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中 바둑계 ‘AI 커닝’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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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세계 최강인 신진서 9단은 올해 '외국기사에게 전승한다'는 목표 달성을 아깝게 놓쳤다.
지난달 LG배 준결승과 이달 중국 춘란배 준결승에서 각각 중국의 양딩신 9단과 리쉬안하오 9단에게 졌다.
양 9단의 의혹 제기엔 최근까지 중국 1위였던 커제 9단, 양 9단과 LG배 결승에서 맞붙을 딩하오 9단, 메이저대회 다관왕 출신인 천야오예 9단 등 간판 기사들도 동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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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바둑 세계 최강인 신진서 9단은 올해 ‘외국기사에게 전승한다’는 목표 달성을 아깝게 놓쳤다. 지난달 LG배 준결승과 이달 중국 춘란배 준결승에서 각각 중국의 양딩신 9단과 리쉬안하오 9단에게 졌다. 그런데 지금 중국 바둑계는 오히려 뒤숭숭한 분위기다. 양 9단이 SNS를 통해 신 9단을 이긴 리 9단의 인공지능(AI) 커닝 의혹을 제기한 때문이다. 양 9단은 자신이 패배한 리 9단의 춘란배 8강전과 4강전을 지켜본 뒤 심증을 더 굳힌 것 같다는 관측이다. AI가 제시하는 착점을 알아맞히는 비율이 70%만 넘어도 최강자로 평가되는데, 리 9단은 8강전에선 무려 90%를 넘었고 4강전도 85%나 됐다. 이 정도면 처음부터 끝까지 AI를 베낀 수준이라고 한다.
양 9단은 리 9단에게 프로기사 생명을 건 대국까지 제안했다. 통신이 차단된 곳에서 화장실도 가지 말고 하루에 한 판씩 20번기를 두자는 것이다. 대국 기보는 주변 평가를 받아 자신의 무고라면 새해 2월 LG배 결승 후 은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AI 커닝이 아니면 자신이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엿보인다. 양 9단이 리 9단의 답변이 없는 가운데 올린 후속 글도 논란이다. ‘명령을 받았다. 7번기로 진행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LG배를 놓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 기원이 중재에 나선 듯한데, 7번기를 거부하면 LG배 결승국까지 못 두게 하겠다고 경고한 셈이어서 파문이 더 커졌다.
양 9단의 의혹 제기엔 최근까지 중국 1위였던 커제 9단, 양 9단과 LG배 결승에서 맞붙을 딩하오 9단, 메이저대회 다관왕 출신인 천야오예 9단 등 간판 기사들도 동조하고 있다. 사실 리 9단의 도약 자체가 의문이다. 중국 순위가 20∼30위권이던 그는 통상 전성기가 지난 때로 간주되는 20대 후반 들어 급부상했고, 지난해부터는 성적이 더욱 두드러져 지금은 랭킹이 세계 4위·중국 1위다.
AI 커닝은 승부 조작이고 사기다. 중국 MZ세대 기사들이 분노하는 데엔 다 근거가 있을 것이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관련자는 퇴출시키고 법적 책임도 물어야 한다. 중국 당국이 진실을 밝히지 않고 진실게임을 하듯 7번기로 시비를 가리려는 것은 중국은 물론 세계 바둑계 전체에 치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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