라고 강조한 것, 민주주의 후퇴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도전을 언급하면서도 중국을 명기하지 않고 ‘일부에서’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잘 드러난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성공적인 다자외교의 결실이 집약된 출발점이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찮다. 지난 2월 발표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선 이 지역을 세계 7대 군사 강국이 모여 있는 곳으로도 설명한다. 경제만큼 안보에도 방점이 찍혀 있단 얘기다. 무엇보다 중국을 안보·경제적으로 겨냥해 인권과 국제법을 무시하는 등 인·태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저해한다고 분명히 지적하고 있다. 주변국을 괴롭힌다(bullying)는 표현도 보인다. 또한, 디지털 분야에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다는 게 현실과 상당히 거리가 있는 건 분명 맞는 얘기지만, 21세기의 현실과 거리가 있는 중국의 정책들도 문제다. 제로 코로나를 외치며 큰소리쳤지만, 입국자 절반이 양성 반응을 보여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들이 중국발 항공기 승객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했다. 글로벌 기업을 이끌던 총수는 규제 당국의 낡은 사고방식을 비판해서인지 경영 일선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중국의 정책들에 규범과 규칙의 잣대를 적용하고 법치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키는 일도 힘든 과제가 될 것이다. 세부 이행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선 전략적 모호성의 복잡하고 미묘한 방정식을 웬만큼 풀어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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