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소비 트렌드는 꼭 쓸데만 쓰겠다는 것”
편의점, 팬데믹 후 ‘쇼핑’ 장소로 인식 확대
고가 위스키 편의점 판매량 31.1% 증가
소비특성인 편의성·‘자신의 가치’ 강화로
아끼고 ‘프리미엄’ 구입…양극화 심화 전망
“쓸 데만 쓰겠다.” 이상훈 닐슨아이큐코리아 전무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소비 트렌드의 핵심을 이 같은 한 문장으로 표현했다. 이 전무는 “다른 곳에서 돈을 아끼고, 자신의 가치 품목은 프리미엄으로 구입하려는 성향이 2023년에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무는 시장조사업체에서 7년간 경력을 쌓아온 리서치 전문가로, 현재 닐슨아이큐에서 유통사업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최근 서울 중구 닐슨아이큐 사무실에서 만난 이 전무는 MZ세대 소비 패턴의 배경으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이 동시에 일어난 시대적 특징을 먼저 언급했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인플레이션 민감도가 높아요. 닐슨인터내셔널의 올해 3분기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소비자의 59%가 ‘현재 경기불황을 인식한다’고 답했는데요. 국가별로는 미국이 53%였던 데 반해, 한국은 글로벌 평균에 비해 높은 77%의 소비자가 이같이 대답했습니다.”
물가 인상의 영향으로 실제 국내 식품의 판매량은 줄어들었다. 닐슨아이큐 조사 결과, 최근 1년간(지난해 10월~올해 9월) 식품 가격이 평균 6.2% 오르면서 식품 판매량 성장률은 -4.8%를 기록했다. 역성장인 셈이다. 이 전무는 “밀가루, 설탕처럼 기초 식재료의 판매량 감소는 컸으나, 간식에 해당하는 음료와 제과류는 타격을 가장 덜 받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했다. 음료와 제과류의 동기간 성장률은 각각 -2%와 -1%였다.
음료·제과류 분야는 편의점의 주요 구매 품목으로, 이 전무는 “팬데믹 이후 이전과 크게 달라진 소비 채널은 바로 편의점”이라고 했다. 일용소비재(FMCG, 식음료·생필품 등) 시장에서 모든 오프라인 채널의 지난해 판매액은 전년 대비 -0.5% 성장을 보였지만, 편의점은 8.7% 증가했다(120개 카테고리 기준, 담배 제외). 2021년 편의점 점포수 또한 2019년 보다 16.4% 늘었다.
“마트 대신 가까운 편의점을 자주 들리게 되면서 팬데믹 특수는 편의점이 차지하게 됐죠.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칼로리 부담이 적은 식물성 단백질 품목이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아몬드브리즈(아몬드음료)’가 대표적이며 ‘두부면’을 비롯한 두부 가공품 분야도 성장세를 보입니다.”
편의점의 공간 개념도 확장되고 있다고 이 전무는 언급했다. 그는 “이전에는 음료나 과자처럼 주로 단순한 물품을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면, 최근에는 편의점을 ‘쇼핑’ 장소로 인식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물건을 집고 빠르게 계산하던 과거 모습과 달리 이제는 장바구니를 한손에 걸쳐 들고 다양해진 품목을 구경하는 상황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편의점과 썩 어울리지는 않아 보이는 위스키는 이 전무가 주목한 품목이다. 편의점 주류의 대표주자였던 맥주와 소주의 판매량은 최근 1년간 각각 -7.1%, -4.9%를 기록한 반면, 위스키는 31.1% 증가했다.
이 전무가 위스키 구매를 눈여겨본 이유는 ‘편의성’이라는 MZ세대 소비 특성을 엿볼수 있기 때문이었다. ‘10만원 이상’에 달하는 고가 위스키의 편의점 판매량은 올해 상반기(1~4월)기준으로 전년 대비 27% 늘었다. 위스키 취향이 확고하다면, 전문 할인점이 아니라더라도 편의점에서 간편히 구입하겠다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편의성은 그가 ‘2023년 MZ세대 소비 트렌드’로 꼽은 키워드 중 하나다. 가정간편식(HMR) 분야도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다만 그 방향은 가격보다 고품질로 흘러가는 추세다. 이 전무는 “즉석밥이나 찌개·탕, 냉동 제품 등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보다 맛있고 건강한 프리미엄군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편의성과 함께 강조된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자신만의 가치’다. 좋아하는 위스키는 고가 제품을 사면서, 자신의 가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분야에서는 저렴한 제품으로 돈을 아끼는 소비 방식이다. 그는 “자신의 선호도와 취향이 반영된 가치 기준이 강화되면서 지출액의 양극화 현상이 커질 것”이라며 “이러한 기준은 이전 세대보다 확고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 전무의 결론을 듣고 나니 기자의 장보기 애플리케이션에 담긴 장바구니 목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목록을 공개하면 철저한 비교 작업을 거쳐 몇 백원이라도 저렴하게 고른 식용유, 언제나 프리미엄급이 고정된 초콜릿 등이다. 스스로 MZ세대처럼 ‘가치 소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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