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간다더니 … 아내와 딸은 돌아오지 못했다

김대영 기자 2022. 12. 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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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질방 다녀오겠다던 아내와 딸의 미소가 아직 눈에 선한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모녀가 함께 숨진 차량이 발견됐다.

화재 현장에서 한 어린아이를 구출했다는 허모(42) 씨는 "터널에서 연기가 구름처럼 몰려오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며 "큰일이 터졌다고 느꼈고, 차에서 내려 미친 듯이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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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소방관과 경찰관 등이 전날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화재 합동 감식을 앞두고 사고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 5명 사망 ‘과천 방음터널’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사랑하는 아내·딸 이제 못봐”

‘사망추정 모녀’의 남편 눈물

피해자 신원 확인조차 어려워

“찜질방 다녀오겠다던 아내와 딸의 미소가 아직 눈에 선한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경기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북의왕IC 인근 방음터널 화재 현장에서 모녀가 함께 숨진 차량이 발견됐다. 한꺼번에 부인과 딸을 잃은 김석종(65) 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더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황망해 했다.

그는 두 사람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듯 “유전자(DNA) 감식에서 기적이 일어나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씨는 화재로 인해 훼손이 심한 탓에 경찰로부터 시신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그의 외동딸은 회사 휴무일을 맞아 모처럼 기분을 낼 겸 어머니와 함께 교외에 있는 찜질방으로 이동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고 한다.

김 씨는 “아내는 주말부부로 생활하면서도 아무런 불만을 내색조차 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다정했던 사람”이라며 “11월에 불국사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던 기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홀로 남겨졌다는 상실감에 끼니를 거르고, 지난밤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은 화재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화재 현장에서 한 어린아이를 구출했다는 허모(42) 씨는 “터널에서 연기가 구름처럼 몰려오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며 “큰일이 터졌다고 느꼈고, 차에서 내려 미친 듯이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뒤에서 따라오던 한 백인 아이가 넘어진 것을 확인하고, 울고 있는 아이를 품에 안은 채 정신없이 달렸다고 한다. 허 씨는 “아이의 가족으로 보이는 외국인들도 뒤따라왔다”며 “아이가 울음을 멈추지 않더라”라며 안타까워했다.

경찰은 화재 피해로 인한 시신 훼손으로 당장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은 어렵다며 사망자 전원 대상 DNA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터널 내부에 있던 피해 차량의 번호 등을 조회해 사망자들의 신원을 잠정적으로 확인하고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김대영·전수한·유민우·조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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