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약한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민주당 신뢰 되찾아야” [우원식 예결위원장에 듣다]

2022. 12. 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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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서 “독재정권과 싸우겠다” 다짐
광주항쟁 1주년 학내시위로 옥살이
위장취업 노동운동하다 정치 입문
영향 준 인물 단연 김대중·김근태
5년만에 정권 빼앗긴 민주당 위기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며 “우리 사회 약자를 돕겠다는 철학을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지키고, 꼭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상섭 기자

“정치는 제민지산(濟民之産·국민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약한 자들의 가장 강한 무기다.” ‘34년차 민주당원’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정치를 정의하는 방식이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이어가던 우 의원은 1988년 평화민주당 입당 이래 민주당에 몸담고 활동했고, 현재는 4선 국회의원이 됐다. 그는 2017년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여당 원내대표를,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원했고, 올해부터는 21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을 맡는 등 당의 요직을 두루 거치고 있다. 우 의원은 내년으로 10년째를 맞는 당 을지로위원회 초대위원장으로서 우리 사회 ‘갑을 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도 이름이 높다.

국민이 불평등과 불공정 없는 사회에서 살도록 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치여정을 이어오고 있는 우 의원을 지난 19일 국회 예결위원장실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학생운동하다 옥살이, ‘투쟁’이 ‘정치’로= 우 의원이 정치에 눈을 뜬 것은 대학가에서 퍼진 ‘긴급조치 9호’와 박정희 전 대통령 비판 유인물을 우연히 본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이듬해인 1976년 연세대 입학 후 기독학생회(SCA)에 가입했고, 이곳에서 농촌·빈민봉사활동을 다니며 “독재권력과 싸우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우 의원은 “사람들이 어렵게 사는 이유가 저물가·저임금 정책 때문인데, 결국 이익을 보장받으려는 재벌과 폭압적 권력기구를 유지하려는 독재권력이 서로 이해관계를 맞춘 것이라 생각해 싸우겠다고 생각한 것이 1학년 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1977년 일명 ‘백지유인물 사건’으로 경찰에 연행된 뒤 이듬해 초 입대했고, 제대한 뒤인 1981년에는 5·18광주민주화운동 1주년 학내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2년8개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그는 1984년 ‘위장취업’ 노동운동을 이어갔다. 연세대 앞에 사회과학 서점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노학연대의 고리’라는 소문이 나면서 경영이 어려워졌고, 카센터 등을 운영하면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학생운동에 이어 6월항쟁에서 대통령 직선제 투쟁을 하게 됐고 독재정권을 물리치는 과정이 정치와 가까워서 정치를 하게 됐는데, 그 길이 아니었대도 민중교회 목사나 선생님 같은, 민주주의 가치를 전파하는 직업을 선택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생 멘토’는 역시 김대중·김근태...감옥에서 읽은 ‘사회경제사론’= 우 의원은 1988년 평화민주당에 입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였다. 당시는 ‘YS·DJ 단일화 실패’로 소위 민주화 인사(김영삼·김대중)가 대통령이 되는 데 실패(1987년)했던 다음 해였다.

우 의원은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로 주저없이 ‘김대중과 김근태’를 꼽았다. 김 전 대통령이 세운 민주당의 노선인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은 우 의원이 자신의 정치인생 핵심으로 꼽는 을지로위원회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민주주의 토대를 확고히 갖추지 못한 정치적 민주주의는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라며 “김 전 대통령이 ‘대중경제론’을 말하면서 제시한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 구호를 보고 ‘바로 이 길이다’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은 또 고(故)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해선 “김 선배는 ‘밥이 하늘이다’ ‘따듯한 시장경제’와 같은 말을 했는데, 그야말로 어려운 사람이 자기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도록 하고 먹는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자는 노동운동 대부의 철학”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지금도 여전히 당내 김 전 의장 계파(GT계)로 분류되기도 한다.

복역 중 영등포교도소 교도관들과 함께 공부했다는 고 최종식 교수의 ‘서양경제사론’은 그의 정치 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다. 우 의원은 “역사란 국민이 먹고사는 조건에 대해 저항을 하는 속에서 발전되어 나간다는 명제를 경제학적으로 논리정연하게 풀어낸 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그 이전까지는 5·18 광주를 보며 정의감 중심으로 행동을 했었다고 한다면, 서양경제사론을 본 뒤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서운 건 ‘민심’, 민주당은 “신뢰의 위기 속” 쓴소리= 그는 가장 두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민심이라고 했다. 우 의원은 “세상이 변할 때인지 아닌지를 늘 생각한다. 세상 변화의 동력이 민심이기 때문에, 민심을 얻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최근 민주당 지지율이 고전하는 상황에 대해선 “가장 큰 원인은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민에게 신뢰를 잘 주지 못했다. 탄핵을 통해 우리가 얻은 정권이 아니었고, 국민들이 ‘도저히 안 되겠다’며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우리한테 권력을 줬던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가 이 권력을 5년 만에 빼앗겼기 때문에 다시 민주당에게 권력을 줘도 될지 의문이 생겨난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치명적 잘못으로, 쉽게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기 ‘탄핵연대’를 하지 못한 것도 아픈 지점으로 지목했다. 우 의원은 “대선 끝나고 집권 한 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민주당)가 너무 욕심을 부리다 보니 탄핵을 함께 한 세력과 힘을 합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권을 뺏긴 이유에 대한 가장 큰 문제로는 부동산 문제 실패를 꼽았다.

우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에 대해선 정치탄압, 보복적 요소가 더 크다며 “당이 똘똘 뭉쳐 막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1년 가까이 (이 대표와 주변을) 탈탈 터는데 진작 나왔어야 할 직접증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제는 ‘사법리스크’가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그뿐 아니라 검찰은 문 전 대통령까지 공격하고 있어, 당은 윤 정권과 검찰 공격의 부당함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말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에 오른 이 대표의 4개월 간 행보에 대해선 “민생을 강조하는 방향은 좋다”고 평가했다. 우 의원은 “다만 이 정권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여야) 전선이 그곳에 쳐져 있어 이 대표의 민생행보가 잘 보이지 않고 과도하게 사법리스크가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 등 ‘비명(비이재명)계’ 분당(分黨) 가능성이 지속 언급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 당은 분당 안 된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윤 정권이 이재명뿐 아니라 문 전 대통령과 전 정권을 모두 공격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가 분열하면 윤 정권을 도와주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을 민주당이) 다 아는데 왜 분열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지역에선 “4선 의원이 이런 일까지...”호평도= 을지로위원장과 원내대표, 예결위원장 등을 두루 맡으며 소위 ‘중앙 정치’만 한다는 이미지가 있지만, 지역구에서도 우 위원장은 열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 노원구을 지역구인 우 의원은 지난 2015년 7월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주민 만남의 날’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6월부터는 매주 일요일 ‘찾아가는 당사’라는 이름으로 현장민원실을 열고 지역주민에 한발 다가갔다.

이 같은 지역 밀착 행보에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열세 속에서도 우 의원 지역구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역구에선 노원구청장, 2명의 시의원과 구의원 가, 나 모두 당선됐다.

정치인 우 의원은 ‘믿음직하고 의리있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주변 사람에게도, 동료 의원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돕겠다는 철학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석희·이세진 기자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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