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갯벌의 재발견...의외의 탄소 흡수원 부상

고재원 기자 2022. 12. 3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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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극한 한파와 폭설, 폭염, 집중호우 등 지구촌 곳곳에서 몸소 체감할 정도로 기후변화 위기는 현실화하고 있다. 전세계 각국이 탄소 순배출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탄소중립을 구현하려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만큼 이미 배출된 탄소를 없애는 노력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해양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미역과 다시마 같은 갈조류는 물론 갯벌, 해양 플랑크톤 등의 탄소 흡수 능력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해법으로 해양이 새로운 '게임체인저'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갈조류의 재발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팀은 갈조류가 연간 약 5억5000만t의 이산화탄소를 공기 중에서 흡수한다는 분석결과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6일자(현지시간)에 공개했다. 독일이 한 해 배출하는 전체 온실가스 약 7억4000만t의 약 74%에 해당하는 양이다. 특히 갈조류가 내뱉는 점액에 탄소가 많이 갇혀 있는데 이 점액은 수백 년이 지나도 잘 분해되지 않아 탄소 저장고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북유럽의 내해인 발트 해에 분포하는 갈조류인 ‘블래더랙’을 분석했다. 발트해를 포함해 북해와 대서양, 태평양 등지에 자라는 블래더랙은 3년 정도면 키가 2m에 달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공기 속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쑥쑥 자라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블래더랙은 흡수한 이산화탄소의 3분의 1을 당질 배설물 형태로 배출한다. 당질 배설물은 구조에 따라 다른 생물이 이용하거나 바다 바닥에 가라앉는다. 연구팀은 배설물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후코이단’이라는 물질에 주목했다. 후코이단은 갈조류에서 추출되는 황을 함유한 물질이다. 미역이나 다시마의 끈적거리는 점액 성분이다. 

연구팀은 “후코이단은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져 다른 생물이 분해하기 어렵다”며 “모든 생물이 좋아하지는 않는 듯 하다”고 분석했다. 자연스레 후코이단에 포함된 탄소는 대기로 환원되지 않는다. 짧게는 수백년, 길게는 수년천에 걸쳐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런 분석을 근거로 갈조류가 연간 1억5000만t의 탄소를 장기간 격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후코이단 분비는 갈조류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격리되는 탄소의 양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약 5억5000만t이 된다. 

연구팀은 해역을 달리해 다른 갈조류에 대한 추가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연구팀은 “갈조류는 기후변화 대응에 강력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며 “잠재력 활용을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갯벌, 플랑크톤 등 새로운 탄소흡수원 부상
갯벌도 새로운 탄소흡수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국내 갯벌이 연간 26만t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분석을 2021년 6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회지’에 공개했다. 이는 연간 승용차 11만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연구팀은 “탄소중립이란 측면에서 갯벌의 가치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세계 첫 연구결과”라 소개하며 갯벌에 탄소중립의 해법이 잠재해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 분석에 따르면 갯벌엔 이미 약 1300만t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김 교수는 “갯벌에 주목해야 한다”며 “새로운 탄소 흡수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닷속 플랑크톤이 기후변화 피해를 막는 방어막이란 연구도 최근 나왔다.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과 미국 하와이대 연구팀은 지구 온난화에도 플랑크톤의 생산성이 약 5%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2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공개했다. 생산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만큼 플랑크톤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플랑크톤의 먹이가 줄어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란 기존의 예상을 깨는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기존의 예상이 플랑크톤의 ‘영양 흡수 조절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파고 들었다. 지난 30년간 수집된 플랑크톤 자료에 따르면 먹이가 고갈된 시기에도 플랑크톤의 생산성이 일정하게 유지된 것으로 관측됐다. 플랑크톤이 인(P) 대신 황(S)을 광합성에 사용하며, 영양염 부족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영양염 고갈이 가장 큰 아열대 해역에서는 생산성이 기존 예측 값과 최대 200%까지 차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성이 강화되면 바다는 대기로부터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팀머만 단장은 “플랑크톤이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에 따른 전 지구적 규모의 바다 생태계 변화에서 교란을 막는 완충 작용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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