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수원서도 50m구간 30분만에 전소 … 국토부, 올 6월에야 연구용역 뒷북

권승현 기자 2022. 12.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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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5명 등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 대형 사고 경고를 무시해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이미 수원 방음터널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고 외부기관으로부터 방음터널의 화재 취약성이 지적됐지만,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에 이르러서야 방음터널 화재에 대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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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현장 : 30일 오전 소방관과 경찰관 등이 전날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5명 사망 ‘과천 방음터널’ 참사

플라스틱 재질, 화염 취약한데

감사원 지적에도 조치 안돼

‘터널’ 분류안돼 안전사각지대

사고당시 진입차단시설 미작동

사망자 5명 등 4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와 관련, 대형 사고 경고를 무시해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20년 이미 수원 방음터널에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고 외부기관으로부터 방음터널의 화재 취약성이 지적됐지만,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에 이르러서야 방음터널 화재에 대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심지어 국토부는 오히려 방음시설을 ‘불연성’ 소재로 만들어야 한다는 1999년 지침을 2012년 들어 삭제하기도 했다. 아울러 외국과 달리 국내 방음터널은 화재에 취약한 소재로 지어졌고, 시설물 안전점검 대상에도 빠져 있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30일 전문가들은 이번 화재의 경우 거듭 경종이 울렸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올해 6월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기준 마련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2020년 8월 수원 영통구 하동IC 고가도로 방음터널에서 방음벽 50m 구간이 30여 분 만에 모두 타는 화재가 발생한 지 약 2년 만이다. 다행히 새벽 시간이라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방음터널이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 사고였다. 앞서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연구원과 감사원도 “가연성 재질은 화염에 취약하고 구조체가 가열될 시 방음판이 탈락할 우려가 있어 보강이 필요하다”는 등의 우려를 내놨다.

불연성 소재 대신, 화재에 취약하지만 값싼 소재를 방음터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것도 문제다. 이번 화재가 빠르게 확산한 이유는 방음터널 벽과 천장에 설치된 구조물 재질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시공이 간편하고 값싸다는 점에서 PMMA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물질은 화재에 아주 취약하다”며 “독일이나 일본 등은 비싸고 시공이 까다롭지만 불에 잘 타지 않는 강화유리를 방음시설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방음 강화 플라스틱은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또한 방음터널은 국토안전관리원 기준 터널에 포함되지 않아 시설물 안전점검 대상에도 들지 않는다. 이번 화재 때도 사고 발생 시 차량 진입을 막는 ‘터널 진입 차단 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음 터널에는 비상시 탈출구와 대피 시설이 없었다. 방음 터널은 지상 5m 높이에 위치한 교각 형태로 만들어져 화재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피할 곳이 없었다. 안전점검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차단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공 교수는 “이번 화재는 명백한 인재”라며 “우리나라는 안전에 대한 투자에 너무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권승현·박정민·김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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