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소비 양극화 전망…식품업계 '이원화 전략'으로 대응
기사내용 요약
엥겔지수 2021년 12.9% 21년만에 최고치…올해도 높을 것으로 전망돼
가성비와 프리미엄으로 소비 양극화 뚜렷…식품업계, 투트랙으로 대응
[서울=뉴시스] 김동현 기자 = 새해에는 올해보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물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가성비 제품을 선호하는 이들이 증가하는데 반해 프리미엄 제품을 찾는 수요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양극화는 식품업계의 내년도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가성비를 높인 제품과 프리미엄 제품을 함께 선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의 선택폭을 늘려 소비 양극화 시대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30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 가정의 가계·소비 지출 중에서 식료품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엥겔지수가 지난해 2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지수는 2019년 11.4%에서 지난해 12.9%로 2년 간 1.5%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식료품 지출 비중은 소득 하위 1분위 계급이 5분위 대비 9.1% 포인트 높았다. 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이 가파르자 소득이 적은 가정일수록 외식 대신 내식을 택했다고 볼 수 있다. 내식 비중이 커지면서 부각된 것이 소비 양극화다.
올해 엥겔지수는 지난해보다 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할 수 있다. 외식 물가는 그 어느 해보다 높은 상승세를 보였고 식료품 가격 인상은 정부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의 이유로 지속적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판매처 매출에서도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 매출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전년동월대비 8.3% 증가한 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은 따뜻한 11월 날씨로 의류 판매율 부진 현상이 나타났지만 전체 매출은 3.7% 늘었다.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을 고려해 식품업계는 내년도에도 이원화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원화 전략은 기존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면서 프리미엄 제품군을 추가로 출시하는 방식으로 본격화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꼽을 수 있다. HMR 시장은 코로나19 여파 이후 비대면 소비 패턴에 따른 수혜를 가장 많이 입었다.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2000억원에서 지난해 5조원 성장했다. 5년 만에 100% 이상 성장했다.
HMR 시장에서는 강자로 꼽히는 CJ제일제당, 동원F&B, 오뚜기 등이 프리미엄 제품군을 앞세워 시장 규모를 키우는 한편저가형 HMR 제품을 나눠 선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더비비고와 양반 수라, 오즈키친을 앞세워 기존 제품들과 차별성을 뒀다. 저가형 HMR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국·탕·찌개류 제품과 반찬류(생선구이·장조림), 죽류(파우치·용기)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냉동피자는 올해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1990년대 처음 선보인 냉동피자는 한때 인기를 끌었으나 인기와 달리 시장 규모는 2015년 50억원에 불과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품질이 떨어져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위상이 달라졌다. CJ제일제당·오뚜기·풀무원 등이 프리미엄 제품을 선보인 이후 V자 반등을 이뤄냈다. 해동하면 갓 구워낸 피자 맛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소문이 퍼지자 시장은 900억원 대로 성장했다.
주류 시장에도 프리미엄 바람이 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과 진로를 앞세워 희석식 소주 시장을 공략하고 최근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증류식 소주 시장에서는 진로 1924 헤리티지를 내세운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급격한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23년에는 전반적인 소비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체 소비 시장은 위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소비의 극단적 양극화가 진행될 수 있다"고 의견을 말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불황기에는 계층간 양극화와 개인간 양극화 현상이 소비 트렌드에서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며 "라면과 가정간편식(HMR)외식을 대체할 수 있고 주류와 외식 시장은 부진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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