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황제' 목숨 앗아간 대장암, 조기 진단하려면?

권대익 2022. 12.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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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 전설 펠레가 2013년 4월 5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미국에이즈연구재단 행사에서 축구공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축구 황제’ 펠레가 대장암으로 투병하다가 29일(현지 시간) 82세 나이로 별세했다.

펠레를 치료하던 브라질 상파울루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병원은 “펠레가 29일 오후 3시 27분 사망했다”며 “그가 앓고 있던 질병과 대장암이 악화되면서 발생한 다발성 장기부전이 사망 원인”이라 밝혔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2만7,877명)은 갑상선암(2만9,180명), 폐암(2만8,949명)에 이어 발생 3위암이다. 뒤를 이어 위암(2만6,662명), 유방암(2만4,923명), 전립선암(1만6,815명), 간암(1만5,152명) 순이었다. 대장암은 2019년 발생 4위암에서 한 단계 올라가 대장암 발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대장암은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해 90% 이상 완치할 수 있다. 따라서 45세가 넘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5년에 한 번 정도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이처럼 대장암은 발병 위험은 높지만(발생 4위 암). 완치 가능성도 높아(5년 상대 생존율 74.3%)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가진 암이다.


◇45세 이후 5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해야

국가건강검진으로는 50세 이상이라면 1차 대변 검사(분변 잠혈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왔을 때에만 2차로 대장 내시경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분변 잠혈 검사가 저렴하고 간편해 선별 검사로 많이 이용되지만 부정확한 것이 문제다.

다행히 이르면 2026년부터 대장 내시경검사가 국가건강검진에 포함돼 50세가 넘으면 5년 주기로 검사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립암센터 등에서 2023~2025년 3년간 대장 내시경검사의 타당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대장 내시경검사로 대장 용종을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과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장 내부 점막 표면에 돌출된 융기물인 ‘대장 용종(大腸 茸腫ㆍcolon polyp)’은 ‘대장암 씨앗’으로 불릴 정도로 대장암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용종은 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종양성 용종과 암과 관련 없는 비종양성 용종으로 나뉜다. 종양성 용종은 대부분 대장암 전 단계인 ‘선종(腺腫ㆍadenoma)’이다. 선종은 5~10년이 지나면 대부분 대장암으로 악화하기에 대장 내시경검사로 조기 발견해 제거해야 한다.

선종 크기가 클수록 암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1㎝ 이하로 작은 선종은 암 가능성이 2.5% 이하다. 1~2㎝ 선종은 10% 미만, 2㎝ 이상인 선종은 20~40%로 보고되고 있다. 선종 크기가 2㎝가 넘으면 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매우 높아져 반드시 잘라내야 한다.

이에 따라 대한대장항문학회는 가족력이 없더라도 45세가 넘으면 5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대장암을 빨리(1기) 발견하면 5년 상대 생존율이 93.9%에 이를 정도로 치료 예후가 좋기 때문이다.


◇고지방식 등 나쁜 식습관이 주원인

대장암의 80% 정도는 고지방·고칼로리 음식, 비만, 흡연, 음주 등 나쁜 생활 습관 때문으로 발생한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고기나 소시지, 햄, 베이컨 같은 육가공품을 섭취하면 대장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이 밖에 부모 형제 중 대장암을 앓았거나 용종이 있거나, 굽거나 튀긴 음식이나 저섬유질 식사, 만성 염증성 대장 질환, 흡연, 비만, 음주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김문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은 예전엔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최근 육류 중심의 식생활 등으로 젊은 층에서 늘어나고 있다”며 “건강한 식습관과 함께 평소 자신의 몸 상태에 관심을 갖고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중요하다”고 했다.

비타민 D를 적절히 섭취하면 50세가 되기 전에 발생하는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연구팀이 25~42세 9만4,20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미국소화기학회지 ‘소화기학’)다. 매일 비타민 D를 300IU 이상 섭취한 사람은 50세 이전에 대장암 발병 위험이 50% 낮아졌다.

비타민 D 섭취는 비타민 D 함유 식품을 먹는 게 좋다. 비타민 D는 기름 많은 생선(연어, 참치, 고등어), 간, 달걀 노른자, 치즈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비타민 D가 첨가된 시리얼ㆍ우유ㆍ비타민 D 보충제를 먹어도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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