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집, 네일숍, 짬뽕집 거쳐 ‘개러리아’…20년 장사꾼이 애견호텔에 정착한 이유 [사장의 맛]
옷가게, 네일숍, 식당...장사 경력 20년
”애견호텔을 찾는 사람은 모두 애견인. 손님 응대, 직원 관리 수월”
2017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오픈한 개러리아는 ‘1견 1실’ 애견호텔, 픽업 차량 운영 애견유치원 등 차별화된 서비스로 인기를 끌었다. 현재 삼성본점과 송파점 두 곳이 운영 중인데, 연 매출은 약 15억원이다.
개러리아의 대표 김유라(45)씨는 원래 애견산업에 관심이 없었다. 옷가게와 네일숍, 식당을 하다, 2016년 본인의 강아지 ‘말랑이’를 입양하고 입문(入門)했다. 창업 6년째, 그는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장사 경력 20년 사장이 애견호텔에 빠진 이유는 뭘까?
◇손님을 알면 장사가 보인다
–장사는 언제부터 했나요?
“2002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8평짜리 옷가게로 처음 시작했어요. 저는 경기도의 한 전문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고 MBC에서 6개월 동안 리포터 생활을 했는데, 정규직이 아니다보니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요. 뭘 할지 고민하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옷가게를 하는 친구의 말을 듣고 창업을 결심했죠.”
–친구따라 강남 간 격이네요.
“그렇죠. 마땅히 대안이 없었어요. 모아둔 돈 3000만원으로 보증금 1000만원 주고, 간단하게 인테리어를 했어요. 동대문에서 100만원치 옷을 사서 가게를 꽉 채웠는데, 처음엔 장사가 잘 안 됐어요. 강남이니까 정장을 많이 준비했는데 드레스, 원피스가 오히려 더 잘 팔리더라고요.”
–시장 분석이 잘 안 됐던 건가요?
“맞아요. 저는 강남에 사는 30대 직장인 여성을 생각하고 깔끔한 옷을 준비했는데, 정작 지갑을 여는 건 놀기 좋아하는 20대 여성들이더라고요. 그 뒤로는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삼고, 요즘 뜨는 패션, 인기 여배우가 드라마에 입고 나온 옷 등 트렌드를 열심히 따라갔죠.”
–장사는 잘 됐나요?
“둘째 달부터 월 수익 500만원씩 나왔어요. 저는 디자인 전공이라 미적 감각이 좋은 편이에요. 손님에게 옷을 추천해주고, 어울리는 옷을 코디해주는 걸 잘했죠. 2번 이상 찾아온 손님의 취향을 기억해뒀다가, 옷을 구할 때 그 손님을 떠올리면서 샀어요. 손님 입장에선 올 때마다 자기 스타일에 맞는 신상이 있으니까, 금방 단골이 됐죠. 그리고 이 단골들로 어떤 새로운 장사를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몇 달 뒤에 네일숍도 차렸어요.”
–네일숍은 왜요?
“옷가게의 단골이 대부분 20대였는데, 다들 매니큐어를 했더라고요. 네일은 한 번한 사람은 계속 하는데, 논현동에 네일숍이 2개밖에 없었어요. 옷가게 단골만 네일숍 단골로 만들어도 장사가 되겠다 싶었죠. 마침 근처에 10평짜리 가게가 권리금 없이 나와서 4000만원을 들여 네일숍을 열었어요. 네일 손님 중에 속눈썹 연장을 하는 분들이 많은 걸 보고, 기술자를 구해서 가게 안에 ‘숍인숍’도 차렸어요. 둘 다 장사가 잘돼서, 10평 가게에서 한 달 수익만 800만원 이상 나왔죠.”
◇장사에도 적성이 있다
–옷가게, 네일숍은 언제까지 했어요?
“옷가게는 2년, 네일숍은 1년 정도 했어요. 둘다 장사는 잘 됐는데, 혼자 맡아서 하니까 힘에 부치더라고요. 옷가게는 단골들 때문에 자리를 지켜야 하는데, 네일숍이 예약을 잡기 힘들 정도로 잘 됐어요. 그래서 네일숍에 집중하려고 옷가게 먼저 정리했습니다. 근데 네일숍은 또 일이 힘들다며 그만두는 직원이 계속 생기더라고요. 당시만 해도 네일아트 직원을 구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폐업했어요.”
–돈은 좀 남겼나요?
“운영 수익으로 남긴 돈은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권리금으로 돈을 좀 벌었어요. 두 가게 모두 권리금 없이 들어갔는데, 장사가 잘 돼서 가게를 넘겨달라는 제안을 많이 받았어요. 옷가게 2000만원, 네일숍 5000만원을 받고 나왔습니다.”
–이후에는 뭘 했나요?
“식당을 차렸어요. 대형 마트 푸드코트에서 보쌈집, 쇼핑몰에서 프랜차이즈 짬뽕집 ‘니뽕내뽕’을 했어요. 저는 요리를 할 줄 모르지만 감이 좋아요. 내가 맛있다고 생각한 음식은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실제로 잘 됐어요. 분당에 차린 니뽕내뽕은 6500원 짜리 짬뽕을 팔아서, 월 평균 매출 8500만원이 나왔어요. 본사 직원들도 16평 짜리에서 이정도 매출이 나오는 건 대박이라고 했죠.(웃음)”
–요리를 할 줄 모르는데, 좀 무모한 거 아닌가요?
“맞아요. 저는 스스로를 과신(過信)하는 경향이 있어요. 니뽕내뽕도 우연히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음날 본사에 가맹점을 열고 싶다고 찾아갔어요. 무모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 가게에서 월 2000만원씩 남겼어요. 다만, 여러 업종의 장사를 하다보니 장사에도 적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식당은 끊임없이 손님을 응대해야 하고, 직원의 근무 기간도 짧아요. 모르는 사람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일은 성격상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오래는 못하겠더라고요.”
–옷가게와 네일숍은 적성에 잘 맞았나요?
“네. 둘은 기본적으로 단골 중심 장사잖아요. 손님과 소소한 얘기를 나누고, 안부를 물으면서 친해질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개러리아도 적성에 잘 맞습니다. 애견호텔과 유치원도 강아지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어려워서, 한 번 찾아온 손님이 계속 오거든요.”
–보호자들과의 직접 접촉은 적지 않나요?
“의외로 많습니다. 강아지가 유치원에서 잘 어울리는지, 호텔에서는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등 수시로 소통을 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직원과 손님 모두가 애견인이라 마음이 잘 통해요. 기본적으로 애정이 많고, 강아지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잖아요.”
–앞으로는 다른 장사를 할 생각은 없나요?
“개러리아에만 집중할 생각이에요. 사장, 직원, 손님 모두가 한 마음이 되는 업종이 또 있을까 싶거든요. 현재 판교에 3호점을 가맹점으로 낼 준비 중인데, 점주도 무조건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을 모시려고 하는 이유도 그것도 때문입니다. 애견인의 마음을 알아야 직원들과 손발이 맞고, 손님들과 제대로 소통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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