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과 수입 전기차 보조금 차이 '최소 250만원' 더 벌어질듯
수입 전기차는 직영AS센터 없어…'한국판 IRA'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내년에는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간 정부 보조금에서 차이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30일 환경부와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5일 업계와 설명회에서 내년 적용될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안을 공유하고 의견수렴을 시작했다.
개편안에는 전기승용차 전체 국고보조금 상한선을 7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내리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연비보조금과 주행거리보조금 총합 상한선을 지금보다 100만원 인하한 500만원으로 하고 직영서비스센터와 정비이력관리·부품관리 전산시스템 운영 여부에 따라 50% 차등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직영서비스센터와 정비이력관리·부품관리 전산시스템이 없거나 일부만 있는 업체 전기승용차는 연비·주행거리보조금을 절반만 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모두 직영서비스센터를 운영하지만, 외국 제조사들은 국내에 직영서비스센터가 드물다.
개편안에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외부로 전력을 빼내 사용할 수 있는 '비히클 투 로드'(V2L) 기술이 적용된 전기차에 보조금 15만원을 더 주는 방안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가운데 V2L이 적용된 차는 아이오닉5 등 현대차그룹 전기차뿐이다.
최근 3년간 급속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자동차 제조사 전기차에 보조금 1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도 개편안에 포함됐다고 한다. 현대차는 이 조건을 충족했고 외국 전기차 제조사 중엔 테슬라와 벤츠만 충족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개편안에 따르면 저공해차보급목표제 대상 업체 전기차에만 주어지는 이행보조금 상한은 7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저공해차보급목표제 업체 전기차면 주어지는 이행보조금은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오르고 업체가 저공해·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하면 주는 보조금 상한은 4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된다.
저공해차보급목표제 대상 업체는 현대차,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 벤츠, BMW, 토요타, 아우디폭스바겐, 혼다 등 10개다.
개편안이 알려진 대로 시행되면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간 보조금이 '최소 250만원'은 더 차이 날 수밖에 없다. 현재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일부 전기차만 전기승용차 국고보조금 최대치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사후관리와 기반시설 강화'를 명분으로 정부가 '국산 전기차 밀어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풀이가 나온다.
이번 개편안을 두고 북미에서 최종조립 등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도록 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빗대 '한국판 IRA'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기차는 국산차 점유율이 내연기관차에 견줘 상대적으로 낮다.
작년 기준 전체 신규등록 차량 가운데 국산차 비율은 82.0%인데 전기차만 보면 국산차 비율이 74.1%에 그친다.
특히 전기승용차 국산차 점유율은 2016년 90.9%에서 작년 64.5%까지 하락했다.
전기버스 국산차 점유율은 같은 기간 100%에서 61.5%로 떨어졌는데 중국산의 약진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두고 외국 제조사들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대다수 회원사가 전기승용차 에프터세일즈와 관련해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면서 "보조금 체계 개편으로 회원사와 소비자가 본의 아니게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조금 체계) 개편과 실행 과정에서 업계 내 일부 업체에 의도치 않은 편향적 이익이나 불이익이 발생하거나 선택의 기회를 누려야 할 소비자 편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부가) 최선을 다해줄 것을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 보조금 개편을 마무리하겠다"라면서 "내달 중순에는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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