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올해의 단어’로 세상읽기

2022. 12. 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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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문도 닫히고 있다.

많이 식상해하는데도 '올해의 10대 뉴스'는 언론의 단골 콘텐츠로 어김없이 올라온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10대 뉴스' 대신 '올해의 단어'가 더 주목받는다.

단어 4개 훑어봤는데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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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문도 닫히고 있다. 해마다 그러하듯 다사다난했다. 우울한 일이 더 많았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전 세계를 짓눌렀고, 이 와중에 올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졌다. 미-중 패권다툼은 식을 줄 몰랐다.

많이 식상해하는데도 ‘올해의 10대 뉴스’는 언론의 단골 콘텐츠로 어김없이 올라온다. 앞서 언급한 악재들도 ‘10대 뉴스’ 상위에 오를 뉴스들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10대 뉴스’를 완독하지 않는다. 10개만 추렸는데도 많고 길다는 이유로 끝까지 안 읽는다. 동영상 콘텐츠도 요즘엔 15초 안팎의 ‘숏폼’만 각광받듯이....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10대 뉴스’ 대신 ‘올해의 단어’가 더 주목받는다. ‘글자로 된 숏폼’ 정도로 보면 된다. 임팩트 있게, 한눈에 들어오는 게 선호 이유일 것이다. 실제로 그해의 시대상을 잘 반영해 의미가 있다.

# Woman(여성)=미국 온라인사전 사이트 딕셔너리닷컴이 선정했다. 미국 내 상황이 많이 반영됐다. 흑인 여성 최초로 미국 대법관에 오른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올 3월 후보자 신분으로 의회 인사청문회에 나섰다. 잭슨은 여성의 정의에 대한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난 생물학자가 아니다”고 비껴갔다. 성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뉘앙스의 에두른 답변이다. 트렌스젠더의 성 정체성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을 때였는데 이 문답 전후로 딕셔너리닷컴에서 ‘여성’ 검색량은 최고로 급증했다. 이어 5월에 미국 대법원이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던 판례를 뒤집으려 한다는 내용이 언론에 유출됐을 때도 ‘여성’ 검색량이 크게 늘었다.

# Goblin Mode(도깨비 모드)=영국 옥스퍼드사전이 꼽았다. ‘사회적 규범을 거부하며 뻔뻔하고 제멋대로 구는 태도’를 뜻하는 신조어다. 옥스퍼드는 이 단어가 올해 코로나 방역 규제 완화 이후에도 나태하게 생활하며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에 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 Gaslighting(가스라이팅)=미국 미리엄웹스터사전이 선정했다. 흔히 ‘타인의 심리를 조작해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올해 미국 정치권 등에서는 ‘이익을 보기 위해 타인을 속이는 행위’로까지 의미가 확장됐다. 어려운 시기에 이기심 때문에 탐욕을 마다치 않는 세태가 반영됐다.

# Permacrisis(영구적 위기)=영국 콜린스사전이 선정한 단어로, ‘permanent(영구적인)’와 ‘crisis(위기)’의 합성어다. 지난달 본 칼럼에서도 소개한 바 있다. 코로나19,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지구촌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임을 경고하는 말이다.

단어 4개 훑어봤는데 암울하다. 불신·불안·불황의 사회상이다. ‘R의 공포(Recession·침체)’가 엎쳤는데 ‘L의 공포(Layoff·해고)’까지 덮친다고 한다. 기업인, 금융인, 교수 등 모든 전문가가 이구동성으로 ‘위기’를 말한다.

내년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는 ‘토끼’의 해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서두를 때가 아니다. 거북이처럼 꾸준히 암중모색하고, 호랑이처럼 차분히 호시탐탐하는 게 맞다. “소나기 올 때 세차하지 마라”는 최태원 SK 회장의 말이 귀에 쏙 들어오는 이유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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